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棲야! 너의 탄생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최고의 축복이었고, 최고의 선물이고, 행복이었다. 네 존재 그 자체로 삶의 의미가 되었고, 즐거움이 되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복잡하고, 혼돈스럽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걱정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겠지만, 네가 좋은 환경에 살면서 내가 좋은 할애비로서, 어른으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내가 네 아빠를 키우면서 지나온 세월을 생각하면 제대로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단다. 그때는 아기가 태어나서 시간이 지나면 학교를 가고, 학교에서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는그냥 돈 벌어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교에 보내면, 그것으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방치하고는 스스로 알아서 잘 자라기를 기대했고,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엄하게 대처함으로써, 그 잘못을 바로 잡으려고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도 몰랐던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의 역할과 어떤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는 내가 부모로써 어떻게 그렇게 무지하고 무관심했는지 지금와서 정말 사무치게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나는 우리 仁棲가 이름처럼 仁이라는 인간의 씨앗을 잘 간직하고 성장했으면 한다. 仁은 한마디로 무엇이라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나는 인간이 간직해야 할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씨앗, 그것은 세상과, 인간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이다. 인간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적 기반이다. 다른사람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이며, 삶의 시련을 견디는 능력이며,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용기며, 의지이다.
만일 네가 제대로 인간으로서 人性을 갖추게 된다면,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네가 나라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바라지 않으며, 돈을 많이 버는 기업가도, 큰 명예를 갖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것들은 부차적인 것이고, 허상이다. 그런 것들이 네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먼저 네 몸과 정신을 올바르게 만들고, 세상을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리고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 된다. 먼저 권력과 명예, 돈을 목표로 하게 되면, 그것은 반드시 네 자신을 망치고, 다른 사람을 해치고, 사회에 해를 끼치게 된다. 개인의 탐욕일 뿐이다.
나는 네가 무엇을 하든 세상과 교감하며, 즐기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세상과 교감하기 위해 먼저 세상을 알아야 한다. 교감할 대상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그것과 교감할 수 있다. 뭐가뭔지를 알아야 너에게 관심이 생기고, 호기심이 생긴다. 우주를 알고, 자연을 알고, 인간이 사는 사회에 대해서 알고, 인간을 알아야 세상과 교감할 수 없다. 그래야 삶을 즐길 수 있다. 세상과 교감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삶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고 익히는 모든 활동이 공부다. 공부는 일상의 경험, 좋은 스승으로 부터의 가르침, 책 등의 외부자극을 네 몸이 인지하여 생각함으로써 네 것으로 익혀지고 공부가 완성되는 것이다. 공부는 사고思考라는 몸의 내부적 작용이 있어야 비로소 네 것이 된다. 그래서 내 몸의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지식, 경험은 생각을 위한 재료들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알고자 하는 욕구를 만들고, 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공부다.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네가 공부하기 위해 엄마, 아빠와 선생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결국은 네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무엇을 네 스스로 자율적으로 해 나갈때, 너는 그것에 열정을 갖게 되고, 그것이 재미 있어지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가 이러한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그래서 올바른 인성를 키우고, 세상과 교감하고, 삶을 즐기는 그런 기반 위에 네가 원하는 것을 실현해 나가기를 바란다. 인간은 이러한 정신적 기반이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인생 이야기를 잘 써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운명과 내면의 덕德, 人性이다. 삶이란 인간을 초월하는 우연, 운명이 많이 작용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이치를 알고 수용하면 된다. 자연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너의 人性은 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네 인성人性이 네 삶의 도구이고 무기다. 이 세상에는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인간에게 공부는 끊임없이 계속 하여야 할 의무이다.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고, 네 몸도 계속 변하고 있다.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너는 다르다. 그리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관습에 휘둘리고, 물질적 탐욕의 유혹을 끝없이 받게 된다. 인간은 잠시만 한 눈을 팔아도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공부는 인간이 살아가는 수단이다. 그래서 어려서 공부하는 체계가 몸에 익혀져야 한다. 습관이 되어야 한다. 의식적이 아닌 무의식적 행동이 되어 무위가 되어야 한다. 내가 의식적으로 하려 하지 않아도 자동적 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래야 힘들지 않다.
인간에게 공부를 한다는 것, 무엇을 배우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야 삶이 즐겁다. 인간은 일생의 많은 시간을 생존을 위한 일들로 보내게 된다. 그 생존을 위해 보내는 시간들이 공부이어야 한다. 그 일상의 행위들이 공부의 메커니즘으로 내 몸이 받아들여야 한다. 공부하는 삶의 태도는 세상에 대해 마음이 열려있어야 하고, 경이로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호기심이라는 욕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에 관심이 있다.
호기심을 갖기 위해 감성을 키워야 하고, 감성을 키우기 위해 지식을 쌓고 경험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유연해야 감성이 자란다. 유연하다는 것은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과 교감하고, 소통하게 된다. 그 감성이 仁이고 道이다. 이것은 내 인생에서 내가 그렇게 살지 못해 가장 후회 되는 것들이고, 나이 60이 넘어서야 깨달은 것들이다.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동의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이 통通을 교감으로, 通하게 하는 삶의 기본 요소를 仁으로 이해한다. 불통不通이면 심신心身이 아프고 삶이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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