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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 老 錄 소노 아야코

솔직하고, 공격적이지 말 것.

노인의 한 가지 나쁜 버릇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다. 바램과 체면치레의 악의적이지 않는 거짓말도 젊은 세대는 노인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잔꾀를 부리고 교활한 말을 한다는 등 도덕적으로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므로 오히려 노골적으로 자기의 소망을 말하는 편이 밉지 않아 보인다. 노인이 되면 젊었을 때 보다도 더 자신의 이기주의를 분명히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인이 가족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워지고 슬프지는 것 이외에 보호자를 잃는다는 동물적이고 이기적인 공포감도 함께 따른다. 나는 노인의 이기주의를 젊은이들이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기막힌 자기 보존의 정신은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귀중한 능력인 것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맥이 빠지거나 유순해지는 사람은 많으나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인격이 황폐해지고, 툭하면 금새 타인의 험담을 늘어 놓거나 비난하는 노인도 의외로 많다. 노인이 될수록 언제부터인지 볼썽사납게 욕을 퍼붓는 기술을 터득하는 사람도 있다.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것은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마구잡이 화풀이라고 스스로에게 경계하도록 하자. 관계없는 사람이나 대상에 대해서 화를 낼 필요도 욕을 할 필요도 없고, 아무리 해도 관심도 공감도 느낄 수 없다면 그저 조용히 물러서면 된다.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좋지 못한 사람이 세상에는 분명히 많다. 그것은 비단 노인에 대해서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이 있으나, 그것은 반드시 마음가짐이 나빠서만이 아니라 배려하는 능력이 결여 되어 있는 것이다.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듯한 태도를 보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노인 중에는 그것을 무조건 나무라면서 태도를 바꾸어 놓으려드는 사람도 가끔 있다. 존경이란 결코 폭력적인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무시당했다고 해서 한탄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된다. 당연히 노년이 되어 머리가 둔해졌다면 바보취급 당할 이유가 있는 것이며, 바보스럽지 않은데 바보취급을 당했다면 자신은 그렇지 않으므로 그냥 내버려두면 될 일이다. 그런 취급에 화를 내고 상대편과 다툰다면 노화가 왔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노인은 웬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어하지 않는다. 노인뿐만 아니라 학교 졸업 후 친구가 없는 사람, 사회에서 전혀 새로운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 등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사람이 실로 많다.  친구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첫째로 타인을 향한 진정한 관심을 없거나, 둘째로 다소 허세를 부리는 끼가 있어 자신을 속속들이 잘 들여다 보지 못하거나, 셋째로 관용심이 없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노인에게 이 세 가지 모두 서투른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젊은이들은 바쁘다. 청년, 장년이 얼마나 바쁜지를 헤아려 부당한 것을 부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노년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노인에 있어서 정말로 상대가 되어 줄 수 있는 상대는 노인 뿐이다. 노인끼리라면 어 느쪽이 어느 쪽 을 상대해 주는 일 없이 대등하게 사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