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세균)는 당신의 몸은 물론이고, 우리 주위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박테리아로부터 도망가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피부에 붙어서 사는 박테리아는 매일 떨어져 나오는 100억개 정도의 피부 조각과 땀 구멍과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는 맛있는 기름과 힘을 북돋워주는 미네랄 성분을 먹고 산다. 그들에게 사람은 가장 이상적인 음식 창고인 셈이다. 내장과 콧구멍에 숨어있는 것과 머리카락과 눈썹에 붙어있는 것, 눈의 표면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빨의 에나멜에 구멍을 뚫고 있는 박테리아들도 엄청나게 많다. 소화기관에 살고있는 것만해도 적어도 400종에 100조마리가 넘는다. 당을 먹는 것도 있고 녹말을 먹는 것도 있으며 다른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것도 있다.
사람의 몸은 1경京개의 세포로 구성되었는데, 그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는 10京마리나 된다. 간단히 말해서 박테리아는 사람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셈이다. 물론 박테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그들의 작은 일부(세상)에 불과할 것이다. 인간은 덩치가 크고 항생제와 소독약을 만들어서 쓸만큼 똑똑하기 때문에 우리가 박테리아를 멸종 위기에 몰아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절대 그렇지 않다. 박테리아는 태양이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곳에 있었다. 지구는 그들의 행성이고, 우리가 이곳에 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허용을 해주었던 덕택일 뿐이다. 우리는 박테리아가 없으면 하루도 살수가 없다. 박테리아는 우리가 버린 것들을 처리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해준다. 박테리아가 부지런히 씹어서 먹지 않으면, 아무것도 썩을 수가 없다. 박테리아는 물을 깨끗하게 해주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준다. 내장속에 있는 박테리아는 비타민을 합성해주기도 하고, 우리가 섭취한 것을 쓸모있는 당과 다당류로 바꾸어 주며, 우리 영토로 몰래 숨어들어온 외래 미생물과 싸워서 물리쳐주기도 한다. 공기 중에서 질소를 빼앗아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뉴클레오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변화시키는 일도 박테리아가 맡아서 한다. 현대판 남조균을 포함한 미생물들은 지구상에서 호흡할 수 있는 산소의 대부분을 공급한다.
크리스티앙 드 뒤브에 따르면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주기만 하면, 하나의 박테리아가 단 하루만에 280조 마리로 번식할 수 있다. 인간의 세포는 하루에 겨우 한 번의 분열을 할 수 있을 뿐이다. 100만번 정도 분열을 할때마다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생물체에서 변화는 언제나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돌연 변이체들은 나쁜 운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우연히 항생제를 속이거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박테리아는 더욱 두려운 무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박테리아는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즉 박테리아는 다른 박테리아의 유전정보의 일부를 사용할 수가 있다. 특히 마굴리스와 세이건이 지적하는 것처럼 모든 박테리아는 하나의 유전자 정보의 마당에서 헤엄치며 살고 있다. 박테리아 세계의 한 곳에서 일어나는 적응성 변화는 다른 곳으로 전파될 수 있다. 그런 일은 곤충의 유전정보를 흡수한 인간에게 날개가 돋아나오고, 천장에 매달려 있게 되는 것 같다. 유전적 입장에서 보면, 박테리아가 작기는 하지만 넓게 퍼져 있으면서 절대 정복할 수 없는 하나의 슈퍼 생물체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하다.
책상을 젖은 수건으로 닦을 때처럼 약간의 수분만 공급해 주면, 박테리아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창조된 것처럼 번성하게 된다. 박테리아는 나무, 벽에 붙어있는 풀, 굳어진 페인트 밑에 있는 금속도 먹어 치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이 발견했던 티오바실루스 콘크레티보란스라는 미생물은 금속을 녹일 정도로 진한 황산속에서 사는데 만약 그런 황산이 없으면 죽어버린다. 미크로콕쿠스 라디오필루스라는 미생물은 원자로의 폐기물 탱크속에서 플루토늄을 미릇한 방사성 물질을 먹고 산다.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데이노콕쿠스 라디오 두란스는 방사선에 면역도 가지고 있다. 그런 박테리아의 DNA에 방사선을 쪼이면 잘라진 조각들이 공포 영화에서 불사의 생물에서 떨어져 나온 팔다리들이 다시 붙는 것처럼 다시 조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