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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세포들(2)

크기나 모양에 상관없이 몸속에 있는 세포들은 기본적으로 똑같은 계획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모두가 세포막이라고 하는 바깥 껍질과 생명체를 살아있도록 해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핵, 그리고 그 사이에 바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세포질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속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세포속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에게 조차도 위험한 곳이다. DNA 사슬은 평균적으로 8.4초마다 갑자기 날아와서 아무렇게나 칼질을 하고 지나가버리는 화학물질들에 의해서 공격을 당하거나 손상을 입는다. 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신속하게 그런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어야만 한다. 단백질은 특히 활동적이어서 회전하고, 맥박 치고 매초 수십억 번까지 서로 충돌한다. 단백질 일종인 효소는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면서 매초 1000여번에 이르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일개미 처럼 분자를 만들고 또 만든다. 이 분자에서 조각을 떼어내서 다른 분자에 붙어주기도 한다. 지나가는 단백질을 살펴보면서 고치지 못할 정도로 손상을 입거나 잘못된 단백질에는 화학적인 표식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게 선별되고 나면, 운이 나쁜 단백질은 프로테아솜이라는 곳으로 옮겨져서 분해되고, 그 구성 성분은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데에 다시 사용된다.

 

세포는 리소좀, 앤도좀, 리보솜, 퍼옥시좀을 비롯한 온갖 크기와 모양을 가진 수백만 종의 단백질들이 역시 수백만 종의 다른 것들에 충돌하면서 영양분에서 에너지를 추출하거나, 구조를 만들거나, 노폐물을 만들거나, 침입자를 몰아내거나, 신호를 주고 받거나 수선을 하는 등의 평범한 일들을 수행한다. 심장은 모든 세포에게 충분한 양의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한 시간에 284리터의 혈액을 퍼내야만 한다. 산소는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간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발전소이다. 세포에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 수는 세포가 어떤 일을 하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세포에는 100여 개가 들어있다. 미토콘드리아가 포획된 박테리아에서 시작되었고 오늘날 우리 세포 속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는 자신의 고유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고 스스로의 시간표에 따라 분열을 하고, 자신의 언어를 사용한다. 우리의 존재도 미토콘드리아의 처분에 달려있다. 섭취된 거의 모든 음식물과 산소는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친 후에 미토콘드리아로 보내져서 아데노산 삼인산(ATP)이라고 부르는 분자로 변환된다. ATP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당신을 살아 움직에게 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ATP는 기본적으로 세포속에 돌아다니면서 세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은 배터리이다.  하루에 만들어 쓰는 ATP의 양은 몸무게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이다.  피부가 따뜻하게 느껴지면, 그것이 바로 ATP가 작동하고 있는 증거다.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세포들은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세포를 받치고 있던 모든 받침대가 해체되고, 모든 구성 성분들도 조용히 먹혀버린다. 그런 과정은 계획된 세포의 죽음, 즉 아포토시스라고 부른다. 매일 수십억 개의 세포들이 당신을 위해 죽어가고, 수십억개의 다른 세포들이 남은 것을 청소해 준다세포들이 격렬하게 죽을 수도 있다. 감염이 되면 그렇게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세포들은 죽어야 할 때면 죽게 된다. 사실 다른 세포들로부터 당장 필요한 임무를 부여받지 못하면 저절로 자살해 버린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세포가 예정된 순서에 따라 사라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분열되면서 마구 성장하게도 하는데, 그 결과를 '암'이라고 부른다. 사실 암세포는 혼란에 빠진 세포에 불과하다.  세포는 정기적으로 그런 실수를 하지만 몸에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이 준비되어 있다. 그런 과정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사람의 경우에는 평균 10억번의 1억배 정도의 세포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한번의 치명적인 악성 세포가 등장한다. 세포에서 가장 신비로운 사실은 가끔씩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 동안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잘 관리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세포들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받는다. 지시를 하고 정보를 요구하고 ,수정하고, 도움을 청하고, 정보를 갱신하고, 분열이나 죽음을 통보하는 시끄러운 신호들이 오고간다. 대부분의 신호는 호르몬이라는 특사들에 이해 전달된다인슐린, 아드레날린,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화학물질들이 외딴 곳에 있는 갑상선이나 내분비선에서 정보를 운반해 온다. 세포들은 인접한 세포들과 직접 교신해서 자신들이 서로 조화롭게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세포의 움직임 어느 부분에도 사고의 과정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모든 것이 그저 일어나면서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완벽하고, 반복적이고 신뢰할 수 있도록 일어날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세포내의 질서만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서의 완벽한 조화도 유전된다.  이제 겨우 그 내용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지만,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반사적인 화학반응들이 서로 겹쳐져서 당신이 움직이고,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지능은 낮더라도 역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직화된 쇠똥구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생명체는 신비로운 원자공학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해면을 체로 걸러서 세포들을 해체시킨 후에 다시 물 속에 던져 넣으면,  세포 조각들이 다시 모여들어서 스스로 다시 해면의 구조를 회복한다. 그런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더라도 해면은 끈질기게 다시 모여든다. 인간은 물론 다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해면도 계속 존재하고 싶다는 충동에 압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것이 이상하고, 고집불통이고,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분자때문이다. 그 분자는 스스로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것을 DNA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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