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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이영돈 프로듀서 (KBS 특별기획

기억

기억은 우리의 마음을 만드는데 가장 풍부한 소재를 제공한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아주 동물적이고, 말초적인 수준의 단순한 생존 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기억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고, 기뻐하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또한 창조하고 발명한다. 기억은 우리 정신능력에 중요한 부분으로 흔히 도서관에 비유된다. 책이 있으면 보관할 것인지 판단하고, 그것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장기간 보관하려면 어느 선반에 놓아둔다. 그래야 그 책을 나중에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라는 도서관에는 아주 많은 선반이 있어 보관할 공간확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얼굴을 보고, 더 많은 장소에 가고 , 더 많은 사실을 알며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계속 그것을 저장해 간다.

 

단기기억은 우리가 그 순간 생각하고 있는 항목을 담고 있다. 이 보관소의 항목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대부분 빨리 버려진다. 암기하거나, 되풀이 하거나, 다른 기존의 기억과 연결되어 응고된 기억들만 마지막 보관소에 저장된다. 인간의 행위는 기억력의 작용 결과이므로, 기억은 인지력의 근본이다. 따라서 기억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지적능력은 없다. 꽃이나 사과와 같은 물체를 보고 바로 알아보는 것은, 기억력이 이미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하는 것은 언어에 대한 기억력이 작용하는 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운동기능에 대한 기억력이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기억력이 작용한 결과다

 

인식은 우리가 기억의 방아쇠를 대면했을 때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객관식 문제를 주관식보다 쉽게 느끼는 이유이다우리는 길 이름을 모두 말하지는 못하지만 즉시 알아 볼 수는 있다. 상기하는 것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많은 처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뇌가 처리하는 중요한 정신적인 현상 중에 하나가 기억이다. 기억을 이해한다는 것은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뇌는 어떤 특수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데 그것은 신경세포들, 즉 시냅스들이 모여서 신경회로망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회로망을 통해서 정보처리를 하다보면, 처리 결과로써 신경회로 속에 자동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 하나의 시냅스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신경세포들이 관여되어 있고 그에 따른 수많은 시냅스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활동할 때 신경회로망은 더 놀랍고 복잡한 정보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40세가 넘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력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여러 업무를 동시에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이미 고정된 기억의 거미줄이 너무 많고 확고해져 거기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렵거나 ,아니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기에 게을러져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고정된 기억의 네트워크를 계속 사용하거나, 거기에 연결된 새로운 거미줄을 만들어 다시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기억 기능을 유지 내지는 확장할 수 있다. 옛 기억들은 반복해서 보존되고,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억들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무엇인가를 말할 때는 전두엽에서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저장된 일부 내용들이 인출되고, 적절한 조합을 통해서 언어라는 형태로 지식이 전달되는 것이다이것을 '작업기억'이라고 한다. 작업기억 용량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주위를 딴 곳으로 돌리거나, 순간적으로 지워질수 있는 기억이 작업기억의 속성이다측두엽은 장기기억과 관련되어 있다. 평소 학습내용, 사건이나 학문적인 지식, 길거리에 있었던 여러가지 사고들, 일상적인 내용들은 측두엽과 해마를 통해 기억되는데 이를 '서술기억'이라 한다. 서술기억은 수면중에 재정리되어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서 뇌의 특정한 부분에 분산시켜 저장한다.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저장한다면, 뇌는 극도의 혼란을 겪을 것이다. 그렇지만 뇌는 중요한 요점만을 골라서 저장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없다해마가 중심이 되는 서술기억은 의식을 필요로 하는 기억이고, 우리가 자전거 터는 법을 배운다든지 기술을 습득하는 학습은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표현되는 종류의 기억이 많다. 어떻게 보면 의식하는 기억보다 무의식속의 기억이 사고와 기능을 더 많이 좌 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의식에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학습되고, 저장되는 기억에는 수 많은 종류가 있다.  

 

우리는 매일 수 많은 사람들, 사물 그리고 현상을 접하지만 그중 일부만을 기억한다. 어떤 부분은 기억하고, 어떤 부분은 잊게 하는 두뇌의 매카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이 요인중의 하나로, 기억하고 싶은 중요한 사건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이 있다. 두뇌는 감정과 관련된 기억에 민감하다. 동물은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생존과 관련된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데, 이는 감정과 연관되어 있다. 어디에 약탈자가 있는지 등은 두려움과 관련이 있고, 먹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기쁨과 관련이 있다우리는 가끔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 것은 정보가 장기 보관소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기억의 접근방법을 잊어버린다. 책은 여전히 거기에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 적어놓은 카드를 잊어버린 것이다. 마치 입 끝에서 말이 뱅뱅돌 뿐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잘하면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지도 모른다. 우리 대부분은 지금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며, 아마 그전 번호를 기억할지 모르지만 그 보다 더 이전 번호를 기억할 수 있을까? 한때 잘 알았던 번호이지만, 현재 쓰고 있는 번호가 옛날 기억을 방해 할 것이다. 또한 기억에 대한 연결성이 부족하거나, 손상으로 인해 뇌의 연결이 막하거나, 신호가 줄어들면 기억하기가 힘들어 진다.

 

선입감에 젖으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는 개혁적인 사고에 지장이 생긴다. 그렇다면 왜 옛 방식에 젖어 있을까? 그것은 기존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 또는 거미줄에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말이 된다.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암기식 교육은 선입감을 주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존의 기억을 없애버리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기억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롭고 창의적인 기억을 만들 수 있다기억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보다 기억의 편파를 없애야 한다. 기억을 없애는 대신 기억의 활용방식을 재교육하는 것이다. 기억을 바꾸는 것이다. 기억을 받아들여서 단순히 보통 때처럼 변화하는 정보에 대해 습관적으로 반응하는 패튼을 따르는 대신 훌륭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무언가를 배우고 또 그것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그 안에 갇히게 된다. 배운 것들을 단순히 기억해내서 줄줄이 외는 것만이 요구된다면, 암기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보를 무심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에는 반복학습을 통한 훈련이든, 한번 받아들인 정보를 그냥 잠궈버리는 경우든 그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수 없게 되고  결국, 그 정보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자신이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이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버리면 더 이상 쳐다볼 필요도 없다어차피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기대가 더 크고 계획이 더 철저할수록 실수하기가 더 쉽다. 그런데 꼭 알아둘 것은 실수란 것은 자신의 무심함을 일깨워 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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