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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철학 (지바마사야 지음, 박제

아이러니에서 유머로

 

어떤 작품, 캐릭터, 맛이나 색, 말 등에 집착하는 것, 그것이 왜 자신에게 중요한 일일까?  집착이란 우연히 피어나는 것, 타자와의 우연한 만남에 의해 발생한 것일 뿐이다. 집착에는 인생의 우연성이 각인되어 있다. 우연한 만남의 결과로서 우리는 개성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른바 트라우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며 불쾌이면서도 쾌다. 그것은 의미 이전의 만남이다. 집착이란 우연하고 강도적인 만남의 흔적인 것이다. 그 불쾌이자 쾌를 반복적으로 맛보는 것이 바로 향락이다. 향락적인 말은 곧 강도적인 말이다.  의미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닌 강도적 언어의 존재 방식을 언어의 '비의미적 형태'라고 부르기로 하자.

 

감축적 유머의 극한은 형태의 난센스다. 아이러니와 유머의 극한에서는 그야말로 의미가 없어지지만, 지금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의미의 차원과 동시에 존재하는 의미가 아닌 차원이다. 다른 동조로 이사하려 할 때, 다른 동조에서 쓰이는 언어사용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익숙해지지 않는 말이 겉도는 느낌을 경험한다. 말이 도구로서 사용되지 못하고 소리의 덩어리, 섬뜩한 물질이 된다. 우리는 공부 과정에서, 동조에서 동조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그런 형태의 언어와 다시 만난다.

 

* 아이러니와 유머 과잉에 의한 세가지 난센스

1. 아이러니-> 언어 없는 현실의 난센스

2. 확장적 유머- >의미 포화의 난센스

3. 감축적 유머- >형태의 난센스

 

* 아이러니를 깊게 만들면 즉 환경 코드의 근거를 철저하게 의심하다 보면, 결국은 언어를 파기하고 언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현실, 그 자체를 느끼려는 욕망이 된다. 그것은 극한으로서는 이미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태, 즉 언어 없는 현실의 난센스다.

 

* 따라서 다시금 환경마다 다른 코드의 언어사용을 인정하는 것이 유머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선  확장적 유머는 코드변환을 통해 여러 환경을 왕래할 수 있게 한다. 이상의 내용을 '아이러니에서 유머로의 전환'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 그러나 유머가 과잉화하여 극한에 치달으면 온갖 말이 연결되어 언어가 총체적으로 무의미해지는 '의미 포화의 난센스‘라는 상정이 등장한다.  확장적 유머에서 대화 ’말의 접속과잉‘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각자 말을 둘러싼 어떤 가중치를 지닌다.  그 가중치가 무리를 무엇이든 어떻게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그 가중치가 향락적 집착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 감축적 유머는 비의미적 형태로서의 언어를 가지고 노는 강도적이고 향락적인 말이다. 개개인이 지니는 다양한 비의미적 형태에 대한 향락적 집착이 유머의 의미포화를 막고 언어세계에서의 발판, 이른바 임시고정을 가능케 한다. 깊은 공부, 즉 래디컬 러닝은 자신의 뿌리에 있는 향락적 집착에 개입하는 일이다.  향락적 집착은 공부를 통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자유의 여지는 오히려 '동조에 서툰' 이야기에 깃든다고 생각해 왔다주위 사람과 상관없이  스스로 동조할 뿐 탈공동적이고,  자기 목적적인 향락의 동조,  집착의 동조는 최악이지만 동시에 궁극의 동조다. 이것이야 말로 동조다. 춤 같은 동조.지식이 많아지면 이따금 분위기에 맞자 않는 이물감 있는 말을 흘리곤 한다. 단순한 소리의 형태, 비의미적 형태가 의미있는 말로 변모해가는 그 시기.  애초에 어떤 형태로 이름을 지을지는 우연이다.  온갖 말은 우연히 그 형태일 뿐, 얼마든지 다른 형태여도 좋았다. 언어는 타자에 의해 강제적으로 우리 몸에 새겨졌다. 언어란 상처다. 언어의 형태가 우리 몸에 새겨졌다. 그것은 문신이다. 비의미적 형태의 언어가 새겨지는 순간의 아픔을 향락하는 것이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에게 있어 근본적인 마조히즘이다.

 

공부란 언어와 새로이 다시 만나는 일이며, 그 언어의 아프면서도 기분좋음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깊은 공부, 래디컬 러닝의 진전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 아이러니에서 시작해 그것을 과잉화하지 않고 유머로 전환한다.

* 그리고 유머의 과잉화를 막기위해서 형태의 향락을 이용한다.

* 향락의 강직화를 막기위해 아이러니컬하게 그것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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