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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EBS 다큐프라임)

소비는 감정이다.(2)

마케팅의 꿈은 소비자의 무의식 세계를 점령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그 꿈의 실현은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마케팅은 직접 자기를 알리는 것이다.  '나는 돈이 많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PR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다. '그는 돈이 많데. 정말이야'.  광고는 지속적으로 자신에 대해 떠드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는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다. '내 생각에 당신은 돈이 많은 것 같아요' 브랜드를 대할 때 우리 뇌에서는 아주 특별한 변화가 일어난다. 브랜드만 보면 무조건 사야 하는 사람들, 우리는 자신을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뇌의 깊숙한 부분 편도에 저장된다. 편도는 감정영역이다. 편도에 자리 잡은 브랜드는 자동모드로 전환된다. 무의식적으로 구매결정을 내리게 된다.

 

쇼핑은 감정이다. 우리가 그것을 이성적 판단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 결국 지배하는 것은 감정이다. 마케터들은 매일 소비자를 공격할 묘안을 궁리하고 있다우리가 하고 있는 소비는 어떤 소비일까?  소비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소비, 일상생활을 위한 생활소비가 있다. 이러한 소비를 넘어서면 과소비가 일어나고, 이 과소비가 지나쳐 중독소비가 된다. 물질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이걸 가지면 멋있어 질거라든지, 조금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내가 사야겠다든지, 그리고 마지막 단계로 그냥 비슷한 걸 사고 또 사고 하는 것을 바로 과소비라고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과소비를 하게 될까? 마케팅의 공격 때문에? 소비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소비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런던 대학교 펀 햄교수는 인간이 소비할 때는 '불안할 때, 우울할 때, 화가 났을 때'라고 말한다. 불안을 자극할 때 판매량이 쑥쑥 성장한다.

 

학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른 아이들 모두 다 한다고 하니, 안 시키면 불안해서 시킨다. 부모의 불안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학원 마케팅이다. 교육과 소비는 나만 안하면 불안해서 하게 되는 것이다과소비를 부추기는 감정 요인은 또 있다. 우리 모두 주변 사람에게 배척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회적 배척은 상처를 준다. 사회적으로 배척을 당했을 때, 이를 보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러한 소속의 욕구는 청소년기에 특히 강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또래 문화를 형성하고, 사회적으로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또래집단의 선택이 나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외로움이다. 이 외로움을 메워줄 수 있는 곳이 바로 또래 집단이다. 또래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나도 가짐으로 인해서 같은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소비를 부추기는 우리 감정이 카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카드는 내가 직접 현금을 내거나 할 필요도 없으므로, 과소비하게 될 때에 생기는 '뇌의 고통중추가 마비된 상태'에서 상품을 사게 된다. 현금보다 카드를 낼 때 고통이 덜하다. 그 죄책감이 덜해서 자주 쓰게 된다.  소비를 부추기는 또하나의 감정은 슬픔이다.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슬픈 감정을 느끼면, 평소보다 더 간절히 물건을 갖고싶어지고 그래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고 한다. 의식적이지 않다. 공허감 때문이다.  슬픔과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주제가 상실이다. 상실감을 우리는 무엇으로 메꾸려 한다. 우리는 불안이나 소외 때문에, 친구 때문에, 카드 때문에, 슬픈 감정 때문에, 자꾸 소비를 하게 된다. 똑같이 감정적 공격을 받아도 왜 어떤 사람은 과소비를 하고, 어떤 사람은 하지 않는 것일까?

 

자존감은 자기 존재에 대한 평가다.  자존감이 높으면 외모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이 별볼일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나의 가치를 높여줄 물건을 구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인간의 일생중 자존감이 가장 낮은 시기이다. 아이들은 물건을 사서 자신의 자존감을 메우려 한다. 그것은 일순간 행복이다. 내 안에 현실의 나와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있다. 현실의 나는 이상적인 나를 따라가려 한다. 그 간극을 메우려는 것이 소비다. 하지만 그것은 일순간일 뿐이다. 자존감이 낮을 수록 현실자아와 이상자아간의 차이가 크다. 하지만 소비로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소비를 하고,  이 소비로 잠시 동안은 자존감은 회복하지만, 다시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더많은 소비를 하게 되고, 결국은 낮은 자존감이 과소비를 불러온다. 반복되는 과소비는 중독소비로 갈 가능성이 많다. 쇼핑을 하면 뇌에서 도파민이 나온다. 도파민은 신경전달 물질로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할 때 많이 분비된다. 우리는 쇼핑으로 도파민 분비를 일으키려 한다. 부정적 정서가 있게 되면 쇼핑중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어렸을 때 부모의 사랑을 못받은 경우, 본인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 본인의 어떤 성격적인 것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적절한 대접을 못받는 사람들, 애정적인 부분의 불균형, 이런 경우 쇼핑중독이 될 가능성이 많다.

 

나는 무언가를 원한다.

나는 늘 불안하다.

나는 자주 변해간다.

그런데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텅빈 내 모습!!

가득 채워진 옷장, 수납장, 어떻게 하면 쇼핑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는 쇼핑중독에 무력하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홈쇼핑 TV를 보지 말고, 인터넷 쇼핑을 하는 사람은 인터넷을 하지 말아야 한다. 비가 와도 우산이 있으면 덜 젖는다. 폭픙우처럼 쏟아지는 마케팅 공격에 나를 지키는 방법은 자존감의 우산을 펴는 것이다. 물질에 대해서 우리가 돈을 쓰는 것보다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오래 행복이 지속된다. 우리가 인생에서 꼭 갖고 싶은 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라고 할 것이다. 행복은 주관적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무엘슨은 행복지수 공식을 만들었다.  ‘행복지수 = 소비/ 욕망’  욕망이 가득  차면 행복이 없다. 욕망을 줄이면 행복이 온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끊임없이 생산되어 나오는 상품, 마케팅의 무차별공격, 우리는 너무 쉽게 무너져 있다. 잘 쓰는 것을 자랑이라 생각했다. 나의 아픈 감정들을 화려한 물건으로 포장하려고만 했다. 이제 전적으로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주의란 소비의 과학과 인간의 나약함이 만나는 곳이다.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매일 조종 당하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자존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자신을 더욱 깊이 사랑하고, 돈을 덜 쓰게 해줄 수 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다른 존재와의 관계이고, 즉 관계를 맺었으면, 나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 그것만 알게 되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

‘쇼핑!  패배가 예정된 게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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