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의 철학 (지바마사야 지음, 박제

독서의 기술

독서의 기술1: 텍스트 내재적으로 읽기

독서에서 중요한 점은 자신이 체감으로 끌어당겨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책을 읽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무리해서 이해하려고 애쓰며 읽기 때문이다. 내 감각으로 말하면, 독서라는 것은 모르는 방에 불쑥 들어가서 물건의 위치를 파악하는 일과 닮았다.  이때 물건이 왜 그곳에 놓여 있는지 그 의미를 곧바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해하기 이전에 쓰인 용어의 종류나 논리적인 연관성을 파악해야 한다이것은 텍스트의 짜임새, 즉 구조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글 쓰여진 모든 것을 텍스트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자신의 체감으로 끌어당기지 않고 읽는다는 말은 곧 어떤 텍스트를 ‘텍스트 내재적’으로 읽는다는 뜻이다. 그것은 텍스트의 구조(설정)안에서 각 개념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이다.  말에 대한 자신의 체감을 완전히 없앤 채 읽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즉 우리는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완전히 떨어져서 언어를 사용하기란 어렵다. 이때 자신의 기존 언어 사용법을 기본으로 삼되 그 효력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반은 텍스트 내재적인 새로운 의미로 치환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어떨까?

 

권력이라는 개념에 대해, 수 많은 사람들은 권력이란 정치가와 같은 권력자가 휘두르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권력의 개념은 철학과 사화학 분야에서는 다음과 같이 더욱 더 유연하게 사용 된다. 우선 권력자라는 개념을 넓게 간주한다. 강한 입장이라면 꼭대기에 있지 않더라도 모두 권력자다회사에서는 사장이 가장 높은 사람이지만, 과장도 평사원에게는 권력자다.  경찰관도 식당, 체인점 점장도 역무원도 권력자다. 반대로 약한 입장에서 강한 입장으로 작용하는 것도 권력이라 할 수 있다. 식당체인점 점원은 부당한 일이 생기면 단결하여 파업함으로써, 점장과 회사의 방침에 저항 할 수 있다. 이것은 약한 입장의 권력이다. 회사 경영에서는 경영자의 권력과 노동자의 권력이 서로 타협하거나 부딪히기도 한다.  이른바 노사관게다. 이러한 사용법에 익숙해지려면 우선은 정치가와 같은 권력자가 일방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이미지를 기본으로 삼되 그것을 반쯤 억눌러야 한다.

 

독서의 기술2: 이항대립 관계 파악하기

텍스트의 구조를 크게 파악하려면, 개념의 대립관계에 주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이항대립이란 의미가 반대인 개념의 쌍을 가리킨다. 권력이라면 사회이론에서는 저항에 대립시키는 일이 많다. 일상생활에서든 뭔가를 읽을 때든 늘 반대어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것이 좋다.  특히 문과의 논의에서는 이항대립의 한쪽을 악, 다른 한쪽을 선으로 간주하는 구조를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부정적인 개념 긍정적인 개념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 즉 가치적 주장을 할 때 사용되는 구조다. 주의해야 할 것은 대체로 대립의 경계를 애매하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선악의 구조는 경계의 문제에 의해 뒤흔들린다.

 

공부의 두 바퀴: 언어의 아마추어 모드와 프로모드

텍스트 내재적으로 독서할 때 대전제는 언어를 문자 그대로 파악하는 태도다.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대충 할 수 밖에 없다.  궁극의 이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공부에서 매우 중요한 일은 대충의 이해와 정확한 표현을 구별하여 인식하고,  자신의 이해를 텍스트의 특정한 부분에 제대로 결합하는 것이다. 프로의 일에서는 증거가 되는 텍스트에 문자 그대로 어떻게 쓰여 있는지가중요하다. 결국 예약기간이나 해제 조건 등 쓰여 있는 표현을 문자 그대로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 싸우게 되니 말이다.

이러한 태도를 언어의 프로모드라고 부르자.  엄격하게 언어 편중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한편 대충 이해언어를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의미로서 받아들이는 것은 언어의 아마추어 모드라고 하자학문의 세계에서도 언어의 프로 모드가 중요하다. 학문적인 연구서나 논문에 쓰여 있는 것은 문자 그대로 존중 받을 필요가 있다.

 

표현을 증거로서 다루는 영역과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는 언어를 아마추어 모드와 프로모드, 이 두 바퀴를 달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이해로는 언어가 원래의 것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에 한해서는 원래 어떤 표현이 쓰여 있는지 외워아 한다. 혹은 확인하고 싶을 때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리해두는 걸로도 충분하다. 나중에 인용할 내용을 축적하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타인이 생각한 것이고, 어디부터가 자신이 생각한 것인지를 확실히 구별하여 의식해야 한다. 어떤 개념이나 사고 방식이 누구의 어떤 문헌에서 나온 것인지를 의식하고,  곧바로 말할 수 있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서 반드시 독서노트를 써야 한다. 어떤 문헌에 문자 그대로 어떻게 쓰여 있었는지 몇쪽인지를 명확히 적은 후, 그것과 구별하여 자신이 이해한 바를 메모 해둔다.  공부를 계속 한다는 것은 이처럼 출전 (문헌 제목과 쪽수, 나아가 출판 연도 등)을 명기한 독서 노트를 계속 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을 출전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공부의 철학 (지바마사야 지음, 박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론  (0) 2019.01.25
글 쓰기  (0) 2019.01.23
공부의 기술  (0) 2019.01.21
집착  (0) 2019.01.15
결단주의 vs 비교  (0) 201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