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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옳은 일을 필요할 때 친절하게

천부적 재능이란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타고난 음악 신동은 시키지 않아도 몇시간씩 앉아서 피아노를 친다. 재능이 있으면 재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더 집중한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 재미를 느끼고 집중한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과 재능이 반드시 함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인생은 종종 비극이 된다. 생각이 자라고 사회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알게 된다.  어떤 것은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는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다른 것은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또 다른 것은 자신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무살쯤 되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괜찮갰다 싶은 직업 가운데 자기의 환경과 능력에 비추어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쪽으로 마음을 싣는다. 그러나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고 본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어디를 가든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원하는 사람이 적은 직업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직업도 있다.  남들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지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의 평가에 휘말리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고르면 된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경쟁을 해야 한다.  이때 경쟁에서 뒤떨어지면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삶이 가치없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 악물고 온 힘을 다해 노력해서 이기는 것만이 정답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즐기는것 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일하게 되면, 이겨도 남는게 없고 지면 최악이 된다. 경쟁은 끝이 없다. 경쟁에 뒤질 때마다 열등감을 느낀다면 인생은 참혹한 비극이 된다. 

 

열정과 재능의 불일치는 회피하기 어려운 삶의 부조리다. 재능 있는 일에 열정을 느끼면 제일 좋겠지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이기만 하다면,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되는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경쟁은 전쟁이 아니다.  져도 죽지 않고, 이겨서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 건 아니다. 적게 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끝없는 경쟁속에서 살아야 하지만 즐기면서 경쟁에 임하면 이겨도 이기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  사회의 평판이나 부모님의 기대에 맞추어 직업을 선택하는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유의지를 버리면 삶의 존엄성도 잃어버린다. 스스로 설계한 삶이 아니면 행복할 수 없다.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 역시 즐거울 것이다. 아무런 목표도 세우지 못하고, 그저 막연히 스펙만 쌓으려고 한다면 자신의 삶,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뛰어난 기능을 갖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남들과 소통하면서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기능못지 않게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남들과 소통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며, 직무를 잘 수행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남에게 좋은 기운을 주려면 먼저 내 마음을 잘다스려야 한다.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고 무시하고 미워하면, 그 사람도 내게 똑같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감지하는 안면근육의 소소한 움직임, 악수하면서 가하는 힘의 강약만으로도 호불호의 감정이 오고간다. 소통과 인간관계의 비결은 자기 마음을 닦는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해도 타인을 미워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섣불려 평가하려 하기부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교감해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바꾸어놓을수 없다. 바꾸려고해서도 안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대한다. 이것이 재미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비결이다.

 

나는 필요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만 생각했을 뿐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다. 좋은 제도 개선책을 만드다고 해서 혁신을 성공시킬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층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옳은 개혁도 실패한다. 민주당에서 혁신을 추진하다 좌절되자 국회의원 30명이 탈당하여 신당을 창당했다. 개혁당은 당원 투표로 당해산을 결정하고 여기에 합류했다. 열린우리당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저지른 대통령 후폭풍으로 2004년 총선 과반의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되었다. 내가 추구한 정치적 목표는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당을 혁신하고 지역 구도를 타파해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 선거는 특정 지역을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철옹성처럼 보호하는 진인장벽이다. 그 기득권 안에서 직업 정치인들은 당원을 지배하고 동원하여 자기의 기득권을 지킨다.  이 정당들이 국민의 삶과 별 관계없는 문제로 끝없는 감정 대결과 이전투구를 벌이는 한 농어민과 노동자,  영세상공 등 사회적 약자들은 자기의 욕구를 정치와 국가운영에 반영하기 어렵다.

 

정치인으로 성공하기보다 낡은 정치, 그 자체를 상대로 싸웠다.  진보정의당에 몸담은 것은 모두 국민 참여형의 강력한 제3의 정당없이는 정치 혁신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기성정당을 비판 하면서 제3의 정당에 참여하기를 꺼렸다.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기치관이 뚜렷하고 정책에 밝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기본일 뿐이다. 정치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마음을 잘 다스려 다른 사람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모아 함께 사회적 선善을 이루는 이기 때문이다. 나는 왕왕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감을 느꼈다.  남이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적게 했다.  사업을 하든  기업이나 정부에서 조직생활을 하든, 일을 잘하려면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뜻이 아무리 옳아도 사람을 얻지 못하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적어도 내게는 정치가 생업으로서 적합한 일은 아니었다.  왜 정치를 했는가?  내게 정치는 연대의 한 방법이었다.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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