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 이영돈 프로듀서 (KBS 특별기획

공포

 

공포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중 하나로, 아무런 기억이 없어도 두려워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진화적으로 프로그램된 위험에 대응하는 방식이 있다. 위험에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화는 우리 뇌가 어떤 것을 두려워할 뿐아니라, 위험에 대해 신속하게 배우도록 프로그램 했다. 이는 뱀처럼 장기간 위험한 것 뿐만 아니라, 진화가 뇌속에 주입하지 않는 총, 칼 같은 것에도 해당된다. 우리는 위기에 처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 날린을 분비시킨다. 그러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각 근육에 혈액공급이 빨라진다. 혈액을 많이 공급받은 근육들은 싸우든지, 도망가든지로 대응한다.

 

뇌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대뇌피질인 뇌 위쪽에서 처리한다. 그런데 충격이 심한 기억들은 대뇌피질 쪽에서 담당하지 않고 우리가 흔히 감정 뇌라고 부르는 중간 뇌에서 주로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중간 뇌에서의 처리는 아주 비정상적으로 저장되고, 억지로 해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후유증이 생겨서 나중에 문제를 일으킨다. 비장상적으로 처리된 기억들은 후에 자꾸 그 기억이 되살아나거나, 기억과 관련된 안 좋은 감정들이 같이 재생되는 등의 스트레스 장애가 생긴다. 쉽게 말하면 몸이 주체할 수 없는 충격을 받고 공포를 느끼게 되면,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과다하게 활성화되어 사안이 종료되어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학교에서 창피를 당하는 것은 어린애에게 매우 끔찍스러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진화관점에서 보면 집단에서 분리되는 것과 같아서,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이 어린이의 두뇌에 입력으로 고정되었을 때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받아들이고, 머리 속의 기억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과정에서 나는 모자란 사람이다 라는 어릴적 경험과 만나면 그러한 정서가 유발될 수 있다. 현재의 사건들이 기억네트워크에서 연결되는 과정에 미처 처리되지 못한 과거 경험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나는 부족하다. 나는 무력하다. 나는 의지할 데가 없다 는 느낌들이 되살아나고, 그와 같은 방식으로 현재의 상황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기억이 어떤 식으로 저장되는가의 문제다.

 

 

 

'마음 이영돈 프로듀서 (KBS 특별기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완  (0) 2009.11.12
분노  (0) 2009.11.11
기억  (0) 2009.11.10
무의식에 새겨진 마음을 깨우다.  (0) 2009.11.09
무의식의 세계  (0) 2009.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