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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 존 홀

공상, 현실세계로 들어가는 마법의 문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공상을 한다. 아이들은 주변의 큰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고 싶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  마음대로 읽고, 쓰고, 이런저런 장소에도 가고 도구와 기계를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큰 사람들처럼 몸을 스스로 통제할 있기를 원한다일어서고, 앉고, 걷고, 먹고, 자는 일 따위의 당장 생활에 필요한 문제들을 자기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다시말해 아이들은 현실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공상을 한다. 

 

아이들은 그 물건들을 어른과 같은 수준의 추상적인 수학으로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 물건들을 현실감 있게 살아있는 이 세상의 일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그 활동을 통해 뭔가를 배운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몬테소리 학교는 아이들이 교재를 그 밖의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한다. 아이들은 그걸 갖고 기차나 집이나 사람 따위를 자유롭게 만들 수 없다.  나는 그것이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나무토막을 이용해 기차나 트럭, 엄마 아빠를 만들어 논다고 해서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로 아이들은 그런 상상 놀이를 통해 나무토막에 최대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나무토막과 같은 물건에서 아이들이 뭘 배우기를 바라든 일단 그걸 가지고 마음대로 놀도록 내버려둘 때 아이들은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때문이다.

 

뭔가 쓰는 일을 어려워한 그 아이들은 내가 올바른 철자법에 따라 목록을 작성했다고 평가했던 아이들 이었다. 반면 낙서를 즐기고 정기적으로 편지를 써온 아이들은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설득시켜 나를 돕는 일에 참여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현실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실제로 작용하는 내적 모델을 세우기 위해 판타지를 이용한다. 경험이 적은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쉽지 않다. 아이들은 마치 10%의 조각만을 가지고 퍼즐을 맞추려는 사람과 같다.  따라서 빈틈 모두를 메우려면 상상의 조각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어른들은 이런 일을 싫어한다. 모든 조각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아예 퍼즐을 맞추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모든 조각을 가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고 합당하게 맞아 떨어지는 현실 모델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경험을 쌓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 어떻게든 현실을 이해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판타지는 현실에서 자라나고 현실로 이어지며, 더 깊은 현실과 접촉하려 한다.

 

이미 축적해둔 기존의 모델에 동화시키면 무엇이든 배우기가 쉽다.  이게 바로 아이들이 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이 일, 즉 새로운 경험과 개념을 이미 획득한 경험과 연결시키는 일을 매우 잘한다. 그리고 공상은 아이들이 이 일을 하는 한 가지 수단이다.  나의 판타지가 나를 이끄는 것처럼 책을 쓰는 큰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먼저 완성된 책을 상상해야 한다. 그냥 완성된 정도가 아니라 츨판되어 히트치는 모습을 그려보아야 한다.  마음속에 책이 현실감 있게 떠오르기 전에는 책을 쓰는 작업을 향해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MIT수학교수인 시모어 페퍼트는 ‘마인드스톰’에서 그가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 나는 서서히 어떤 생각을 명확하게 세워가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생각이 배움에서 기본이 된다고 여긴다.  이미 축적해둔 기존의 모델에 동화시킬 수 있으면,  무엇이든 다 쉬운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대한 최초 모델을 확득하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공상을 통해서다. 맨 첫 단계에서 그건 거의 항상 꿈이나 로맨스, 사랑의 수준으로 시작한다.  세상으로 나아갈수록 우리는 점점 더 많이 세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들이 세상으로 들어갈 때 세상도 아이들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