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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생명의 물질(1)

다윈이 깨달았던 것은 모든 생물들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을 해야 하고,  선천적인 장점을 가진 생물들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을 해야 하고, 선천적인 장점을 가진 생물은 번성하면서 장점을 후손에게 물려주게 된다는 것이었다. 생물종들은 그런 방법으로 끊임없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같은 민족이나 국가에 속하는 사람과 사귀고 있다면,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인척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글자 그대로 우리 모두가 가족인 셈이다. 우리는 신비스로울 정도로 닮았다. 사람들의 유전자를 비교해 보면 99.9%는 똑같다. 우리가 같은 종에 속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영국의 유전학자로 노벨상을 받는 존 설스턴의 표현처럼 대략 1000여개의 염기(뉴클레오타이드) 중의 하나에 해당하는 나머지 0.1%의 작은 차이가 우리에게 개성을 부여해 준다.  우리가 유전체라고 부르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보다도 도대체 유전자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세포에서 시작해보기로 하자. 세포 속에는 핵이 있고, 각각의 핵속에는 모두 46개의 복잡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염색체가 있다. 그중에서 23개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고, 나머지 23개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것이다.

 

거의 예외 없이 당신의 몸에 있는 99.999%에 이르는 거의 모든 세포들은 같은 짝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염색체는 당신을 만들어 내고 유지시키는 데에 꼭 필요한 완전한 지시사항을 가지고 있으며, 데옥시리보핵산 또는 DNA라고 부르는 실 모양으로 생긴 작고 신기한 화합물로 되어 있다. DNA는 지구상 에서 가장 놀라운 분자로 알려져 있다. DNA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저 핵속에 들어 앉아서 염색체들을 어떤 식으로든지 결합시키거나, 어떤 명령으로 활성화시키거나, 아니면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어떤 사소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거의 40억년 동안 단백질과 DNA는 생물계의 위대한 두 주역이었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암호를 이용하고 있었다. 서로 의사소통을 하려면 RNA라는 중재자가 필요하다RNA는 리보솜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화학 서기書記의 도움을 받아 세포의 DNA에서 전달되는 정보를 단백질이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전환시켜 준다.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지침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유전자는 그런 일을 멍청할 정도로 충실하게 수행한다. 유전자는 피아노의 건반과 비슷하다.  지나칠 정도로 단조롭게 단 하나의 음정만을 소리내고, 다른 소리는 전혀 낼 수가 없다. 그러나 여러개의 피아노 건반을 함께 두드려 연주하듯이 유전자들을 합쳐 놓으면 무한히 다양한 화음과 멜로디를 창조할 수가 있다. 모든 유전자를 합쳐 놓으면 인간 유전체라고 알려진 위대한 교향악이 되는 셈이다. 유전자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더 흔히 쓰이는 것은 그것이 인체를 움직이는 지침서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염색체는 책의 장에 해당하고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드는 개별적인 지침에 해당한다. 그런 지침이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코돈(유전암호)이고 글자는 염기라고 알려져 있다. 유전 알파벳이 글자에 해당하는 염기는 앞에서 설명한 아데닌, 구아니, 사이토신, 티민을 비롯한 네 종류의 뉴클레오타이드들이다.

 

DNA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복제의 방법이다. 새로운 DNA분자를 만들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나선을 이루는 두 개의 사슬이 재킷에 붙어있는 지퍼처럼 중간이 열리게 되고, 각각의 사슬이 새로운 짝을 형성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DNA의 복제가 매우 정확하게 이루어지지만, 100만 번에 한번 정도씩은 글자가 잘못된 자리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경우 가끔씩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병에 걸리도록 만들기도 하고, 약간의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보호기능이 우수한 색소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의 경우에는 적혈구 세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그런 작은 변화들이 개인은 물론이고,  집단 전체에 축적되어서 두드러지게 개성을 가지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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