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몸이 쇠약해지고 머리가 노화됨과 더불어 새로운 정보, 지식에 따라갈 수 없게 됨으로써 종종 손자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인들은 대개 10대 후반 정도의 아이들을 지식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따라 갈 수 없다. 수학이나 사회 지식에 있었어도 아이들과 대등하게 실력을 겨룰 수 있는 부모는 극히 적고, 늘 아이들로부터 그것도 몰라 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아이들의 존경을 한 순간 잃게 될 것인가? 아니, 부모의 경우 아직 사회적으로 활동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존경하는 것이라는 말도 성립된다. 그렇다면 돈을 벌지 않는 노인은 전부 경멸 당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오랜 기간 자신의 공부와 일을 꾸준히 해왔는데 지금은 아무 일도 안하며 우두커니 있는 경우라도 조바심하고 발버둥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있다면 젊은 세대도 무언중에 위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손자가 노인을 무시하는 것은 일종의 애정표현인 경우가 많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노인은 무시당하는 것 같아도 실은 동시에 서로 반응이 있다는 것은 깊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손자를 돌보는 일이 마음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좋다. 그러나 개중에는 아이를 돌보는 일을 좋아하는 노인들도 많다. 노인도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조금이라도 즐겁다면 그 즐거움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잘 보살펴 주었는데 그 일에 대해서 조금도 고마워 하지 않으니” 라고 불평해서는 안된다. 손자를 돌보아 주는 일은 감사의 말을 듣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아들 부부로부터 아이 봐준 대가를 받으면 더 이상 고마움의 보답을 강요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부모 중에도 이기적이라고밖에 말 할 수 없는 부모가 있고, 또한 깊은 생각하지 않고 애정이란 명목으로 자식에게 매달려 자식의 일생을 망쳐 놓는 암세포 같은 부모도 있다. 인간은 자식에 대해서 조차 보답을 기대해야 하는것인가? 기대한다면 그건 양육이지 부모가 아니다. 세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차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기적이지 못하게 할 필요도 없고 어느 누구도 그런 이기심을 말릴 수 없다. 그러나 자식으로부터 해준 것을 돌려받으려는 부모가 있다면, 부모 스스로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빌려준 것 돌려받으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자식 입장에서 보더라도 상식이 있어야 한다. 세상 잣대로 판단해 보더라도 괜찮은 부모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모에 대해 자식은 나름대로 감사의 표현을 해야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미숙한 자식도 세상에는 많이 있으므로 부모는 자식으로부터 그런 감사의 말을 듣지 못하더라도 미련 없이 단념해야 한다. 자식을 잘못 가르친 것도 자신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 생애 자체가 실패였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 또한 평범한 인생모습의 하나일 뿐이다.
자식이 30세가 넘으면 더 이상 그 생활 전반에 주의를 주거나 비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 되면 당사자가 그 책임을 지고 비싼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고 괴로워하면 그만이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령 자식이 범죄자가 되어 세상에 완전히 버림 받았을 때, 일체의 비판을 삼가고 조용히 도와주면 그만이다. 부모만이 이 세상에서 그런 상황일 때 비판을 버리고 구제하는 것이 허락되는 유일한 존재인 까닭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되기전까지 부모는 자식에게 간섭해서는 안된다. 자식의 사업상의 편의, 권세, 친구 등을 이용하려 한다든지 결혼이나 취직 등 자식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결단에 간섭해서는 안된다. 노인과 젊은이는 본디 생각하는 세계가 다르다. 결코 서로의 교우 관계를 강제로 강요하거나 금지해서는 안된다. 서로가 그들 나름대로 지인, 친구에게 예의를 표하고 주제넘게 나서서 지장을 주지 않도록 삼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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