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되어야 문제가 풀린다

우리가 학교에서 하는 일들의 배후에는, 재미있는 일을 시작하려면 우선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지루한 지식들을 외우며 여러 해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사물에 접근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방법은 효과를 보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지루한 지식들을 외우는데 질려버려서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지식을 알기도 전에, 아니 그런 재미있는 일이 하고 싶어지기도 전에 그만두어버린다.  설사 그 모든 지식들은 머릿속에 다 집어넣는 아이가 있다 해도, 그 과정에서 머리가 너무 둔해 지는 바람에 그 지식들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같은 것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된다.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더 많은 지식들을 계속해서 축적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대학이나 대학원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에겐 뭔가 재미있는 일을 먼저 하게 한다면 그들은 지루하고 무용하게 여겼을지도 모를 지식들을 스스로 찾아내서 유용하게 이용할 것이 틀림없다.

 

내가 앞에서 제안하고 설명한 종류의 활동들을 아이들이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면, 단지 지식만이 아니라 기술을 확득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에겐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뭔가를 잘 할 수 있게 되어 뚜렷한 결과를 얻으면, 존재감과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정규수업이나 선생님을 기쁘게 하기 놀음을 통해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마리아 몬테소리는 아이들의 활달한 동작만큼 꼼꼼하고 정확한 동작도 잘 할 줄 알고, 또 하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자신을 평가하는 어른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상황이 세심한 관심을 요구할 때는 아이들도 기꺼이 그럴 수 있고 즐기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술과 정확성을 갈고 닦을 더 많은 기회와 방법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야만 하는 이유다.나는 다만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좋아 할만한 활동,  직접 해보고 싶어 할만한 활동들을 시도해야 하고, 그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어떤 길을 통해 세상을 탐구할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만약 수학을 배워야 할 사실들의 목록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으로 취급한다면, 아이들은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 영역으로 나아갈 것이다. 수학공부를 할 때 처음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짐작으로 때려 맞히는 단계 이상으로 넘어가지 못했다.원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도 결과는 그랬다. 아이들은 각자 에게 쉬운 문제를 주고 한 아이가 문제를 풀면, 그룹의 다른 아이들은 문제를 그렇게 푸는게 맞는지 틀린지, 틀렸다면 왜 틀린지, 자기 생각을 말하도록 격려했다. 우리는 교실에 작은 실험실을 세웠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과학자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는 실험실을 세운게 아니었고, 아이들 또한 과학자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이들이 풀고 있는 문제는 ‘우리의 문제’였지 ‘아이들 자신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연구실에 온 아이에게 처음부터 교재를 내주고 당장 놀이를 하라고 시키면, 아무런 성과도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는 시킨 일을 하기는 했으나 거기엔 아무 즐거움도, 통찰도 없어 보였다.  반면 아이가 자기 방식대로 교재를 가지고 놀게 내버려 두면, 아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나무토막을 가지고 공상을 했다. 어떤 나무토막은 엄마와 아빠였고, 또 다른 나무투막은 아이들이었다. 그건 또한 자동차와 집, 혹은 큰 동물과 작은 동물이 되기도 했다. 공상이 끝나면 아이들은 나무 토막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늘어놓거나 쌓아서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런 자유로운 공상과 놀이를 통해 교재들을 머릿속에 흡수 해서 소화시키고 나면 아이들은 기꺼이 복잡한 게임에 달려들었다.  이런 현상이 일관되게 나타났기 때문에 실험자들은 아이들에게 지시된 작업을 시키기 전에 반드시 완전히 자유롭게 교재를 가지고 놀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