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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생명의 물질(2)

우리 DNA의 97%는 주로 스스로 복제되기 쉽다는 단순하고, 간단하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하는 글자들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말해 DNA 중에서 대부분은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DNA자신을 위해 존재 뿐이다. DNA가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DNA를 복제시키는 기계에 불과하다.  DNA에 유전자를 만드는 지침이 들어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생물체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흔한 유전자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의 기능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역전사효소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단백질의 유일한 기능은 AIDS 바이러스 같은  레트로 바이러스가 아무도 모르게 인체에 숨어 들어가게 해주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몸은 우리에게 혜택을 주기는 커녕 때로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수도 있는 일을 하는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유전자가 그렇게 명령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변덕을 수용해야 하는 그릇일 뿐이다.

 

모든 생물은 어떤 의미에서 유전자의 노예들이다.  연어나 거미를 비롯해서 거의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물들이 교미과정에서 죽음을 각오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때문이다. 번식을 통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욕구는 자연에서 가장 강력한 충동이다.  연구를 통해서 신체 일부의 발달을 관리하는 호메오 유전자, 또는 혹스hox 유전자라고 부르는 주조절 유전자 집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분화되어서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는 수십개의 배아세포들이 어떻게 간 세포, 뉴런, 혈액세포 또는 심장판막의 일부 등 자신이 맡은 역할을 알아내는가의 문제였다. 그런 지시를 내리는 것이 바로 혹스 유전자들이고 모든 생물체에서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 그런 일을 수행한다. 3만5천개의 유전자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면, 인간에게 필요한 육체적인 복잡성은 도저히 만들 수가 없다. 따라서 유전자들은 서로 협력하는 것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의 운명이나 건강, 심지어는 눈 색깔까지도 각각의 유전자가 아니라 여러 유전자들의 연합 작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유전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주지 못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체를 어떻게 움직이도록 만드는가에 대한 운전 지침서 이다. 우리는 그 문제에는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  단백질은 모든 살아있는 생물을 움직이도록 해 주는 말馬 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하나의 세포에는 언제나 수억개의 단백질들이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 활동을 모두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더욱이 단백질의 거동과 기능은 유전자의 경우처럼 화학적 특성 만이 아니라 그 모양도 달라진다.  단백질을 고리 모양이나 코일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오그라들기도해서 언뜻보면 지나칠 정도로 복잡해 보인다.  단백질은 잘 접은 수건이 아니라, 미친듯이 구겨놓은 옷걸이처럼 보인다.

 

단백질은 그 기분과 대사환경에 따라서 인산화, 글리코실화, 아세틸화, 유비퀴틴화, 황산화가 되는 등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화학적 변환을 일으킨다포도주 한잔을 마시더라도 몸 속에 있는 단백질의 수와 종류가 바뀌게 된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단 하나의 계획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인간도 점진적으로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38억 년에 걸친 케케묵은 조정, 적응, 변이 그리고 행운의 수선 결과일 뿐이다.  놀랍게도 우리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초파리나 채소에 훨씬 가깝다. 바나나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기능과 똑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수가 없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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