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서야! 앞으로 너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삶이 힘들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지금까지 우리 선조들이, 우리보다 앞서 살아갔던 수많은 과학자, 지성인들이 남겨놓은 어마어마한 지식들,
그런 지식들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보통신으로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도대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혼란스럽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수가 없고, 막막할 것이다.
태어나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서 현실을 살아가기에 급급한 네 엄마 아빠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 노력
하겠지만, 결국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너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 부터 다양한 종류의 전문가들 손에 너를 맡길 것이다. 세상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너에게 강요할 것이다.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선생님과
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생각해서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헤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제시하는 삶의 방향이 똑같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는 돈으로 평가받고,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보다 한 발 앞서야 하고, 그래서 사회적 지위가 있어야 하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다른 것들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사회적 지위를 갖는
것도, 직업을 갖는 첫번째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야 네 인생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를 지배하고 있고,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 '자본주의'라는 이념이다.
자본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종교 같은 것들은 우리 삶을 지배하는 이념이다. 이념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체계를 만든다.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판 역할을 하는 것이 이념, 이데올로기, 사상, 세계관,
가치관 등이다. 어떤 시대에서든 사회적 관습, 문화 등 그 시대를 지배하는 이념이 있다. 인간은 그 시대의 주요
이념, 사회적 관습, 문화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연환경, 과학기술 등으로 인해 삶의
환경이 변하면, 인간의 삶의 체제가 변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문화, 사상, 이념들이 만들어진다.
현재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주요이념은 자본주의라 할수 있다. 자본주의란 자본으로 자신의 능력껏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본이란 땅, 건물, 돈 등이며 이윤 역시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일상에 필요한 모든 생필용품들과 서비스를 구입할수 있단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정과 학교에서도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돈 버는 것과 관련된 지식만을 유용한 지식으로 생각하고, 실제 잘살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며, 대부분의 엄마아빠들도, 선생님들도 모두들 거기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노력해서 많은 돈을 많이 벌어도 인생은 허무감이 들고, 뭔가 삶이 안정되어 있지 못하고
공중에 떠 있는 것만 같고, 외롭고 불안하다. 돈이 많은 사람도, 권력을 가진 사람도, 또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모두 그러한 불안감, 고립감, 허무감으로 살다 죽는단다. 그렇게 사는 것이 답은 아닌 것 같지만
돈! 돈하며 살아간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없이, 남들이 모두 그쪽으로 가니까 너도 나도
그 방향으로 쫓아가고 있다. 기업에서 하는 돈 벌기위한 광고에 우리는 쉽게 현혹된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서 광고로 유혹하는 것이지, 결코 우리를 생각해서 그런 광고를 하지는 않는다.
할아버지는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은 별로 벌지는 못했지만, 대기업부터 벤처기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단다. 한때는 잘난줄 알고 자만하며 살았고, 어느날 졸지에 퇴직당하기도 하고, 투자했다가 실패
하기도 하고, 급여를 못받기도 하고, 무엇을 팔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시간들은
나를 성찰하게 했고,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고, 공부하게 했단다.
그래서 지금 내게는 이 세상 최고의 보석같은 우리 인서가 있고, 네 엄마 아빠를 포함한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지금 내 삶과 관계맺고 있는 사람들, 책과 같이 애지중지하는 물질들도 있지. 그 외에도 직접 관계
하지는 않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자연 등 세상만물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내가 이렇게 존재하고, 또
우리 인서와 함께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 항상 감사하고 살아간단다.
인간은 대체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지금과 같은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안주
하려고 하며, 현실과 같은 상황에서 살고 싶어한단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고, 나도 변하고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외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삶의 환경이 변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 마음은 더욱 웅크리게
되고, 불안해 하며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려고만 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그 돈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능력이 없다면, 돈버는 일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해 보지 않았다면, 삶은 권태롭고 지루할 것이다. 인생은 유한하며, 인간은 다른
생명과 똑같이 지구생태계의 한부분일 뿐이란다. 돈을 버는 것만이 인간의 소명인가? 물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돈이 전부는 아니다. 돈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뿐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소명은 '생존번식'이라고 한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어떻게 하든 남보다 잘 살아남아서
내 자손을 퍼뜨리야 하는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지. 그러나 인간에게 종족번식이란 자식을 낳는 것만을
의미 하지는 않는다. 자식을 올바른 사람으로 교육시켜서, 사회에서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까지를 말한다.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중요한 소명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에 대한 지식이 없단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돈을 주고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지. 자식을 잘 키우는 주체는 부모이다. 전문가들의
도움은 물론 필요 하겠지만, 그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인간의 소명이 종족번식이라는 것은 좀 그렇지. 그것에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좀 부족하지. 어쨋든
자식을 낳아 키우게 되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것에 매달려 살아가게 되고, 자식으로 인해 기뻐하고, 감동
받기도 하지만, 슬퍼하고, 좌절하고, 고통 받기도 하지.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 키운다는
것이 무거운 부담이고, 힘들게만 생각되어 자식을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만큼의 가치있고, 의미있고, 즐거움을 주는 일이 있을까? 세상 어떤
일이든 기쁨이 있으면, 그만큼의 아픔이 있다. 모든 일에는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 하고, 댓가를 치른만큼의
보상이 있단다.
남여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시켜 사회 구성원으로써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렇게 자식이 독립한 후에는 자식으로부터의 구속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자식에서
벗어나면 돈의 구속에서도 조금은 벗어나게 되지. 돈에서 벗어나면 사회적 관습에서도 좀더 자유로워지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즐기며, 육체와 정신을 잘 관리하여 건강하게 살다가 사회에도, 그 누구에게도 최대한
폐를 덜 끼치고 살다가 죽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할아버지는 생각한다. 이것은 평범하고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소명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잘 키워서 자식이 독립하여 스스로 사회에서
살아가도록 돕고, 사회적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즐기고, 죽을때까지 최대한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여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덜 의존하고 죽는 것.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코 누구나 할 수
없는,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이러한 과정을 어떻게 수행하고,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좀더 의미있는 삶이
되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고, 즐거운 삶이 될 수도 불행한 삶이 될 수도, 풍요로운 삶이 될 수도 빈곤한 삶이
될 수도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업적을 남기는 것만이 성공한 인생은 아니다. 인생을 마감할 쯤에 내 인생 이야기가
나 스스로에게 의미있고, 자랑스러우면 잘 살아온 것이다. 삶의 결과보다 어떻게 내 삶을 살아왔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행위를 하고,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도 내 삶을 내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았는지에 따라 인생의 가치와 의미가 달라진다. 삶의 가치는 내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을 많이 가졌느냐와
관련이 있다. 내게 의미있는, 애지중지하는 것이 많아야 내 삶이고, 가치가 있다. 내가 주체적으로, 스스로
만든 것들이 가치있는 것들이다.
이런 삶을 살기위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나의 삶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정말 중요하단다. 올바른 삶의 태도는 육체적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운이 좋아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좋은 교육을 받아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편협하고,
삐뚤어졌다면, 잘못된 삶의 태도가 몸에 습득되어 있다면, 불행할 가능성이 많다. 인간이 성찰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 올바른 삶의 태도를 갖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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