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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煩惱를 끊는 이야기(간화선의 길

사유의 아침에 내가 나를 안 가리면 (2)

아는 것과 마음을 구분해야 한다. 아는 것은 식識이지 마음이 아니다.  마음은 형상이 없는 것이어서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그러나 있다. (마음은 무의식이고 습관이다. 식은 의식이고 무의식은 공이다) 시비 같은 것은 없다.  사람들은 시비하고 있는 동안 내가 아는 것이 내 마음인 줄 착각한다.  그게 망상이다. 마음은 아는 바가 없다. 그러면서 할 것은 다 한다. 이것이 능력이다. 이 몸이 나라고 아는 것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서 내 몸이 봐진다. 마음이 없으면 이 몸은 나와는 상관 없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고향

산 아래 동네

내가 사는 빈 초가집에 햇빛만 가득하다.

 

이 불완전한 몸을 가지고 완전을 기약하니 어려울 수 밖에.

아예 불완전한 것이 삶이라고 인정하다면 더 겸허해질 것이다.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편안한 것이 없다.

 

생生하면 멸滅하고, 마음이 일어나면 없어진 대로 간다.

누구에게 더하고 덜 하고가 없이 그렇다.

다만 인정하고 사느냐 않고 사느냐가 다를 뿐.

인정하지 않고 사는 자는 욕심 속에 있고,

인정하고 사는 자는 허욕을 즐거워 하지 않는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큰 것에 우쭐되지 않는다.

(고요함 속에 있으며 그것을 즐길 줄 안다)

 

그것이 헛된 것인줄 알면 그 헛된 생각은 곧 날 떠난다.

( 무엇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성인은 물어서 알고, 어떤 옳다는 것을 안 가지고 다닌다. 우리는 서툴면서 성장한다. (모르고 부족해야 성장한다) 옳지 않은 것을 지켜 고집하고 남에게까지 강요하는 버릇은 못쓴다. 이 몸은 내 것이 아니며 내가 잠깐 빌려 쓰고 있는 것이다.  날마다 이 사실을 확인하며 살아간다.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지 못하면 이 몸은 우리와 이별한다.  죽음이 우리를 놓게 하는 것을 바로 아는 사람은 이 삶도 놓고 살 수 있다. 또한 이 삶을 놓고 살줄 아는 사람은 죽음도 놓을 수 있다. 삶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은 죽음이 아픔이고, 이별이고, 무서워서 거역하고 싶고 싫어함으로 남는다.  거역하고 싶고 싫다. 이런 것들이 生과 死 사이에 있는 고통이며 불완전한 것이다.  믿으면 흐르는 물에 같이 따라내려 간다. ( 믿는다고 믿고 싶다고 믿어지나 경험으로 깨쳐서 믿어야 한다. 믿는다는 것은 내 몸이 행동하게 한다. 몸은 무의식으로 행하고 습관으로 행한다. )

 

삶이 고단할 때 나는 나의 진실에 닿는다. 이 삶 자체는 진리를 품고 있다. 고단한 삶은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다불교도 그렇다. 사람들은 편한 곳에서만 얻어려고 한다. 고독이란 사람의 감정문제가 아니다. 나를 찾아오는 귀한 손님으로 지혜를 만나는 시간을 주고 간다.  어리석음인 줄 모르고 행한다. 그 모든 것은 깨지고 告를 불러온다. 얼굴에 달린 눈은 마음을 잃고 홀로 남아 있다. 외로움이 밀려오고 일마다 캄캄하다. 어디를가도 헤맨다. 사람은 스스로에게로 돌아가지 않으면 항상 밖으로 향해 이상세계를 그린다. 이상이 현실속에 있는 줄 아는 사람은 잡생각이 적다. 사람들이 여기 말고 고상한 생각으로 이상을 만들어 따로 있는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이 삶은 이대로 아름다운 것이다. 새로운 탄생이 없는 삶은 지루하고 고루하다. 탄생은 새로운 삶이 시작될 뿐 옛삶에 붙들려 있지 않다.  삶 전반에 걸쳐 변화가 온다. 인연들이 바뀐다. 새로움을 만나면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날마다 날마다 그렇다.

 

스승이 훌륭한게 아니다. 믿는 자가 있어서 훌륭하게 보이는 것이다. 믿었을 때 깨달음의 경험이 온다. 깨달음으로서 스승을 알아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스승이다. 바람도 나무도 모두가 스승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결코 바르게 아는 것들이 아니다. 나의 발걸음이 머뭇거린다. 그리고 세상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다.

 

가을 아침

 구름이 오고가도 내 일이 아니니

이 몸이 나인 것 같으나 내가 아니고

마음을 보나 마음 또한 형상이 없어 볼 수가 없구나.

먼 기러기 울음소리 지나가는데

의젓한 청산만 드러나 눈앞에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