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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그 창조적인 역사 (피터 투이

권태는 창조적 에너지 원천

권태는 창조적 약동을 위한 신의 축복이다.  권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인간이 느끼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그러므로 권태를 무시하거나 그냥 얕보고 넘겨서는 안된다. 권태는 그만큼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권태는 실업이나 주택 문제처럼 간단하고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 속 에서 사람들이 늘 느껴온 살아있는 정서이기도 한다. 

 

유럽 22개국중에 영국인들이 4번째로 자주 권태를 느끼고,  2번째로 활력 수준이 낮다고 한다.  한 마디로 스스로 즐기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신경재단의 닉 막스는 영국인들이 권태를 느끼는 이유가 오래 일해야 한다는 근로 풍토와 기록적인 수준의 개인부채로 인해 개인적,  사회적 복지를 향상시킬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2009년 미시간 대학교의 신경학자 대니얼 와이스먼이 이끄는 연구팀은 사람이 권태감을 느낄 때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연구팀은 여기서 얻은 MRI자료를 통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권태감이 몰려올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았다. 그 결과 참여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자기통제, 시각, 언어처리와 밀접하게 관련뇌의 부위들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또 집중력이 흐려지면 신경중추들의 연결 상태도 약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와이스먼은 연결이 해제된 것과 비슷한 이 상태가 권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뇌의 상호작용이 중단되고 나면 대뇌피질의 특정부위들이 불을 밝힌다는 점이다.

 

권태는 좌절, 식상함, 우울, 혐오, 무관심, 무감각, 그리고 갇혀 있거나 속박되어 있다는 느낌을 두루 표현한 단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권태라는 말은 각종 장애를 한데 감추는 용어이다. 권태라는 말이 광범위하게 쓰이고는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 종류의 의미는 새로울 것 없이 뻔하고 벗어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따른 결과이다.  권태는 대개 배부른 몸과 관련이 있는 감정이다. 포만감 처럼 권태는 통상 굶주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권태는 그 상황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더 심해진다. 반면 권태로운 일이라도 어떤 보람된 목적이 있다면 훨씬 더 견딜만해진다. 지루한 일은 언제나 지루한 일이다하지만 자발적 선택에 의해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일한다면, 그 지루함이 좀 사라진다. 그리고 실존적 권태는 한 개인의 존재 자체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 철학적인 질병으로도 여겨진다실존적 권태는 실제 감정이라기보다 어딘가 난해하고, 지적인 표현처럼 보일 때가 많다.  반면 단순한 권태는 우울과 화를 부르면서도 그 황폐함에서 우리를 지켜주며, 일상 속에서 살아 숨쉰다. 화가와 소설가들은 논리와 이성을 거스르는 감정 상태를 절묘하게 묘사해내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  형상화와 은유의 형태를 빌려 예술은 과학의 명확성과 비함축적인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굳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권태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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