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부모들은 자기 아이와의 관계에서 사랑, 유대감, 이해, 따뜻함, 신뢰, 상호존중, 자유, 공동체성, 재미, 존경심, 연대 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것들은 뒤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이 생각하는 것,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이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비난을 받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해 주고 규칙을 익히게 한다. 이 모든 것은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왔지만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이는 이러한 부모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왜 아이는 도리어 화를 내고 반항할까? 그 이유는 아마도 아이가 자신을 그저 부모 마음대로 조종하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이해받기를 바라고 있는데 부모가 그것을 표현할 수 없도록 막아서 당황하고, 좌절해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이는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또는 무슨 일을 결정할 때 부모가 자신의 의견을 묻고 존중해 주기를 바라는 단순한 마음에서 그럴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야채가 정말 입맛에 안맞던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서너 살 무렵의 아이들은 드물다. 만약 아이가 자기의 정확한 의도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면 부모가 더 적절하게 반응하기 쉬울 텐데 아쉽게도 그렇지가 않다. 우리는 오히려 아이가 부모에게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를 내거나,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반항하면 또는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실망감을 표현하면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 반항한다. 대든다. 버릇없다’고 해버린다. 아이는 부모에게 이해받기 원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해받지 못하고 만다. 아이는 자기 욕구를 관철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예쁜 짓을 한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율성을 무시당한 기분과 충족되지 못한 욕구 때문에 불만이고, 엄마는 엄마대로 편안함과 즐거움을 만끽해야 할 시간에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계산하거나 의도하는 행동도 아니고 반항은 더더욱 아니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어떻게든 충족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점점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
비폭력 대화에서는 모든 행위에는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은 '우리가 갖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라고 전제한다. 모든 사람은 휴식과 편안함에 대한 욕구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침대를 선택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요를 선택한다. 우리가 어떤 집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취향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집을 평가하거나 바꿔 놓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그 집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갈등은 자신의 생활방식만을 고집하며 이웃에 제약을 가하려 할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악을 큰 소리로 듣고 싶을 경우, 이것이 조용히 책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려는 옆집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 또는 긴장 완화에 대한 사람들 욕구는 보편적이지만, 어떤 방식 으로 욕구를 충족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이해하기란 다른 사람의 행위 뒤에 숨어있는 의도나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도나 목적을 파악했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방의 행위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별개다. 상대가 도대체 왜 그런 행위를 하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상대와 공존하는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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