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아퀴나스의 ‘16가지 조언’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저술에서 제안한 정신을 수양하는 방법이 담겨있다. 빛이 간절히 필요로 할 때는 공부를 통해 빛을 얻고, 나아가 빛을 발산하기 위한 조건에 관해 자주 생각하자. 먼저 우리 자신을 비옥하게 하는 정신과 그 후에 우리 자신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정신은 동일한 정신이다. 이 경우에 사용은 오히려 우리의 저장고를 풍요롭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 질 것이므로, 각각의 과정에서 지적활동을 풍요롭게 하는 원칙들이 서로 같다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 저자는 신학자이자 철학자로 신학대전으로 카톨릭 신학을 집대성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세르티양주는 저술에 필요한 노트를 메모지에 적어두고, 각각의 메모지에 주제에 상응하는 번호를 매기고 같은 번호가 매겨진 메모지들을 클립으로 묶어서 분류하라고 조언한다.
공부하는 삶이란 우리가 선택하는 삶이 아니라 신의 부름에 복종하는 삶, 즉 '공부라는 소명'을 받아 들이라는 삶이라고 전제한다. 다시 말해 이 책에 쓰인 공부, 혹은 지적인 일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 야망이나 이기적인 동기에 종속된 공부, 내키는대로 아무렇게나 하는 공부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세르티양주는 공부를 위해 절제하고, 신체를 돌보고, 식사와 수면에 신경쓰고 일상생활을 단순화 하고, 사교활동을 삼가고, 내면의 고요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언제나 진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아침과 저녁에는 때에 맞는 활동을 하고, 열정을 가지고 집중해서 탐구하라고 요구하며, 읽기와 기억하기, 노트하기, 글쓰기와 관련해서도 세세하게 지시한다. 간단히 말해 저자는 공부를 위해 삶의 거의 모든 측면을 조율할 것을 요구한다.
세르티양주는 지성인이란 지적인 일이라는 소명에 따라 선별된 존재, 즉 신성한 일에 쓰이도록 선택 받은 존재라고 명시한다. 즉 지성인은 지적인 일을 하려는 욕구를 타고 나며, 이 욕구가 없는 사람은 제아무리 총명해도 지적영역에서 무언가를 완수하거나 공부하는 삶을 평생 걸어갈 의지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소명은 요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명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고, 우리의 제1본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적영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자질은 지적소명을 받는 것이며, 지능이나 총명함은 부차적인 자질에 지나지 않는다. 세르티양주는 이렇게 말한다. 인격적 자질이야말로 다른 모든 것에 앞선다. 지적능력은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지적능력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효과의 본질이 결정된다. 지성인은 게으름, 육욕, 자만, 시기심, 짜증처럼 공부를 방해하는 악덕을 부단히 물리쳐야 하며, 야망이나 허영심같은 이기적인 동기를 따를 것이 아니라 소명에 따라 참된 것과 선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지성인은 공부를 다른 목적에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운동선수가 운동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농민이 자신의 삶을 농사일에 맞추어 살아가듯이, 공부를 위해 삶 자체를 조율한다는 뜻이다. 세르티양주는 먹고사는 일마저 도외시 하고 공부만 하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하루에 두시간을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가? 그 두 시간을 온전히 열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 그럴 수 있다면 자신감을 가져라. 경기장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은 궁핌과 오랜 세월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더러는 인간을 넘어서는 끈기를 보여야 한다. 소명에 따라 보편적인 진리의 한 조각을 묵묵히 빍힌다는 의식, 이성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광대한 영역으로 나아간다는 의식은, 그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커다란 힘이 되지 않을까? 소명을 따르는 공부는 명성이나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외적 성공을 추구하는 공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는 무관하게 절대적 척도에 따라 '자신의 완성을 추구'하는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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