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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사람의 마음은 고장난 콩팥

마음은 활기차면서도 위험한 동네와 같다. 대부분 즐거움이 넘치는 동네지만 자칫 방심했다가는 위험에 빠지는 곳이기도 하다때로 죄책감, 수침심, 불안감, 외로움 같은 감정이 너를 옭아매고 놔 주지 않을 것이다. 부당함, 불행, 죽음, 배신, 거짓말, 모욕감, 당혹스러움이 잊혀질만 하면 떠오르기도 할 것이고 , 그러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쁨, 경탄의 순간들이 불쑥 솟아올라 너를 즐겁게 만들기도 하고 말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을 손아귀에 쥘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을 비유하자면 고장 난 콩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콩팥은 매일 백구십 리터 정도의 혈액을 여과해서 필수 영양소를 걸러내고, 나머지 액체는 몸밖으로 배출한다. 우리의 마음은 매일 수십억이 넘는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단순한 감각을 자극하는 메시지로부터 과거회상, 미래예측, 감정의 반응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꺼리도 많다.

 

그런데 불행하게 마음은 영양가 있는 생각과 노폐물로 처리해야 할 생각을 잘 구별 못한다. 콩팥은 혈액중에서 영양분을 많이 걸러내고 극히 일부 노폐물만 배출하는 반면, 우리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 생각 중에서 적어도 구십퍼센트는 마음밖으로 배출해야 할 영양가 없는 것들이다우리 자아는 스스로가 스스로 세상의 중심으로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일일히 챙기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안다.

 

우리 마음을 생각해 보면  마음의 장난이 우리 하루를 망치고 잠 못이루게 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마음에 여과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이 들때 마다 우리 마음은 초인종 소리에 반응하는 강아지와 같다. 초인종이 울리면 중요한 사람이 왔다고 펄쩍펄쩍 뛰는 강아지 말이다. 우리 마음을 들여다 보면 참으로 변화 무쌍하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수시로 왔다가 가고, 또 왔다가 가고 그렇게 파닥거린다. 진득하니 한 생각에 전념하질 못한다. 이 생각, 저생각, 매 순간 근심 걱정뿐이어서 불안이 우리 영혼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든다.

 

수십 년간 선 수행을 해온 스님에게 마음의 풍경이 어떤지 물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오랫동안 수행하신 스님이라면 마음은 언제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잔물결 조차 일지 않는 연못과 같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 분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어떤 때는 소란스럽게 흐르고 또 어떤 때는 잔잔하지요. 때로는 밝은 빛 같기도 하고요,”  밝은 빛과 잔잔한 물은 모두 우리 마음 속에 있다. 다만 그것이 언제 바뀔지 모를 뿐이다. 그게 마음이다. 네 마음이 요동치는 것은 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