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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숨겨진 삶 (마이클 톰슨외

놀이 하기

연구에 따르면 유아의 우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지리적 인접성과 친밀감이다.  아기들이 자신들의 친구를 선택할 수 있으려면 정기적으로 같이 있어야 하고, 그 관계를 발전 시킬 수 있을만큼 그 모임의 구성원들을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아기들이 그들의 우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술이 더 필요하다. 최소한 기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호감을 갖는 다른 아기들에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세계에 정통해 있으며 어른들에 대한 자신의 애착을 지속한다. 그들은 만사가 다 좋다. 있어야 할 우정이 없는 것이 아니며, 단지 그들의 레이더망에 우정이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항상 혼자서 혹은 어른들과 함께 정복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이 우정이라는 감정에 이르게 되는 진도는 각자 다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생후 첫 해에 아기들의 우정이 나타나며 그렇게 한 살짜리들이 선택한 우정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들이 매일같이 주고받는 수많은 상호작용 가운데 서로를 밀치거나, 울거나, 화를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떤 방의 더 어린 유아들이 어른들만을 계속해서 주시하는 반면, 어떤 방에 있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의식하고 있다. 15 개월만 되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시때때로 애정에 대한 욕구를 느끼기 때문에 선생님의 무릎이든 그 밖의 무엇이든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우정의 전제조건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우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긴장감은 평생 계속된다. 아기들의 우정이 시작되는 토대는 같다. 서로에 대해 친근감이

있고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어떤 대상에 대한 선호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걸을 수 있는 연령대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상대에게 다가갈수 있고 서로 협력해서 놀이를 수 있으며, 그 놀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놀이를 배우는 것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사실 놀이는 유년기의 본질이다. 그것은 아이의 정신 건강이며 오락이다. 아이들은 훨씬 세련되게 일을 해결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이것이 네게 얼마나 중요할까? 그리고 '이 일은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의 놀이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짜임새가 있을 뿐더러 또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들은 상징단계의 복잡한 놀이를 이미 터득했다. 상징단계란 서로 흉내내기를 할 수 있는 단계를 두고 심리학자들이 하는 말이다. 아이들의 놀이는 그들이 사회적 모방,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그리고 역할 바꾸기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로 서로를 인식한다.  이런 능력은 모두 발달 단계가 진행되어야 얻어지는 성과들이다.

 

사교기술이 있으면 우정을 만들어내기가 쉽다.  사교기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 있으면 우정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정이란 아이들이 서로를 선택하고 서로를 믿고 서로를 사랑하느냐의 여부로 정의 되어야 한다.  사교적이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하는 놀이에 끼려고 노력하다가도 너무나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그만 두고 만다. 최고의 친구가 행복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또래들과의 긍정적인 교류는 필요하다.  사교적 신호를 알아채는 능력이 전혀없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은 친구들의 기분을 맞추고, 그들의 관심사에 함께 관심을 보여주는 일에 미숙하다. 너무 예민하거나 좌절감을 통제하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켜서 장차 친구가 될 아이들에게 위협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자신이 맺은 관계에 대해 자신감과 신뢰를 가져야 그것이 나중에 우정으로 발전될 수가 있다.  캐롤리 하우즈는  ‘ 아주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우정은 조화로운 엄마와 자녀의 관계를 닮은 친교 형태이다’라고 서술하고 잇다.  아이들이 보이는 호의와 신뢰가 그들의 엄마로부터 단단하게 형성된 애착의 재생산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조화가 없으면 친구관계도 무너진다. 우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여건을 가지고 있다. 즉 지리적 인접성, 친밀성, 놀이를 조정하는 능력 및 그것을 유지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에겐 또 다른 기술도 있는데, 이것은 아동발달에 있어서 점점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문제이다. 그들이 평생 사용하게 될 그 기술이란 바로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이다.

 

남과 나눈다는 것,  그것은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하다놀이를 조정하기 위해 아이는 개인적 욕구나 욕심을 기꺼이 포기해야 하고, 상상 놀이를 하며 같이 놀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남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발달상의 성과이다.  3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놀이가 이루어질 수 있을 만큼 지속적인 나눠갖기를 할 수 없다.  다섯 살 정도는 되어야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이 정도의 발달단계에 들어선다. 무엇이 그들을 초기의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 공동의 놀이를 하도록 유인하는가? 그 답은 다른 누군가와 함께 노는 것이 혼자서 노는 것보다 더 창의적이고 훨씬 더 재미있다는데 있다.  바로 당신이 만들어 놓은 것을 칭찬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와 같은 파장을 갖기가 매우 어렵다. 어른들은 너무 통제하려 들고 지나치게 자의식이 강하고, 어린 시절의 놀이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기에는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있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이 우정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 자기가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과 애정 이라면, 놀이에서의 주고받음은 어린시절의 우정에서 나타나는 두번째로 커다란 발달상의 성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