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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이한음

유전적 진화

전세계 동물종의 수를 300만에서 1000만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많은 동물종 가운데 수천종은 고도의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 동물 사회성 진화의 세 정점이라 부르는 산호와 이끼벌레 등의 군체형성 무척추동물, 개미. 말벌. 꿀벌 등의 사회성 곤충, 그리고 사회성을 지닌 어류. 조류. 포유동물은 가장 진화한 동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동물들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모든 사회적 행동의 생물학적 원리에 관한 체계적 연구라고 정의되는 '사회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주연구 대상이 된다.  사회생물학의 수많은 기초자료와 일부 핵심 개념들은 생물들의 전반적인 행동 양식을 자연상태에서 연구하는 학문인 동물행동학에서 빌려온 것이다. 현대 동물행동학은 호르몬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나 신경계 연구와도 연관되어 있다. 연구자들은 동물의 발달과정 뿐아니라,  과거 심리학의 배타적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학습과정에도 깊이 간여하고 있으며,  가장 집중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종속에 인간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반면 사회생물학은 동물행동학(행동양식에 대한 연구), 생태학(생물과 환경의 관계 연구), 유전학 등을 총괄하는 종합적 학문으로서 사회 전체의 생물학적 특성에 관한 일반원리를 도츨하고자 한다. 사회생물학의 새로운 점은 기존의 행동학과 심리학 지식 속에서 사회 조직에 관련된 주요 사실들을 추출해 내고, 그렇게 추출된 사실들을 개체군 수준에서 탐구 되어온  생태학 및 유전학의 토대 위에 재구성하여 사회집단이 진화를 통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 그 방법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이다.

 

사회생물학은 대체로 사회성 생물종들의 비교연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 모든 생물은 진화실험의 산물, 수백만 년에 걸쳐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 이루어진 상호작용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실험들을 더 세밀하게 연구함 으로써, 우리는 유전적인 사회성 진화의 가장 근본적인 일반 원리들을 찾아낼 수 있고, 그것들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광범위한 지식을 인간 연구에 적용하는 것이다. 아마 외계에서 온 지구 생물 종의 과학자들은 '인간이 흥미롭지도 않고 지능도 낮고 열정도 그저 그렇고 사회조직도 이미 다른 행성에서 보았던 유형이라고 할지 모른다. 차라리 개미에 더 주목할지 모른다. '

 

과연 인간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행동은 상당한 수준까지 정의될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의 환경, 특히 문화적 환경과 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우리 눈에는 전 세계의 수백 종의 문화들이 엄청 다양하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변이들은 수많은 사회성 종들이 행성 위에서 구현하는 수많은 조직 형태 중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질문꺼리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인간들이 태어나마자 문화적 영향이 거의 전무한 환경에서 키워진다면, 인간 사회생활의 기본요소들을 새롭게 구성해 낼 수 있을까 추정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단기간내에 언어의 새 요소들이 발명되고, 문화가 풍요로워질 것이라도 본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기본 특징들은 도저히 바꿀수 없을 만큼 독특하지만,  대체로 다른 포유동물의 특히 다른 영장류들을 망라해서 나온 특징들과 유사하다. 행동을 조직하는데 쓰이는 몇가지 신호들, 지금도 볼 수 있는 먼 조상 때부터 쓰여온 신호들은 영장류와 대형 유인원의 신호로부터 논리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공포로 인한 일그러짐, 웃음, 심지어 조소까지도 침팬지 얼굴 표정과 유사하다. 구체적인 사회생활과 정신적 특성을 볼 때 침팬지는 이전에는 비교 자체가 부적당하다고 여겼던  영역들에서도 인간과 거의 같은 등급에 놓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이런 사실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유전적 토대위에 있다는 가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 행동이 근연관계에 있는 종들과 공유하고 있는 일부 유전자와 인간종 고유의 유전자로 조직된다는 가설과 일치한다.

 

유전자 적합성은 개체의 생존능력 강화, 개체의 번식능력 강화,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가까운 친족들의 생존 및 번식능력 강화라는 세가지 기본요소로 구성된다. 만일 어떤 유전자를 소유한 개체에게 특정 형질이 발현된다고 예정되어 있다면, 즉 그 형질이 어떤 형태의 사회적 반응을 낳고 다시 우월한 적합성을 수반한다면, 그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 더 많이 발현될 것이다. 자연선택이 무수한 세대동안 계속된다면 적합한 유전자는 집단 전체에 퍼질 것이고, 그 형질은 종의 특징이 될 것 이다. 수많은 사회생물학자, 인류학자, 기타 학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인간본성이 자연선택을 통해 형성되었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한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생물학 이론이 유전적으로 속박된 행동뿐 아니라, 순수한 문화적 행동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문화형성 능력과 함께 가장 기초적인 생존과 번식의 충동만을 부여 받았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생물학적 적합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행동을 습득할 것이다.

 

근친상간 금기는 인간의 보편적 사회적 행동 가운데 하나다.  형제, 자매 그리고 부모와 자식사이의 성관계는 어디 에서든 문화적 제재를 통해 억제된다. 근친상간의 금기는 어떤 이점이 있는가?  인류학자들이 애용하는 설명은 그 금기가 근친상간으로 나타나게 될 역할 혼란을 방지함으로써 가족의 통합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인류 유전학자 들이 행한 몇몇 연구에서 근친상간은 전반적인 몸집, 근육조화, 학업수행 능력 등이 뒤떨어지는 아이들이 나타난다. 것을 보여주었다. 근친상간은 치명적인 위험을 수반한다. 아버지ㅡ형제, 아들과 성관계를 맺은 체코 여성들을 조사해 보면 태어난 161명 아이들 중 15명은 사산했거나 생후 1년 이내에 죽었으며, 40퍼센트 이상은 심한 정신장애, 왜소증, 심장과 뇌의 기형, 농아 등 다양한 신체적 및 정신적장애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근친상간 때 나타나는 병리학적 증상들은 자연선택을 집악적이고 명쾌하게 보여준다. 집단 유전학의 기초이론은 사소하거나 중요하거나 간에 근친상간을 회피하는 모든 행동성향이 오래 전부터 인간집단 전체에 퍼져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상승혼은 여성이 부와 지위가 동등하거나 더 우월한 남성과 결혼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적 동물에서 짝의 선택을 통해 상향이동하는 쪽은 암컷이다. 이런 성별 편향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여성의 사회적 상향이동에는 결혼지참금이 수반되므로 소수의 중간층, 상층계급의 손에 부와 여성이 집중되고 극빈 남성들은 짝짓기에서 거의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인간의 행동처럼 복잡한 형질들은 대개 수많은 유전자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하나하나의 유전자가 미치는 통제력은 극히 미미하다. 일부유전자는 행동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며,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몇몇 돌연변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생화학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 차원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행동을 미묘하게 조절하기도 한다. 엔케팔린과 엔돌핀은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유사단백질로서 감정과 기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돌연 변이가 이런 물질들의 화학적 특성을 변화시킨다면, 그 소유자의 인격이 바뀌거나 적어도 주어진 문화 환경에서 차별성을 지닌 특정한 인격이 발달하는 쪽으로 개인의 성향이 바뀔지도 모른다. 따라서 머지않아 가장 복잡한 형태의 행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염색체 위에 지도화 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행동유전자들은 감정적 반응 형태와 강도, 특정 자극의 학습 용이성, 문화적 진화를 특정 방향으로 지시하는 부차적인 환경요인들에 대한 감수성 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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