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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철학 (지바마사야 지음, 박제

코드의 전복

코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최소한의 츳코미 의식이 최우선의 대전제다. 공부란 새로운 것을 자각적으로 능하게 하는 일이다.

0. 최소한의 츳코미의 의식: 자신이 따르는 코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1. 츳코미: 코드를 의심하고 비판한다.

2. 보케: 코드에서 어긋나려고 애쓴다.

 

사전적으로 아이러니는 반어이고 보케는 재치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츳코미와 보케가 핵심이라고 이해해도 상관없다.  코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비유하자면, 나 홀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 것이다. '이때는 이래야 한다(당위)'를 '이러한 코드다'라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 환경에 관련짓지 않는다.  이것을 '메타적 입장에 머문다'라고 말하자.  메타란 고차원적이라는 뜻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전체를 조감하는 위치를 뜻한다. 메타적 입장에 머문다는 것은 최소한의 아이러니(츳코미)의식을 지닌다는 말이다. 애초에 부정확한 코드를 점점 더 부정확하게 만드는 것을 '코드의 전복' 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아이러니와 유머는 코드의 전복을 위한 기술이다. 대화에서 코드의 전복을 배우면 기존의 자기 모습에 대한 코드의 전복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자신이 일부러 자기 자신에게 대항하여 또 하나의 재수없는 자신을 언어적으로 만드러낸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그저 단순한 약속(코드)에 의해 전개되는 뻔한 잡담같은 것으로 간주하기 바란다. 마약 그런 자신에게 질려버린 적이 있다면 그 인생을 아이러니와 유머를 통해 전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를 통해 언어유희를 통해 다른 풍부한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난센스는 즉 무의미다. 아이러니와 유머는 대화의 코드를 유의미하게 전복한다. 다른 모두가 공유하는 생각에 대해 이질적이지만 의미있는 발언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탈코드적인 방법이 있다. 보통이라는 것은 난센스에까지는 이르지 않는 범위 안을 가리킨다.아이러니와 유머는 과잉 상태가 되면 난센스인 극한 형태로 바뀐다.  아이러니와 유머의 연장선상에 난센스가 출현한다.  아이러니와 유머를 연스럽게 쓸 수 있는 것은 난센스까지는 가지 않은 적당한 범위 안에 머무를 때다. 난센스란 언어유희의 힘이 해방된 상태를 말한다. 그 예로 문학이 있다. 문학의 언어는 래디컬하게 완구적 자기 목적적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위해 실용적인 공부를 하려 한다현대시에서는 언어를 상식으로부터 해방 시킨다.  시 속에서는 언어를 레고블록처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시적 언어를 접하면 언어 감각의 폭이 넓어진다.

 

이 책은 공부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 아이러니의 구조를 살펴보기로 하자.  아이러니란 츳코미(자각적인)이자 대화의 코드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의 공격은 코드의 근거로 향한다. 모두가 무심결에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를 집요하게 문제삼고, 결과적으로 흥을 깨는 일이다.  가령 몇 사람이 케이크 무한 리필 가게에 와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크림이 부드럽네' 하다가 문득 누군가가 ‘그건 맛있어?’라고 묻는다. 불편하다. 의도적으로 그곳에서 겉돌려고 한 말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솔직히 ‘맛있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메타적인 위치에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코드를 파악하여 그래서 '진짜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를 공격한 셈이다. 더는 '맛있다'는 애매한 말에 의지할 수 없게 되고, 급기야 어떻게 동조해야 할지 알수 없게 된다. 그러고는 뿔뿔히 흩어질 것이다. ‘우리가 왜 여기에 같이 있는거지? ’하며.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러니로 인해 무리하게 코드의 근거를 찾으려다 보면,  코드 그 자체의 불확정성은,  요컨대 그저 분위기였을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아이러니는 이처럼 코드를 전복한다.  근거를 의심함으로써 무심결에 공동으로 해왔던 언어헹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아이러니는 무심코 행하는 동조를 지적하여 올바름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아이러니컬한 태도를

취한다면 더 이상 바보로 있을 수 없게 된다. 연예인의 불륜 보도에 대해 잡담을 하고 있다고 치자.  ‘좋은 이미지 다 날아갔네.’  ‘자식도 있는 사람’이 불륜을 저지른 연예인을 비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는 '불륜은 악이다' 라는 가치관이 대화 코드에 포함되어 있다.  이때 ‘하지만 애초에 뷸륜이라는 게 나쁜거야?’라고 일부러 말해 보는 것이다. 이것도 아이러니에 해당한다. ‘불륜= 악이라는 근거는?  ’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즉 코드의 근거에 의심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연히 나쁘지' 라고 코드를 유지하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흐름에 제동이 걸린(불륜을 저지른 연예인을 비난하는 그리고 자신들의 결속을 강하게 하는) 언어행위는 그 발언 탓에 허공에 뜨게 된다. 아이러니는 대화를 깊게 만드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 아이러니의 깊이는 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