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서가 세상에 관심이 많고 뭔가 요구가 있는 것 같네. 태어난지 200일을 넘었으니 조금씩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 같구나.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알아서 잘 하겠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동안 책에서 공부한 것들을 정리해본다.
인서의 삶이 지금까지는 먹고자는 본능에 의한 일상이 전부였다면, 지금 부터는 자신을 인식하고,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세상이 하나씩 보이고 들리기 시작하나 보다. 하지만 인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지식도, 경험도 없으니 세상이 그저 깜깜하고 불안하기만 할꺼야.
그래서 이 시기는 자신을 지켜주는 엄마, 아빠와의 '애착형성'이 아주 중요하다. 인서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삶에서 이제는 뭔가 조금씩 보이고 들리지만, 도대체 그것들이 무엇인지
경계심과 호기심으로 세상을 알려고 애쓰는 것 같구나. 아이들이 자신을 인식하고 세상을 경이로움으로
바라보고, 사물에 대해 하나씩 그 의미를 알아가면서 만들어지는 의식, 인식을 아마 ‘자아’라 할수 있겠지.
그렇게 지금 인서도 인서의 자아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세상을 보아도 무엇인지 모르고, 들어도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얼마나 중요
한지를 잘 모르는 같아. 나 역시도 그랬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그저 성장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가끔은 아이를 아이로 생각하지 못하고 어른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많으나 불안하고 경계심이 많을 때, 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안심하고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어릴 때 애착형성이 잘못되면, 아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세상의 경이로움을 탐구하고자 하는 욕구보다 세상을 경계하게 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지
못해 자아 영역이 좁게 한정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이때는 무조건 아이의 감정을 잘 살펴서 공감해 주는 누군가의 헌신적인 사랑이 필요하다. 그러한
믿음이 있을 때 아이는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고, 보이는 것에 대해, 들리는 것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자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아이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아이 스스로 만들어야 향후에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자아'을 만들 수 있다. 부모가 개입해서 아이를 무엇으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된다. 서두러지 말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부모가 할 것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를 믿고 공감해 주고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 그저 지켜보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때그때 도와주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이 어렵다. 대부분의 부모는 조급하고 아이의 모든 것에 개입하여 아이가 스스로 내부적으로
해야만 할 것을 모두 해주게 되면, 아이는 할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수동적이고 무능한 아이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라는 존재를 알고, 기어갈 수만 있어도 이곳저곳으로 가보고 싶어 하고, 알고 싶어 안달하는 몸짓은
부모가 볼 때 불안하지만, 아이는 세상을 알기 위해 무엇이든 해봐야 하는 정상적인 몸짓이다. 뭔가 요구
하는 표현을 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것을 막무가내로 떼 쓰는, 문제있는 아이로 생각하기보다 아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아이의 주장을 억누르면, 아이가 부정적 감정에 빠질
수가 있다.
몸이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무엇이든 자기 멋대로 해보고 싶어하지만, 아이는
뜻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기 때문에 좌절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잃게 되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내부적
능력을 억누르게 된다. 아이가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할 때, 따뜻하게 달래주어야 한다. 위험하지만
않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해주어야 한다.
스스로 뭐가를 해보고 얻게 되는 자신감이 아이의 내부 잠재능력을 개발하게 만든다. 몸도 자유롭지
못하고, 모든게 너무 미숙하고 불안정한 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 5-6년 동안 엄마는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이 사고를 칠 것이고, 엄마는 아이와 실랑이 하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이다.
아이가 독립된 인격체로 형성되는 이 시기는 아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부모도
이런 경험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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