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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

2세 무렵의 그림책

 

어린이에게 무리하게 강요하거나 이것저것 지도법을 강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아이를 달래고 어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낭비하고 초조해 할만큼 큰 일은 아닙니다. 그림책 한권으로 안색을 바꾸지 말고 여유를 가지십시오. 그것이 아기에게도 마음편하고 좋습니다. 그림책은 유익하다거나 도움이 된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어린이 생활속의 즐거움이어야 하니까요. 유아 그림책은 유아 일상생활 체험을 적용한 생활그림책이 좋고, 다음으로 사물그림책이라는 극히 초보적인 지식 그림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동요나 시 그림책 혹은 시적인 리듬이나 템포가 있어 언어가 생기 있게 다루어진 문장이 있는 그림책이지요.

 

그림책은 곰의 모습을 빌려 표현하고 있지만 이야기 설정은 유아 자신입니다. 곰은 성별도 인종도 문제가 안 되는 데다, 약간 몰개성적이며 보편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유아가 자신과 동일시하기 쉽습니다.  요컨대 친근감이 있고, 자신을 대입하기 쉬운 주인공이야말로 생활그림책의 필수조건이라 하겠습니다. 그림책 언어가 삽화의 이미지와 함께 어린이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생활체험과 결합하여 정착합니다. 언어, 삽화와 생활속의 행동이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면, 그림책의 그림과 실생활의 체험이 떠오르고 생생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이런 실감이 나야 그림책이 즐겁고 재미있다고 느끼며, 그림책은 그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유아의 생활속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것이 생활 그림책의 매력일 것입니다.

 

유아는 매우 밝은 귀를 가졌습니다.  언어나 소리에 대해 아주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아기에 언어나 소리에 대해 풍부한 체험을 한다면 어린이의 언어 혹은 음악에 대한 감성이나 능력은 신기할 정도로 발달할 것입니다.  특히 두살부터 네살까지의 유아는 소리나 음성의 울림이나 재미,  기분좋은 리듬이 있는 문장을 좋아하고, 귀를 기울입니다.  이것은 문장이나 언어의 리듬이 갖는 음악적인 쾌감에 생리적으로 끌리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두세살 무렵일 때 자기가 만나는 대상에 눈을 반짝 크게 뜨고, 온몸으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의력을 한껏 발휘한 후에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 조용한 휴식의 세계로 돌아오는 당김과 늦춤이 있는 리듬에 상당히 유념해야 합니다. 고야스에 의하면 루돌프 슈타이너 교육론에서는 생후 가장 중요한 것이 호흡이며, 깨어나고 잠자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3세부터는 의지력이 중요하고, 7세까지는 생명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생명력이란 독일의 문호 괴테가 중요시한 ‘생명 있는 것은 모습을 바꾸어 가며 발전한다’ 는 사고방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조기교육, 주입식 교육은 깨어남과 잠듦의 리듬을 깨뜨리고, 어린이를 끊임없이 수동상태에 머물게 합니다. 그리하여 내적인 의지력, 생명력이 자라는 싹을 잘라버리는 것 이지요.  경험이 책을 풍부하게 하고, 책이 경험을 풍부하게 합니다.  나는 이렇게 어린아이도 책과 생활 속에서 교류하는 모습을 보며 경탄합니다.  그림책은 스며들듯 수용할 때 가장 올바르게 받아들여집니다. 교육의 태두리 속에 그림책을 마련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유아에게 '무엇인가 알게 하자. 집어넣자'하고 온갖 재주를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나는 다 일고 난 다음에 아이가 감탄하는 깊이, 눈의 반짝임에 최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때의 행복감과 충족감이 유아의 성장 에너지가 된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그림책은 스며들듯이 수용될 때 가장 올바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는 화이트의 생각에 나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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