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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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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단계에서 교양을 배우고 있거나 새로운 갈래의 공부와 지금껏 간과 되어온 문제를 과제로 삼으려는 것이라면, 이 목표를 위해 저자들을 비판하기보다 믿어야 하고, 저자의 사유를 따라 가야한다. 처음에는 유순하게 읽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이다. 유순함은 결코 맹목적인 복종이 아니며, 고결한 정신은 사슬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나 복종을 통해서만 명령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련을 통해서만 사유의 숙달을 이룰수 있다. 스스로 판단의 모든 요소를 갖추기전까지는 스승을 존경하고, 신뢰하고 믿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많은 저자 가운데 누가 신뢰할 만한 길잡이인지 사전에 가려내는 것은 근본적인 지혜이다. 자신을 도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를 얻기 위해서 다른 책에 의지하는 사람은 더 이상 전과 같은 정신자세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유순한 독자는 참고하는 책의 하인이 된다. 어느 정도의 유순함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나 유순함은 저자보다는 진리를 향해 가야 한다.

 

유순한 독자는 저자의 결론을 논박하지 않을만큼 저자를 신뢰하면서도, 논의의 모든 단계를 노예처럼 따르지는 않는다. 이런 태도는 극히 중요하다.  공부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책을 참고하는 것은 시간낭비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을 참고하듯이 공부하는 것은 스승의 가르침에 머무르는 것이고, 자신의 주제로 안내하는 저자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신을 도야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또 의무적으로 일거리라는 관점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이 목표로 삼는 것에 지배 당한다. 읽기에 관해 말하자면 일반적인 규칙에 얽매이지말고, 각자의 경험에 근거한 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미 당신에게 도움을 준 것은 십중팔구 다시 도움을 줄 것이다.  길게 보면 한권의 책의 영향력은 점차 약해 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매번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습관이 들수록 그 영향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통찰력이 깊어질수록 그 영향에 익숙해진다.

 

좋아하는 책을 곁에 두고, 언제든 필요할 때 거기에서 기운을 얻어라자신을 성찰해서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알아야하고, 아픈 영혼을 위한 약을 곁에 두고 효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거듭 먹어야 한다. 어떤 읽기는 도움이 되기는 커녕 읽은 후에 반드시 행해야 하는 묵상에 오히려 해가 되고, 당신의 길에서 벗어나게 한다. 저마다 취향이 있기 마련이고, 휴식을 위한 읽기에서는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 아퀴나스에 따르면 단 한가지만 진짜 휴식을 준다. 바로 기쁨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당신을 너무 들뜨게 하지 않는 것, 어떤 식으로든 당신에게 해롭지 않을 것을 읽어라.  인격을 가꾸고 정신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인격이 완성되도록 도울 책을 지성으로 읽어라. 

 

나는 특히 위대한 인물들과 유대에 관해 숙고하려 한다. 우리는 가장 위대한 정신들과의 이런 유대를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 유대는 삶의 기쁨과 이득을 몇배로 늘려주고, 시야를 넓혀주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더 고결하고 귀중한 곳으로 만들어준다. 빛나는 사상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존경하는 사상가들과 대등해지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최상의 모습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천재 저자들과 교제하는 것은 우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이득을 가져다 준다. 그들은 우리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높은 산의 공기에 익숙해진다. 그들은 낮은 곳에서 움직이고 있던 우리를 단숨에 그들 고유의 분위기를 끌어들인다.

 

로댕은 ‘인간의 정신은 몇 세대에 결친 사유에 개인의 사유를 묵묵히 끈기있게 더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를 위해 몇 세대의 사유를 요약하는 위대한 사상가는 우리가 멀리까지 갈 수 있게 돕는다. 그는 자신이 획득하고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경작한 영토에 대한 권리를 우리에게 준다.  그는 수확할 때가 오면, 우리와 수확물을 공유한다. 우리는 도움을 받고 우리를 향해 열리는 길을 발견하게 되고, 안심하고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자란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 풍요로워진다. 천재들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천재는 대상을 단순화 한다. 화학, 음악, 건축, 시에서 최고의 솜씨는 막연하게 흩어져 있던 가치들을 통합하는 영감이 터져 나온 것이다. 천재는 우리를 격려하고 우리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천재는 우리를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도록 자극한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지혜로운 이와 교제하며 올바른 사유를 배워야 한다. 그러나 어리석음도 나름의 교훈을 준다.  전염병에서 회복한 사람은 거기서 힘을 얻는다. ‘비틀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사람이 걸음을 더 멀리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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