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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인문학 (전국국어교사모임, 황

인문교육과 예술교육

배운 사람이나 배우지 않은 사람이나,  가진 사람이나 가지지 않은 사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젊고 어린 사람이나 가릴 것 없이 한국 사회 곳곳 각계층, 직업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과 극단적인 이기주의 공공성 부재 상황은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종래에는 가져보지 못했던 인문교육 방법론과 활동 방식이 ‘인문예술융합교육’입니다.  ‘인문예술융합 교육’은 ‘문화예술융합교육’과는 다릅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문화와 인문 개념의 차이일 것입니다. 교육의 차원에서 고려될 때, 우리 시대가 추구하는 커다란 삶의 방향이나 가치관 같은 이념의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인문보다는 큰 개념입니다.  문화 반대어가 자연인데 인문 반대는 무엇일까요?

 

인문이라는 말을 사람의 무늬 즉 사람다움이라는 우리 말로 풀어 볼 때, 인문의 반대어는 야만같은 개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화가 기치 중립적인 개념인데 비해 인문은 가치지향적 개념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이 상대적으로 기능적이고, 정서지향적 개념인 데 비해 인문예술교육은 정신지향이고, 가치지향적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은 사람다움의 지향일 것입니다. 인문교육은 사람다움에 대한 성찰과 지향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다움에 대한 개념 설정에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기준을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의 유행이나 포풀리즘 같은 것이 아니라,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이 시대가 갖게 된 하나의 시대적 과제이자 미래로 나아가는 전망 속에서 갖게 된 비교적 보편적이고 공평무사한 부드러운 이념-  가치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의 심성과 경쟁하는 개념이 짐승이었던 시대에 비해 문명화 되고,  교육의 보편성에 의해 최소한의 짐승성을 벗어난 문명사회에서는 오히려 기계처럼 지나치게 계산적인 이성이 더 문제적인 것으로 인식 됩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문정신과 예술이 결합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예술적 재능이나 예술의 목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입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크리에이티브, 창조성, 창의성, 새로움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다른 얼굴을 하고,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취향을 갖고,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경험을 해왔는데 왜 모두 똑같은 모양의 별을 그리는가? 우리가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우리 대부분이 가진 보편적 생각이 실제와 어긋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얼마나 획일성에 갇혀 있는지 드러냅니다. 

 

과학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깨달움중 하나는, 모든 과학적 발견이 우리가 직접 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배반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몸의 직접적인 지각을 통해 얻은 감각적 지식을 통해, 인간은 사물에 대한 어떤 표상, 즉 이미지-지식을 얻게 되는데 실제로 보면 우주를 이루는 어떤 수리적 섭리와는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직접경험과 보이지 않는 사물의 실제 사이에 난 간극을 따져 묻고, 사물의 실재를 일종의 추상적인 그림을 통해 간명하게 나타낸 것이 바로 수학적 공리나 과학의 수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창조성의 핵심은 사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현존하는 사물세계의 오류를 바로잡고, 보다 정확히 보는 능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상식적 인간들을 철저히 따져보지 않기 때문에 실재와 괴리된 사물 세계의 인식을 갖고 살게 되며, 심지어는 특별한 인식론적 투쟁을 하지 않으면 평생 동안 갇혀있는 인식론적 오류들이 비일비재 합니다.

 

예술가의 창조성은 이 실제와 머릿속에 그려진 이미지- 인식의 간극을 문제삼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더 정확하게 보려는 인식론적 노력 속에서 발생합니다. 사실 좋은 시인들은 정확한 관찰을 즐기며, 그 방법을 자기 나름대로 찾는 사람들 입니다.  난해한 시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상李箱을 이상한 소리를 잘하는 인간의 전형으로 얘기하지만, 이상의 시는 상식이라고 얘기되는 인식론의 허점을 파고들어,  사물세계를 더 정확히 관찰한 인식론적 투쟁의 산물입니다. 시인 이상李箱의 독창성은 관찰의 산물이지 이상한 생각의 산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