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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빙하의 시대

1815년 인도네시아의 숨바와 섬에서 멋지게 생기고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던 탐보라라는 산이 극적인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에 이언 해일로 수십만명이 사망했다.  세인트 헬렌스 화산의 150 배였고, 히로시마 원자폭탄 6만 개에 해당하는 그 폭발은 1만년 동안에 가장 큰 것이었다.  화산재와 먼지와 잔모래들이 대기중으로 흩어져 햇빛을 가리고, 지구를 식게 만들었다. 봄은 찾아오지 않았고 여름도 뜨겁지 않았다. 1816년은 여름이 없었던 해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는 흉작으로 고통을 받았다. 아일랜드에서는 기아와 함께 찾아온 장티푸스로 6만5천명이 사망했다. 뉴잉글랜드에서는 그 해가 19세기 동사의 해로 알려졌다. 6월까지 서리가 계속되었고 거의 모든 씨앗은 싹이 트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0.8도가 떨어졌을 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자연적인 자동온도 조절 장치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구 궤도의 모양이 주기적으로 타원에서 거의 원형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타원으로 바뀌는 것이 빙하기의 시작과 끝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처음 주장했던 사람이 바로 크롤이었다. 그 전에는 아무도 천문학을 이용해서 지구의 기후변화를 설명하지 못했다.  천체 움지임에 대해서 문외환이었던 밀루틴 밀란코비치라는 세르비아의 기계공학자의 노력 결과로 1930년 발간된 ‘수학적 기후학 및 기후변화에 대한 천문학 이론’이라는 책에서 빙하기와 행성의 흔들림 사이에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고 했다오랜 빙하기는 추운 겨울이 점진적으로 길어지면서 생긴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도 훨씬 더 신비스러운 것은 사실을 밝혀낸 것은 판구조론을 주장했던 알프레드 베게너의 장인이었던  러시아 태생의 독일 기상학자 블라디미르 쾨펜이었다.  쾨펜은 빙하기의 원인을 혹독한 겨울이 아니라, 서늘한 여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름이 너무 서늘해서 일정한 지역에서 내린 눈이 녹지 않게 되면 들어오는 햇볕이 모두 눈 표면에서 반사되기 때문에 냉각효과가 더욱 악화되면서 더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  그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  눈이 쌓여서 빙원이 만들어지면 그 지역은 더욱 추워지고 얼음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농업의 시작, 도시형성, 수학과 문학과 과학의 발전을 비롯한 의미있는 인류의 역사 전체가 날씨가 비교적 온화했던 비정상적인 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조금은 놀랄 일이다.  마지막 간빙기는 8000년 정도 지속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간빙기는 이미 1만년이 지났다.  지난번 빙하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대략 2만년 전에는 지구 육지의 약 30% 정도가 빙하에 덮여 있었다. 지금도 지구의 10%는 빙하에 덮혀있고, 14%는 영구 동토층을 이루고 있다.  지구상의 민물중에서 75%는 얼음에 갇혀있고, 북극과 남극 모두에 만년설이 있는 지금의 상태는 지구 역사상 아주 독특한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눈이 내리는 겨울이 찾아오고, 뉴질랜드와 같이 온화한 지역에서도 영구 빙하가 존재 한다는 사실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지구 역사에서 가장 특이한 상황에 해당한다.

 

현재 빙하기는 대략 4천만년전에 시작되었고, 그 사이에 살인적으로 혹독했던 빙하기와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던 빙하기가 섞여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호모에렉투스가 춣현한 후에 현대의 인류가 등장했던 지난 250만년 동안에 적어도 17 차례의 극심한 빙하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빙하기가 시작되었던 주된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히고 잇다.  하나는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 오르면서 공기의 흐름을 차단해 버렸고, 다른 하나는 파나마 지협이 형성되면서 해류의 흐름을 막아 버렸던 것이다. 지난 4500만년 사이에 섬이었던 인도가 3000킬로미터나 밀려올라가 아시아에 붙게되면서 히말라야 산맥이 솟아오르고 광활한 티벳 고원이 만들어졌다. 

 

가설에 따르면 높은 지형은 더 서늘할 뿐만 아니라,  바람이 북아메리카를 향해 북쪽으로 불게 만들어서 장기적 냉각현상이 더 쉽게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후 대략 500만년전부터 파나마가 바다 밑에서 솟아오르면서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틈을 가로막으면서 태평양과 대서양사이에 난류의 흐름을 차단해서 적어도 전세계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강우양식이 바뀌게 되었다.  그렇게 나타난 결과중의 하나가 아프리카의 건조화였다. 결국 유인원들은 나무에서 내려와 새로 나타난 사바나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가지게 되었다. 어쨌든 바다와 대륙이 지금과 같이 배열 되면서 빙하가 오랫동안 남아있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22억년 전에 엄청난 빙하기가 있었고, 그로부터 약 10억년 정도는 온화한 기후가 계속되었다. 그 시기를 극저온기 또는 슈퍼 빙하기라고 부른다. 당시 상황을 일반적으로 눈덩어리 지구라고 부른다. 이론에 따르면 태양의 복사량이 6% 감소하고, 온실가스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지구는 근본적으로 열을 저장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지구 전체가 남극대륙처럼 되어버렸다. 얼음으로 뒤덮힌 지구는 엄청난 양의 열을 반사시킬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얼어붙은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지구의 뜨거운 내부가 구원을 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1964년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빙원중의 하나인 알래스카의 프린스 윌리엄만에서 기록으로 남아있는 북아메리카의 지진 중에서 가장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리히터 규모 9.2로 측정되었다.  단층을 따라서 6미터나 솟아오른 곳도 있었다.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기후가 아주 오렛동안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믿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과거보다 훨씬 더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믿는 전문가들도 있다. 실제로 빙하기가 기온의 상승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온난화에 의해서 증발속도가 늘어나면 구름이 많아지고 고위도 지방에서는 더 많은 눈이 내려서 쌓이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는 역설적으로 북아메리카와 북부 유럽에 심한 지역적 냉각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후는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와 감소, 대륙의 이동, 태양의 활동, 밀란코비치 사이클의 느린 요동 등을 비롯한 아주 많은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대륙빙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은 20층 건물과 맞먹는 60미터나 올라가서 세계의 모든 해안도시들은 물에 잠길 것이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남극대륙의 서부에 있는 대륙빙이 녹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50년 동안에 그 주변의 수온은 섭씨 2.5도나 올라갔고,  대륙빙은 놀라운 규모로 븡괴되기 시작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앞으로 우리가 추위에 얼어죽게 될 시대를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마찬가지로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올 것 인지를 알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칼날 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빙하기가 지구에게는 절대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 빙하는 돌을 깨뜨려서 아주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 주었고, 수백종의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영양분을 제공해 줄 민물 호수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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