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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 존 홀

익숙해질 시간을 주라

아이가 자기식으로 막대를 가지고 놀도록 놔두었어야 한다. 아이는 거기서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아내고 오직 자신의 눈과 손가락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천천히 그 막대들의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아니 이해할 수 있거나 할 줄 아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런 자극은 굉장히 겁나고 치욕스러운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아이들에겐 자신의 무지와 서투름이 고통일 때가 많으므로, 아이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교사보다는 자기보다 약간 나이 많은 아이들에게서 더 잘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그 아이들이 어린 아이들의 말을 잘 알아듣고, 그런 방식으로 말할 있어서만은 아니다.  나이가 약간 많은 아이는 그보다 적은 아이가 보다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유용한 능력모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자신보다 뭔가 많이 알고 있는 사람과 대면하기를 싫어한다. 남의 눈이 미치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마음속에서조차 우리는 무식하고 바보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한다. 그래서 모르는 것과 마주치면 그것은 알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방어한다. 아이는 부탁하지 않았는데 내가 가르치려고 한 것에 대해 정당하게 분개한다. 아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때에,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읽기를 배우고 싶어한다.  아이는 자신의 험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때에, 자신이 하고 싶은 방식으로 읽기를 배우고 싶어 한다. 배움의 영역에서 이런 독립심은 학습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자산중 하나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아이들이 배움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독립심을 존중하고 북돋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분명한 건 대부분의 아이들은 혼자서 읽는 법을 익힌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관찰했다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에게 읽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고, 책을 읽으라고 몰아대지도 않았다. 거기에는 책과 표지, 글자, 그리고 유용한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이유로 정말 알 필요가 있어서 배운 것은 절대로 잊는 법이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단어를 알고 있다.  아이들은 혼자서 대부분 알아낸 것이다.

 

아이는 어떻게 도와달라는 건지, 내가 뭘 하면 되는지, 잘 알 수가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이건 교사가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뭔가를 설명하려고 도와주는 법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교사에겐 더 그렇다. 나는 아이가 정말로 막힌 것처럼 보일 때에만 말을 했다. 그리고 말을 할 때조차 단어 자체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 단어가 뭔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아이에게 말했을 뿐이다. 아이가 알아내지 못하면 그냥 넘어가라고 말했다. 다음번에 그 단어가 나오면 알아내기가 좀 더 쉬울거라고덧붙이면서 말이다. 대개 아이는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아이가 굳이 단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하진 않았다.  어른들이 아이의 학습문제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그들의 눈으로 사물을 보려고 해야 한다. 이건 아주 어려울 때가 많다. 나는 아이의 눈으로 책을 보려고 노력했고, 그러자 서서히 어떤 깨달음이 왔다. 읽을줄 모르거나,  인쇄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거의 모든 단어들이 그저 괴상하게 꼬불거리는 형체로만 엇비슷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같은 페이지안에 있을 때조차 단어들이 얼마나 비슷하고 다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를 말하는 것 또한 아이에겐 쉽지 않다.

 

아이들이 글자와 단어의 모양에 충분히 익숙해져 단어들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글자를 익히는 아이들에게는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 좀 늦돼 보인다 거나,  멍청해 보이는 실수를 하더라도 놀라거나 걱정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해낸 일을 하찮게 여겨서도 안된다. 그것이야말로 아이에겐 진정으로 중요한 발견이기 때문이다. 문맹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글을 배울불리한 이유중 하나는 단어와 글자 모양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규수업을 시작하기전에 우선 아이들에게 글자와 단어의 모양에 익숙해질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책을 별로 구경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그처럼 설렁설렁 책을 보는 것이 읽기로 향하는 필수적이고 이치에 맞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아이들은 특정한 글자와 그 글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단어가 어떻게 소리 나는지를 생각하기전에 먼저 전체적인 글자의 형태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말을 익히는 아이들이 먼저 말의 소리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읽기를 시작하기 이미 오래전 부터 글자를 보고 또 식별해온 아이들과 달리, 운이 나쁜 아이들은 필수적으로 이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