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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생물학이다(에른스트 마이어,

개인은 어떻게 도덕성을 습득하는가?

행동주의자들은 우리는 백지 상태로 태어나며,  모든 행동은 학습의 결과로 생겨난다고 믿는다. 반면 동물 행동학자들과 사회생물학자들은 우리가 상당부분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있다고 믿는다. 행동주의자들은 인간의 윤리성향의 대부분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막강한 증거를 내세운다. 서로 다른 민족 집단과 종족의 엄청나게 다른 종류의 도덕성, 특정 정치 체제 하에서 또는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도덕성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상, 노예, 소수에 대한 거침없고 비도덕적인 행동,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과 같이 전쟁에서 보여주는 잔인함,  유아기 때 학대, 성적 유린 등을 겪었을 때의 성격 파괴 등등이 그것이다.

 

지난 몇십년 동안 축적된 증거들은 인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선천적인 성향과 학습 모두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절대적으로 큰 부분은 같은 문화집단의 다른 성원들을 관찰하거나, 그들로부터 교육받아 형성된다. 인간은 행동프로그램이 매우 열려있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들과 구분된다. 많은 행동의 대상과 그에 대한 반응이 본능적, 즉 닫힌 프로그램의 일부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습득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학습과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다른 것들에 비해 특별히 쉽게 습득되는 것들이 있음을 발견했다후각적인 동물은 시각적인 동물에 비해 냄새에 대해 더 쉽게 배운다.  만일 인류의 역사에서 어느 특정한 도덕규범들이 특정한 집단들의 생존에 기여했다면, 그러한 행동규범들을 저장할 수 있도록 열린 프로그램의 구조가 선택되었을 것이다.

 

한 개인의 가치체계는 대체로 그의 청소년기 동안, 이 열린 행동프로그램에 주입된 것들에 의해 조정 된다.  인간의 열린 프로그램의 이 엄청난 수용능력이 바로 '윤리'를 있게 했다유아기 때 만들어진 기본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평생을 간다.  우리는 아이들 책에서 도덕을 운운하는 걸 우습게 여기고 학교에서 대부분의 도덕을 없애버렸다. 만일 부모가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권위를 가장 잘 수용하며, 규범들에 가장 쉽게 감화感化 받는다. 우리는 가치관이 급변하는 사대에 살고 있고,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도덕의 붕괴를 개탄하고 있다.  이 붕괴가 상당 부분 청소년들에 대한 윤리교육의 부실에서 오는 것이라는 주장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훌륭한 윤리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에게 자신의 행동이 사회의 최고 기준에 부합하는가를 묻게함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인식을 강화한다. 자기 스스로를 점검하는 강력한 행동제어를 우리는 흔히 '양심'이라 부른다.

 

인류에게 가장 적합한 윤리체계는 어떤 것인가? 전쟁, 질병, 식량부족 등 인류가 전통적으로 맞닥뜨렸던 문제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훨씬 더 성공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치관에 관련된 일련의 새로운 문제들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가족 붕괴, 마악, 가족 학대, 자원 고갈, 환경파괴 등이 그것이다. 서구의 전통규범은 인류가 매우 급격한 상태 변화를 겪으면서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았다철저하게 자기 세력권을 지키던 유목민들에게 유리했던 윤리규범들은 오늘날 거대한 도시환경에 적합한 규범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원시사회들은 물론 구약시대, 그리스시대, 심지어는 18세기와19세기에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한 유럽인들 사이에도 자기 집단의 성원들을 상대할 때와 이방인들을 상대할 때 철저하게 다른 윤리기준이 적용되었다.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이런 행동을 보였고 영국처럼 단일민족에서도 사소한 미덕, 애국심, 그리고 종교집단, 정당, 전문가 집단, 사회계급 사이에 강령의 차이가 있었고, 지금도 존재한다. 이런 차이들이 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초래한다. 이 같은 현상은 보다 고상한 상류계급 사람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계층사람들의 도덕관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윤리규범을 정할 때 더욱 문재가 된다. 몰락하는 로마제국의 도덕성에 반기를 들었던 초기 기독교들이 좋은 예다. 한 집단의 영역이 커지면서 다른 윤리체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들과 결합하게 됨에 따라 갈등은 불가피하다.  제각기 자기의 도덕관이 가장 훌륭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성의 권익에 관하여 현재 미국인들과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갖고 있는 도덕관의 차이,  또는 미국내에서 낙태에 관하여 페미니스트들과 몇몇 종교집단들이 보이는 차이들만 봐도 쉽게 알 수가 았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윤리는 자신의 가치관이 다른 집단의 가치관과 부딪힐 때 어떻게 그 갈등을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지나친 ' 자기 중심주의와 개인의 권리'에 대한 주장이 우리시대가 당면한 두 번째로 큰 윤리문제다.

 

마틴 루터킹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권리에는 반드시 의미가 따른다'는 것을 강조한 거의 유일한 자유투사 였던 것 같다. 우리의 지나친 자기 도취는 그 뿌리가 여러 갈래다. 대중사회, 프로이트의 이론, 개인의 권리를 무시하던 전 세대에 대한 반응,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아부해야 하는 정치체제, 그리고 유일신 종교들이 강조하는 개인이 지켜야 할 윤리 등이 그것이다. 개인적인 윤리와 사회 또는 공동체의 윤리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할 때면, 거의 틀림없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그리고 윤리적으로 큰 문제는 자연 전반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발견함으로써 나타난다. ' 경제와 인구의 성장'은 모두 우리의 서구 가치체계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중국,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는 많은 서양의 인도주의자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권리마저 일부를 박탈해가며 윤리관을 조정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딜레마는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이 발견한 가치간의 갈등이다. 번식과 자연유린에 관한 우리의 무절제한 권리는 인류의 발전은 물론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수백만 종의 야생동물과 식물들의 생존권에 위배된다.

 

자연 전체에 대하여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개념은 놀랍게도 아주 최근에 발생한 윤리규범이다. 윤리적으로 가치있다고 생각한 것의 대부분은 특정한 개인들의 단기적인 이득과 상충하기 때문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치체계의 이기적 성향을 줄이고, 공동체와 모든 창조물에 대한 더 큰 배려를 하지 않는 한, 인간 종種과 자연계의 미래는 불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록 우리의 생활수준을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지속적인 성장 이념을 버리고, 안정 경제이념을 채택해야 한다. 유목 또는 농경사회에서 도시 대중사회로 전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밀 低密度 세계로부터 엄청난 인구와 거대한 도시들의 현대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것도 우리의 가치체계에 엄청난 적응을 요구한다. 우리가 계속 적응 잘하는 종으로 남으려면 미래의 윤리규범들이 이 같은 문제들의등장과 함께 진화할 수 있도록 유연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윤리의 기본전제는 그 누구도 환경에 대해 미래 세대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 어떤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에는 재생산 되지 않는 자원의 무분별한 사용, 자연 서식지의 파괴, 그리고 인구증가 등이 포함된다.  이 원칙은 이기적 사고와 필연적으로 상충하기 때문에 강요하기 어렵다. 인류 전체가 이 같은 환경윤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자연스럽게 동물들과 그들의 행동, 그리고 서식지에 관심을 갖고 있고, 환경의 가치를 강조할 수 있는 어린이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리란 매우 개인적인 일이며 선택이다.  나의 가치관은 ‘그것은 인류에 대한 믿음, 동료애, 그리고 헌신이다. 인간은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원칙은 인류 미래를 밝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윤리규범은 다 이 기본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

 

각 개인이 모두 우리 종의 미래에 책임을 공유하고 있으며  '보다 큰 집단에 대한 책임감'은 개인을 위한 일 못지않게 우리 문화 윤리의 일부라는 점에서 진화적 인본주의는 부담스러운 윤리다. 각 세대가 모두 인간 유전자풀은 물론 다치기 쉬운 모든 자연의 관리인이다.  진화는 우리에게 개인의 필요를 넘어, 보다 큰 집단의 필요를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진화에 대한 이해는 건강한 인간사회를 유지할 수 있고,  인간의 관리인 정신에 의해 보존 되는 세계의 미래를 위한 건전한 윤리체계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세계관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