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배우는 일과 산출하는 일을 뜻한다. 이 두가지 일 모두 오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산출은 과정의 결과인데, 주제가 어렵거나 복잡할 경우 그것을 배우려면 먼저 간단하고 쉬운 것을 배워야 한다. 읽기는 배움의 보편적인 수단이며, 모든 종류의 산출을 위한 가깝거나 먼 준비과정이다. 우리는 결코 전적으로 홀로 사유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럿이 함께 두루 협력하며 사유한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탐구자들과 함께 공부한다. 공부는 읽는 법과 읽은 것을 활용하는 법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읽기의 첫 번째 원칙은 적게 읽는 것이다. 스스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쉽고 익숙한 다른 이들의 사유에 안주하는 게으름은 금해야 할 것들이다. 우리는 건강과 현명한 소비규칙에 따라 그날 먹거리를 미리 정한 주부가 시장에 갈 때 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 무절제한 기쁨에 몰두하는 것은 자신에게서 도피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시각적 자극은 정신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원인이 된다. 대단한 독서가가 자신의 눈과 뇌를 혹사한다면, 그가 진정한 공부를 하리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넘치게 읽기보다는 밖으로 밖으로 나가서 자연이라는 책과 함께 상쾌한 공기를 들이쉬면서 긴장을 푸는 편이 낫다. 꼭 필요한 활동을 마친 뒤에는 지적으로 보일뿐인 습관에 기계적으로 빠져드는 대신 꼭 필요한 휴식을 준비하라. 사람들은 세상물정에 밝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성인 역시 세상물정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자기 전문영역에서 저술되는 것에도 무관심할 수 없다. 그러나 시류에 휩쓸려 공부역량을 소진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때로 시류는 당신을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게 막는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스스로 노를 저어야 한다. 시류는 당신이 도달하려는 지점까지 당신을 데려다주지 못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습격에 맞서 자기자신을 지켜라. 물론 우리는 뉴스를 알아야 하지만, 사실 우리가 읽을만한 뉴스는 많지 않다. 뉴스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시간을 소비하지마라. 내가 말하려는 바를 요약하면 이렇다. 성찰할 수 있을 때는 절대 읽지마라. 휴식시간 이외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와 관련이 있는 것만 읽어라. 그리고 내면의 고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 적게 읽어라. 정신에 양분을 공급하고 사유의 씨앗이 되는 재료는 얼마나 신중하게 판별해야 하는가? 오늘 무심코 읽은 것이 훗날 필요할 때 기억날 것이고,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구원이나 파멸의 원천이 될 사유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신은 우리를 구원할 선한 사유를 불러일으키고, 악마는 우리안에서 씨앗을 발견해 악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고, 책에서 무엇을 읽을지 고르는 것이다.
당신의 책을 선택하라. 주요관념을 직접으로 표현한 책을 읽어라. 지성과 진정으로 교감하려면 좀스럽거나 언쟁을 일삼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최상의 관념을 토대로 삼아야 한다. 독창적인 저자는 자신의 사유로 우리에게 직접 호소한다. 저자와 진리의 형제가 되고, 친구가 되라. 책을 존중하고 오만하지 않은 마음으로 책에 다가가고, 선입견 없이 책을 읽고 책의 결점을 포용 하고, 껍질 안의 낱알을 보아야 한다. 한권의 책의 가치는 어느 정도 당신 자신의 가치, 당신이 그 책에서 끌어내는 것의 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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