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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숨겨진 삶 (마이클 톰슨외

가정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1)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 다른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배울까?  어떻게 사교적인 접촉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것을 배울까? 이런 과정에 대단히 강력한 힘, 즉 부모와 자식간의 애착이 작용하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탯줄이 끊어지고 나면,  엄마와 이어져 있던 아기의 육체적 고리는 끊어진다.  대신에 감정적이고 실리적인 애착이 생겨난다. 이런 애착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동안 스스로의 방향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개인에게 심리적인 버팀목을 제공한다아이의 첫 번째 친구가 되는 사람은 바로 엄마다. 그 최초의 애착이 어떠했느냐 하는 것이 그 이후에 어떻게 아이들이 친구들과 사귀고 학교에서 활동하고, 낯선 상황에 반응하는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안전하게 애착을 이룬 아기는 엄마를 안전한 항구라고 느끼며,  거기서부터 밧줄을 풀고 출발해 세상을 탐험한다.  엄마가 가까이 있을 때 아기는 편안함을 느낀다. 아기는 조금씩 엄마에게서 떨어져 있는 시간을 늘려가면서 세상속으로 뛰어들어 탐험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과 방위수단을 차곡차곡 축적하게 된다. 유년기의 두려움과 상처는 그런 굳건한 애착이 없이는 회복되기 힘들다. 애착이론에서는 보살핌을 받을 때의 경험을 통해 유아가 자기 자신과 타인의 초상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나 자신과 너에 대한 내적 이미지가 상호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관계가 다 원만하다면 자신을 걱정없고, 사랑스럽고, 유능하며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자신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존재로 여긴다.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내적 이미지는 아기와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 사이의 수많은 작은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며, 그것은 아이들의 인간관계 기반이 된다. 애착은 하나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 쌍이 되려는 것이다.  인생의 출발 단계에 있는 아이들이 유능한 사회적 존재로 자라나도록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를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는 강렬한 우정의 전조가 되는 것이 많이 발견된다. 굳건한 애착을 통해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즐거움과 친밀감을 얻게 된다. 애착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과 맥을 같이한다. 부모와 자녀간의 친밀감은 중요하다. 부모를 상대로 대인관계에서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와 돌봐주는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최초의 애착은 특히 강렬하다.  그것은 결국 생물학적인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훌륭한 애착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아기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주는 일만큼이나 간단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아기가 점심을 먹은 후에 조용히 지내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만큼이나 복잡미묘할 수도 있다. 수용적인 엄마는 언제나 아이가 실망하거나 눈물을 보일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또 조용히 그리고 되도록 빨리 완벽하게 아이의 대부분의 요구에 응해준다.  반응을 보여준다는 것은 서로간의 주고받기를 필요로 한다.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엄마가 그 표정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취하듯 두 사람 사이의 공감이 포함된다.

 

마음이 안정된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만한 존재라고 여기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대한다. 좋은 부모는 가족이란 비록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 수용적인 태도와 민감함이 훌륭한 애착을 형성하게 하는 부모의 행동이듯,  그것은 또한 좋은 사귐을 이끌어내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안전하게 애착을 이룬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가 언제든지 자기 말을 들어주고 필요할 때면 기꺼이 자기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친구에 대한 꽤 괜찮은 정의가 아닌가? 아이에 대한 무신경한 태도는 불안한 애착을 낳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도움이 안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굳게 만들고, 자기 자신 역시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기를 보살펴주는 사람에 대해 믿음직하고, 견실하고, 다정하고, 애정이 깊고, 호의적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세상을 탐험하는 데 필요한 용기도 북돋워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놀이방이나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서로 만날 때 그들의 상호작용은 각각의 아이가 지닌 애착 욕구들이 얼마나 잘 충족되었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때로는 채워지지 않는 애착욕구가 미래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의 욕구불만이 점점 깊어질수록 나중에 그것을 채우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거절이나 무시 또는 억눌림을 미리 예상하는 아이는 동료들에게 맞서지 못하고 위축되거나, 혹은 오히려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의 욕구를 강력하게 주장할 용기가 없는 아이들은 친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려고 들지도 모른다. 학대와 방치라는 무시무시한 과거사를 훌륭하게 극복한 경우에는 대부분 친구나 후원자를 찾아낸 경우다. 숱하게 배반당하고 버림받으면서도 그들은 몇몇 사람들과는 그럭저럭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데,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공격성이나 위축 혹은 두려움이 드러난 아이의 겉모습을 꿰뚫어보고, 끊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결국 인간관계에서 실패하고, 애완동물이나 인형이나 이야기의 주인공 또는 상상 속의 친구들과 사귀는 것으로 위안을 찾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