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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숨겨진 삶 (마이클 톰슨외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읽어라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간에 파티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고 어색하게 마련이지만, 이들의 경우는 그 정도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즉시 세워진다. 권력에 굶주린 악한 역시 알고 보면 또 한명의 불안정한 아이일 뿐이다. 헌신적인 우정, 인기 쟁탈전, 사회적 잔인성에 대한 부모의 조바심.  이런 주제를 앞으로 이 책에서 언급것이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은 집단과 개인의 패거리와 서열의 친구가 친구를 떠받쳐주는 진심어린 우정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처했을 때 엄마들은 고민에 빠진다.  아빠는 자기 아들이 혹은 딸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즉각적인 평가를 내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고 힘을 감지할 수 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성공을 거두면 기쁨으로 얼굴이 빛나고, 실패하면 괴로움으로 몸부림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력감에 휩싸여 앉아 있는 많은 시간들을 의미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도저히 해줄 수 없는 일들을 손으로 꼽으라면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나는 내가 아무리 원해도 '우리 아이의 편리를 위해 온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아이가 집에 와서 ‘그 애가 날 때려요.’  혹은 ‘그 애가 내게 못되게 굴어요.’ ‘ 그 애가 클럽을 만들었는데 나를 끼워주지 않아요’라고 말하면 부모로서의 가장 사나운 본능이 고개를 든다.  그런데 아무도 공격할 사람이 없다. 만일 당신의 아이가 자기가 속한 집단의 복잡한 흐름을 헤쳐 나갈 능력이 부족하다면 당신은 아이에게 그런 능력을 쥐어주고 싶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이들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할 문제이며, 우리가 끼여들어서 바로 잡아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끼여들어 자신들의 사회생활을 바로잡으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즉 공감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가 잘 해나가리라는 믿음을 보여주고 또래 친구와 어울릴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일, 그리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쏟는 사랑의 힘을 기억하는 것 등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부모의 입장에선 자기자식이 사회생활에서 괴로움을 겪는 것을 지켜보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리고 부모가 관심을 갖고 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은 우정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집단에서 최소한 자기를 받아주기를 원한다.  아이에게 많은 친구가 있어야 하는 것도, 언제나 붙어 다니는 단짝 친구가 있어야 하는 것도, 최고로 인기가 높은 주인공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들은 그저 웬만한 친구관계를 원하는 것뿐이다. 친구가 전혀 없다면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된다. 당신은 자녀가 그런 문제들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때로 그런 무력감은 아이가 속한 발달단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음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모르거나 혹은 아이들의 성장 능력을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부모들은 아이들이 처한 곤란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아니면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지 못하는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초조한 아빠는 한 발 뒤로 물러나서 마음을 편하게 갖고 아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따돌림 당하는 아이의 부모는 눈을 크게 뜨고 그 문제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맞닥뜨린 사회적 문제들은 부모를 자기당착에 빠뜨린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특히 우리 아이에 대한 집단의 인식이 이미 굳어진 경우에는 아이의 운명을 바꾸는 일에 무기력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에게 친구를 사귀는데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뒷받침해 수는 있다. 부모와 아이들에게 책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당신의 아들, 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지를 책에서 일러 줄 수는 없다. 그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할 일이다.  또한 책은 어떤 집단이 학교내에서나 학교 밖에서 무리를 지어 당신의 아이를 괴롭히는 것을 막아줄 수도 없다. 하지만 심리학자로서 나는 통찰력의 힘이 상처를 치유하고 행동을 분명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의 아이에게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당신 자신의 어린시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당신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이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다준다. 부모 노릇이란 우리 중에 그 누구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고 할 수 없는 쓸쓸하고도 힘겨운 임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니 어떤 때는 한 시간에도 수없이 균형감각을 상실한다. 당신의 아이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고, 가치관을 훼손하려는 집단의 힘은 가공 할만한 것이다.  나는 당신이 아이의 삶에 스민 고통과 조직의 힘을 인식할 수 있을 지나친 행동을 하는 일 없이 그 상황의 무게를 견뎌내고, 결과적으로 당신이 가진 안정된 균형감각을 아이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을 때 그것이 그 아이에게 엄청난 위로가 될 것이라 믿는다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겪었던 고통을 아이들만큼은 겪지 않게 해주고 싶어하지만,  그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당신의 아이가 공격을 당하거나 따돌림의 대상이 되면, 당신은 갑자기 극심한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에 오래전에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되고, 동시에 아이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집단은 어린 시절의 고속도로다. 아이들은 차량의 흐름에 맞추어 같은 속도로 달린다. 만일 다른 아이 들이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린다면,  당신의 아이는 그들 사이에서 안전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만일 다른 학생들이 시속 12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린다면, 당신의 아이가 80킬로미터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우며 그건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그는 다른 아이들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가속할 것이며, 고속주행 하는 차들의 행렬에서 벗어나 차를 세운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갓길에 차를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압력 이나 자기 성격 때문에 80킬로미터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속도를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와 반대로 우정은 유년기의 옆길이며, 이면도로이다. 우정이라는 은신처 안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발달 속도에 맞추어 움직일 수 있다.

 

아이들은 사회생활에서도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며 그들이 어떤 집단에 소속 되기를 몹시 갈망하는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초등학교는 국도이다.  규모가 큰 고등학교는 각 지방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리는 양쪽 모두의 환경을 헤쳐 나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아이들이 일제히 똑같은 속도로 내달리거나 오로지 패스트푸드만을 먹지 않도록 돌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푸른 신호등과 붉은 신호등, 흥미로운 광경들 그리고 우정이라는 이면에 숨겨진 특색 있는 길들을 뚫고 나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아이의 영혼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우정이다부모가 아이의 친구관계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뒷받침해 주고 축하해줄 수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아들 딸에게 위대한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 주는 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