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

조정하라.

책을 읽을 때 유익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저자들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비판적 정신은 나름의 역할이 있다. 우리는 혼란스럽게 뒤엉킨 의견들을 풀어내고, 사람들을 가려내야 한다. 사람들끼리의 논쟁이 아니라, 그들의 공부와 공부를 통해 그들안에 남는 것이다.  끝없이 차이에 집착하는 것은 쓸데없는 시도다.  결실을 맺는 탐구란 접촉점을 찾는 탐구다. 저자들에게서 싸우는 자질이 아니라, 진리와 통찰력을 얻으려는 사람은 이렇게 근면하게 수확하고 조정하는 정신, 곧 꿀벌정신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벌꿀은 여러종류의 꽃에채집한 꿀로 이루어 진다.  험담에 초연하라. 특히 결점을 찾겠다는 자세로 위대한 정신들을 대하는 것은 일종의 신성모독이다. 그들의 오류를 유감스럽게 여길지언정 맹렬하게 비난해서는 안된다.  전혀 다른 관념과 체계 사이를 연결하는 숨겨진 고리를 발견하면, 위대한 계시가 드러난다. 나는 그들 모두가 이 진리를 선언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그 진리를 놓고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거나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읽는 것을 흡수하고 읽는 대로 살아라. 독자는 읽는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읽는 것을 수단으로 삼아 정신을 형성하기 위해 읽는 것에 반응해야 한다.  우리는 사유하기 위해 읽고, 사용하기 위해 재물을 얻고, 살기 위해 먹는다공부는 생명이고, 생명은 흡수이고, 흡수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양분에 반응하는 것이다. 알맞은 때에 곡물을 수확해 다발로 묶고, 빵을 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곡물로 몸을 만드는 것만이 풍성한 수확물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걸이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가르칠 수 없다. 책은 우리에게 진리를 제시할 뿐 그것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를 먹이는 사람은 시장의 상인이 아니다.  직접 먹어야 살이 되고, 나 자신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언어의 기능은 음성과 기호로 정신에 재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음성과 기호는 신호다.  우리의 감각은 그 신호를 지각하고 전달한다.  한 관념에서 생겨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 신호의 임무는 유사한 관념을 일깨우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과정에서 정신들은 서로 맞닿지 않는다.  지식을 산출하는 것은 우리에게 제시되는 신호가 아니라, 그 신호에 대한 우리 이성의 활동이다. 약이 우리 몸의 회복을 위한 수단을 제공하듯이, 가르침이 하는 일은 우리에게 정신활동의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그러나 어떤 가르침도 무관심한 정신을 일깨울 수는 없다.  실제로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정신은 자신의 빛으로만 계몽된다. 

 

우리는 책이 제공하는 지적인 재료에 담긴 사유에 도달할수 있도록 나아가 그 너머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일한 영감을 공유해야만 천재와 친교를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위대한 말을 으로 보는 것도 귀로 듣는 것도 아니다. 그 말을 수용하는 것은 계시를 받는 정직한 정신, 동일한 빛을 받는 지성이다.  지식의 근원은 책이 아니라 현실과 우리의 사유에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남는 것이다. 우리는 읽는 것을 붙잡아야 하고, 몸으로 흡수해야 하며, 결국에는 스스로 사유해야 한다. 저자의 말을 들으면, 그것을 다시 표현하도록 정신을 재촉해야 한다.

 

창작이야말로 다른 이를 진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구절을, 문자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정확한 위치에 넣는다면, 서로 조화를 이룬다면, 인용구는 사전에서 찾는 단어와 같지만, 정신이 몸을 창조 하듯이 인용자는 창조를 하는 것이다. 천재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이에 지나지 않지만, 그 아이는 유산을 물려받은 아이다.  천재들이 우리에게 말하는 동안,  우리는 그들 이전에 무엇이 있었고, 그들 위에 무엇이 있는지, 신이 우리 모두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지를 관조해야 한다. 진정으로 자기 것을 산출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읽기는 자극만 제공할 수 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는 세상에 새로운 사유를 보탤 수 없다.  나는 살아있기에 단순히 반사된 상이 아니며, 살면서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아무것도 내놓지 않은 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책은 신호, 자극제, 조력자, 기폭제다. 우리의 사유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변변찮든, 위대하든, 이 지구에서 비할 없고, 전례가 없는 유일무이한 정신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노트할 것인가?  (0) 2017.04.25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0) 2017.04.24
읽기  (0) 2017.04.20
잘 골라라  (0) 2017.04.19
넓은 시야를 가지자.  (0) 2017.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