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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

감동하는 마음을 기른다.

최근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감동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일에 무관심하고 소홀한 것 같습니다. 가정에서도 그렇고 학교 교육 역시 가르치는 교육, 주입식 교육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유아기부터 어린이에게 지식을 쏟아붓습니다. 요즘 어른들은 자녀 성적에만 지나친 관심을 갖다보니 머리에 지식을 집어넣는 쪽으로만 정신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자녀 마음은 메마르고 텅 비어 간다는 것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성적에 쫓기다 보면 머리에는 지식이 가득하지만, 그 지식을 제대로 사용하는 능력은 길러지지 않습니다. 머리에 쌓여 있을 뿐인 지식은 책장에 꽂힌 백과사전 같은 것입니다. 머리에 지식이나 정보를 꽉꽉 채워갈수록 머리의 움직임도 그 사람 감성도 둔해질 수 있습니다.  지식을 사용하는 힘은 지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머리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이 작용해서 생겨나는 힘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열 살전까지의 어린이에게 일상생활에서 깊이 느끼고 깊이 생각하는 체험이 반복됨으로써 지혜를 가르치는 기초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추상적이고 막연하지만,  이 시기에 인간의 오감을 완전히 가동시켜 확실히 보고,  확실하게 듣는 집중력과 관찰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이외의 다른 것에 감각을 느끼는 작용이라고 할까요? 그림책은 이러한 경험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림책은 깊이 느끼고, 깊이 생각하는 방법과 기회를 어린이 생활 속에서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하니까요.그림책은 자식을 주입하거나 글자를 가르치거나 혼자읽기를 훈련하는 교재가 아닙니다. 어린이에게 그림책이 즐거움이고, 기쁨이 될 때, 비로소 어린이는 그 그림책의 세계에 이끌리고 공감합니다.  깊이 느끼고 깊이 생각하는 힘이 움직입니다. 여기에서 감동하는 마음을 기르는 실마리를 찾는 것이지요.

 

어른 자신이 먼저 공감하고 감동한 그림책을 어린이에게 읽어주면 신통하게도 듣는 어린이 역시 그림책에 큰 관심을 갖습니다. 아마도 읽어주는 사람의 마음이 전달되어 어린이의 마음을 흔드는 이겠지요. 어른이 억지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려고하면, 오히려 어린이는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자연스럽게 어른의 감동을 전할 때에만 어린이는 마음을 활짝 열고, 그 감동을 받아들입니다. 깊이 느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근원은 풍부한 언어표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갓난 아기 때부터 따뜻한 말을 듣고, 그 말에 담긴 풍부한 느낌을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자라는 힘이 길러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체험은 기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자녀를 기른다는 것은 자녀에게 기쁨을 주는 일입니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요? 그러한 기쁨을 많이 느껴본 어린이는 자라면서 기쁨을 창조하고, 기쁨을 전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현대도시 생활에서 이웃간에 마음이 오가는 말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언어가 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삶에 언어가 빈곤하고 이미지가 빈곤한 곳에 공감이 있을 수 없습니다공감없이 함께 산다는 것은 어렵습니다가정에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 자라는 터전이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옛날 이야기는 언어의 세계입니다. 그림책의 문장과 그림도 언어의 세계입니다. 이렇게 풍부한 언어의 세계에 어린 자녀의 손을 이끌고 함께 여행하며 언어의 기쁨을 나누어 주세요.  그것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로 가능합니다.  어린이 혼자서 길을 떠나게 하지 마세요.  읽어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체험을 나누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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