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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정 공 부 (미리암 그린스팬, 이종복 옮

슬픔

사랑하는 사람 누군가가 죽었을 때 우리의 일부분도 함께 죽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죽는 것은 내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자아는 한 순간에 산산이 흩어진다. 우리는 죽음이 삶의 일부분임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암이나 심장질환 또는 사고로 매일 죽는다.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그들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감정적으로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심각한 질병을 가진 것으로 진단 받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할 때 그때서야 비로소 죽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슬픔과 고통을 버리고 긍정적인 것들만 가지라, 슬픔에 머물러 있지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권고를 받는다. 그처럼 엄청난 슬픔을 마주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은 너무나 상투적인 말들이다. 슬픔에 찬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그동안 살아왔던 내 삶이 무너져 버렸는데, 어떻게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고, 사람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 살아갈까? 이것은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착각 속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세상은 예전에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에고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작스러운 죽음과 같은 상실은, 에고의 자기 중심적 환상을 산산히 부수어 버린다. 슬픔 속에 있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슬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기꺼이 인내해 주고 기꺼이 함께 있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니라, 그를 걱정해 주는 사람도 힘들다.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이 좋은 의도에서 하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너무 슬퍼하지마!, 바쁘게 움직여봐! '이런 메시지는 슬픔의 흐름을 방해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실의 슬픔에 의해 한동안 밀려 나있던 에고는, 자신을 다시 구축하기 위해 애쓴다. 견고하고 예측가능하며, 친숙한 상투적인 일상으로 돌아옴으로써 자신을 재확립하려 한다. 그러나 너무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일을 하러, 집안을 일을 하러, 텔레비전을 보러 빨리 돌아가는 것은 슬픔을 제대로 풀어내는 과정을 중도에 포기하게 만든다. 슬픔의 강렬함을 감당할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물은 슬픔에 대한 천연의 윤활제다. 아담과 이브에게 눈물은 에덴의 영광으로 부터의 추방을 치료할 향유였다.

 

죽음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우리가 살아있음에 대해 느끼는 방식을 변화 시킨다. 오직 상실과 박탈 밖에 없는 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완전함과 상호연결성을 삶과 죽음 그리고 다시 태어남의 우주적 파노라마를 보기 시작한다.

일상의 에고는 너무나 근시안적이고, 너무나 필사적이고, 너무나 탐욕스럽고 ,집착이 강해서 이러한 것을 볼수가 없다. 변화된 시각을 통해 우리가 상실한 것에 빼앗겼던 우리의 마음은, 삶의 자체에 대한 감사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변하기 사작한다.  감사는 슬픔의 눈을 통해 바라볼 때 일어난다. 삶에 집착하는 것을 그만두고, 삶에 그저 감사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사별은 슬픔, 불면증, 식욕감퇴, 체중감소가 예견되는 정상적인 슬픔의 과정 중 하나다. 그 러나 짧은 시간동안 정확히 두달 이내에만 그렇다. 이런 증상이 두달의 마감 시한을 넘어서도 계속된다면 주요 우울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일반적으로 상실, 죽음, 슬픔 ,어둠에 대한 정신병리학의 편협한 시각은 우리가 슬픔을 삶의 한부분이라기보다 삶으로부터 이탈로 여기도록 만든다. 슬픔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정신병리학적 문제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슬픔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현상의 본질을 깊게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삶은 한계가 있다. 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것은 짧은 시간동안이다. 슬픔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에고의 눈가림없이 죽음과 상실의 현실을 들여다 보라고 요구한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나 아이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할 수 있는 기회를, 어린 시절에 겪은 상실을 직면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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