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와 부자의 돈 관계

입으로만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자고 떠들어온 것과 실제로 굶주린 인도사람을 대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이전까지 나는 기아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이 진실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개인의 행동은 순전히 나 자신의 개인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봐서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도를 비릇한 몇몇 지역에서는 구걸이 나름대로 조직을 갖춘 산업으로 가능하다. 거지에게 성공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충격 이나 미안함, 죄책감 등을 만들어 돈을 얻어내는 능력에 달려있다. 때문에 거지 조직이나 보스들은 자녀들을 더욱 비참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방법을 거지들에게 가르친다. 그래서 얼굴에 흉터를 만들기도 하고 손이나 다리를 자르기도 한다. 

 

돈이라는 미명아래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싸우고 말고 할 돈을 아예 갖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추악한 짓을 하지 않을거라 생각해 왔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싸다고 좋아하며 구매하는 상품이 있다고 하자. 그처럼 싼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이 잔혹한 조건에서 모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만약 편안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는 댓가로 어느 정도 환경비용을 치러야 하는지를 알면 우리 생활이 얼마나 달라질까? 우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모든 산업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상적인 생활을 모두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가난의 악순환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고 널리 알여져 있기도 하다. 반면 부의 악순환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부의 악순환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부유한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부자라는 굴레 때문에 감당해야 하는 영혼의 기아와 가난, 외로움과 고립감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강한 자, 권력을 가진자, 부유한 자에 대해서까지 연민의 정을 확장하지 못했음을 테레사 수녀는 지적했다. "당신은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학생이자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연민의 정을 그들에게 확장시켜 그들을 껴안으세요, 이것은 당신이 평생을 바쳐 하고자 하는 일에서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당신의 마음에서 그들을 몰아내지 마세요. 그들 역시 당신의 애정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부자도 인간인 이상 나름대로 고민이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한번도 그들이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들은 돈의 힘을 빌어 일상 생활의 불편과 어려움을 비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돈이 그들의 호사스로운 생활이 평범한 일상의 풍요로움을 앗아갔으며 소중하고 가치있는 인간관계를 앗아간다. 심리적인 학대, 약물중독, 알콜중독, 무관심, 잔혹함 등은 튼튼한 벽으로 둘러싸인 대저택, 고급자동차 유리창 뒤에 흔히 나타난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녀 양육권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더 많은 돈을 차지하기 위해 법정을 드나드는 동안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는 엉망이 되어버린다.  돈과 권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러한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많다.  富 라는 것이 인간의 고통을 막아주는 보호막이 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