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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 老 錄 소노 아야코

퇴직 이후

 정년이 점차적으로 늦춰지고 있지만, 경기에 따라 변하기도 하며 직종에 따라 비교적 빨리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도 있다. 퇴직이후 그 즈음에서 우리들은 재출발을 한다. 자신이 20세 정도에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때의 일을 상기해 보면서, 전혀 미지의 분야에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때까지의 자신의 경력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해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출발을 비참하다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두번 다시 되풀이 할 수 없는 인생을 다시 음미해 볼 수 있는 것이 정년후의 재출발인 것이다 노년이 되어 판단이 빗나가는 것은 생리적인 변화다. 도덕적 혹은 인간적 황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코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노인이 되면 대부분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는다. 미친 사람에게 당신 미친 사람이오 라고 해도 모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자신이 틀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상당히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노년의 아름다움이란 양보할 수 있는 너그러움 일 것이다. 기를 쓰고 넉살 좋게 나서는 연령이 아니다. 설사 주위 사람들이 늘 상석에 앉혀주고, 최고 연장자라며 추켜세우더라도 결정은 장년기의 삶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노년은 앞으로 무한정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권을 젊은 세대가 갖는 것이 당연하다.

 

노인은 돈도 쓰고 싶지 않고, 피곤한 것도 싫고,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은 따분하다고 한다. 전부가 불만이다. 젊었을 때는 돈이 줄어드는 것이 싫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없는 돈을 다 털어 연극도 보고, 영화도 보러 간다소풍을 갔다 오면 다음날 녹초가 되지만 다음날 외출을 하곤 했다반대로 집에 조용히 틀어박혀 빈둥빈둥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불을 쬐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고적함이 행복이라 생각한 날도 있었다무엇인가를 얻을 때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잃게 된다노인이 되면 놀러 다니는 것이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남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신이 나서 떠들고는 다음날 기운이 빠져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젊었을 때도 두가지가 가능했던 사람도 한가지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 노년이다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친구들도 한사람 한사람 줄어든다살아 있어도 어딘지 몸이 나빠지든가 해서 함께 놀수 있는 친구는 줄어들고 만다어느날 낯선 동네를 혼자서 산책할 수 있는 고독에 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