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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그 창조적인 역사 (피터 투이

인간과 동물 권태

경제적 두려움이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밤에는 꿈까지 지배한다.  따라서 일할 때 초조하고 여가를 즐길 때 개운치 않다. (버틀런드 러셀)

 

인생에서 자주 맞닥뜨리게 될 이 권태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권태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도 이 세상에 어울려가는 과정의 일부다. 어린 아이들도 비록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는 못해도 권태를 느낄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이 ‘건전한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인간만이 권태를 느끼는 유일한 동물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베멜스펠드와 베코프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고 자극이 없으면 권태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은 따분함을 느끼면 더 많이 잔다. 또 깨고 나면 놀이를 하거나, 산책을 하자고 주인을 조르고 괴롭힌다. 제롬 케이건과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아이들이 약18개월부터 자의식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이는 아이들의 언어능력이 발달하기 전이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은 대개 자의식의 상징인 1인칭 대명사를 말할 수 있기 훨씬 전부터 사회적 정서를 경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혐오감과 사촌지간인 지루함 또는 권태라는 정서 역시 아이들의 머릿속에 일찍부터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권태는 사회화 된 자者 그리고 대개는 배부른 자者의 이야기다. 물론 예외도 있다. 애완동물은 많은 시간을 들여 먹이를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가하게 권태를 느낄 시간이 더 많다. 또 혼자 집안에 갇힌 동물일수록 자극에 대한 기대가 높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권태에 쉽게 빠진다. 동물 심리학자 베멜스펠더는 권태를 억제된 자발적 관심이라고 묘사한다.  이에 따르면 감금된 상황에서는 자발적 관심을 기울일 기회 즉, 주변환경과 자발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고 한다. 그 결과 권태가 찾아온다. 베멜스펠드는 감금 상태에서 동물과 인간이 보이는 반응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감금 상태가 지속되면 동물은 우선 권태를 실질적으로 인식된다. 이후 좌절, 동요, 화, 폭력, 그리고 끝내는 우울증이 찾아온다. 베멜스펠더는 이 과정이 인간의 경우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권태는 감금, 고독감, 감각 상실이 지속 되면서 시작되는 일련의 정서적 과정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라 할 수 있다. 권태는 이들정서를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다.  권태는 분노와 우울함이 차례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나타나는 정서라 할 수 있다.

 

권태가 의도된 형벌의 일부라는 사실은 새로울 게 없다.  수감생활은 강요된 만성적 권태의 위험을 보여 준다. 권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분노와 푹력이 생겨나고, 마약과 같은 위험한 약물에 중독되거나 우울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외로움은 권태와 함께 찾아오는 우울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사람들은 권태와 외로움을 자주 혼돈한다.  둘 모두 외부 자극이 부족하다. 외로움의 경우에는 사람들 또는 특정한 사람이 부재한다. 이런 유형의 외로움은 권태처럼 상황적일 수 있다. 미국 작가 윌리엄 데리지위츠는 에세이‘고독의 끝’에서 외로움은 동반자의 부재가 아니라, 그 부재에 대한 슬픔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영장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은 유명한 저서 ‘ 공감의 시대: 보다 친화적인 사회를 위한 자연의 교훈’에서 이렇게 말했다. ‘ 우리의 몸과 마음은 사회적 삶을 위해 만들어 졌다. 그러므로 사회적 삶이 부재하면 우리는 절망적으로 우울함에 빠진다. 그러므로 사형 다음으로 혹독한 형벌이 바로 독방감금이다. 권태는 분노와 우울이라는 두 위험상태의 중간 지점에 있는 듯하다. 즉 권태에 빠지면 일시적으로 그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분노나 우울이라는 양 극단 중 하나로 치닫는 것처럼 보인다.  권태는 예측가능 하고 되풀이 되는 상황, 또는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덫 같은 경험속에서 더욱 커진다. 여기서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면 과민하고 불안한 상태가 더욱 심해져 결국엔 극단적인 동요, 분노, 우울과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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