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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이한음

인간 본성의 딜레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회성 동물들을 조사하러 어떤 다른 행성으로부터 날아온 동물학자에게는 인류학, 문학, 역사학, 사회학은 물론 법학, 경제학,  심지어 예술까지도 모두 인간이라는 한 영장류에 관한 사회생물학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모든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이 결국 생물학의 소분류들로 존재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윌슨은 종교와 윤리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사회행동은 결국 생물학적 현상에 불과하며 집단 생물학과 진화학적 방법론으로 분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스스로가 숨쉬고 먹고 마시며 인생을 살다 죽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생명의 주체라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생명체란 태어나서 일정 기간을 보낸 다음 어김없이 사라지는 존재일 뿐이다. 그에 비해 태초에서 지금까지 면면이 명맥을 유지해온 DNA야 말로 진정한 생명의 주체이다. 유전자의 눈 높이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이 새로운 관점에 따르면 사랑, 윤리, 자기 희생, 종교 등 인간만이 갖고 있을 법한 특성들 조차  인류의 진화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번식을 도왔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우리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번식을 돕는 성향을 조절하는 유전자는 그 만큼 더 많은 복제자를 후세에 남겼을 것이고,  또 그래서 그 성향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많이 발현된다는 언뜻 생각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한 지극히 간단한 논리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금방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생명체는 누구나 유전과 환경의 공동작업에 의해 형성되는 독특한 존재다. 아무리 완벽하게 똑같은 존재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도 모든 성품이나 사고까지 똑같은 복제품은 아니다.  아무리 같은 자궁 속에 컸어도 미세한 수준에서 그들의 초기 발생 환경은 차이가 있었고, 더욱이 태어난 후에는 한집에서 자란다 해도 분명히 다른 환경 요인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영혼을 지니게 된다. 한 생명체가 죽으면서 다음 세대에 남길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 DNA 뿐이며, 그 DNA속에 들어있지 않는 정보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수 없는 법이고 보면, 생명현상의 모든 것은 일단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것은  우리 몸 속에 날개를 만들어 주는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자는 필연적으로 우리 운명을 좌우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동일한 유전자가 언제나 동일한 모습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유전자가 표현되는 과정이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유전자를 복제한 것이지 생명체를 복제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칭기즈칸을 복제한다 하더라도, 그가 징기즈칸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대한 정복자가 될 약간의 포악한 성격은 타고날지 모르나, 세상이 완전 딴판으로 바뀐  현대에 그가 제2의 칭기즈칸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 지난 수 십년 동안 이 지구상에서 벌어진 생명의 역사는 결국 DNA라는 기막히게 성공적인 화학물질의 일대기와 다름없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뇌가 1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진 기계이고, 정신의, 제한된 숫자의 화학및 전기 반응의 총체적인 활동이라는 말로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면,  인간의 능력을 가로막는 경계선이 즉,  우리는 생물학적 존재이고 우리 영혼은 자유롭게 날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하게 된다. 인간의 정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장치이며, 이성은 그 장치의 다양한 기능중 하나일 뿐이다. 종은 자신의 생물학적 본성 외에 그 어떠한 목표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앞으로 100년내에 인류가 행해야 할 일, 즉 기술과 정치의 난관을 극복하고 , 에너지와 자원의 위기를 해결하며, 핵전쟁을 피하고 인구증가율을 조절하는 것 등이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세계는 최소한의 안정된 생태계와 풍족한 인간적인 삶을 기대 할 수는 있다. 사회가 에너지를 특정 방향으로 집중시키면, 선험적인 목표들이 급속히 붕괴될 수 있다는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진정한 도덕적 목적들은 서서히 퇴색되어 왔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그것들은 신기루처럼 하나씩 사라졌다. 인간에 대한 더 참된 정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윤리를 탐구하려면, 인간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정신의 장치를 해부하고 그것의 진화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뇌에는 우리의 윤리적 전제들에 심층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천적인 감지기와 작동기가 들어있다. 윤리는 이 근원에서 나와 본능으로 진화했다.  감정중추는 대뇌피질 사고영역 바로 밑에 있는 신경세포와 호르몬 분비세포의 복합적인 변연계내에 있다. 인간의 감정적 반응들 그리고 그것에 바탕을 둔 더 일반적인 윤리실천 행위들은 수천 세대 동안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상당한 수준까지 프로그램되어 왔다. 인간행동이 생물학 법칙을 통해 상당한 수준까지 단순화 된다면, 인류는 그다지 독특하다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고 그만큼 비인간적인 존재로 보일 것이다. 생물학이 인간본성을 푸는 열쇠이기 때문에 사회과학자들은 급속하게 강화되고 있는 생물학 원리들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사회과학이 훨씬 더 풍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궁극적으로 사회과학자들은 적절한 생물학 개념들을 흡수하고 나서 그것들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인간 연구의 진정한 대상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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