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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

정중하고 절제된 담론(2)

레이코프는 대화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가지 부모모형을 제시했다. 하나는 엄격한 아버지모형으로 아버지는 가족을 보호하고 부양할 책임을 떠맡으며, 가족들은 아버지의 규칙을 따를 의무가 있다. 다른 하나는 자애로운 부모형으로 부모는 애정과 합리적인 이성으로 자녀를 양육한다. 엄격한 아버지모형의 아버지는 악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해야 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패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보수주의자들은 권위와 도덕성을 동일시 한다. 이들에게 신-인간-자연, 여자위에 남자, 흑인위에 백인, 동성애자 위에 이성애자 등 엄격한 위계가 존재한다.  진보주의자들이 경우 ‘자애로운 부모모형에 가깝다. 사랑과 애정으로 양육한 자녀들은 다른 사람을 보살핀다. 이들에게 양육이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과 책임감을 의미한다. 진보주의자들이 바라는 지도자는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고, 국민을 보살피며, 협력과 신뢰와 정직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국민은 쟁점보다는 후보자의 정체성과 품성에 투표한다. 보수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란 규제없는 자유시장, 개인 주도성, 스스로 성공하는 능력, 정부보다 개인이 사유재산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믿음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라.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이 완전한 잠재력을 개발하도록 돕고, 잠재력을 추구하는 동안 자율권을부여하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혼자의 힘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이용하는 도로는 세금으로 건설된 것이다. 학교에서 교육받는 노동자들의 교육비는 세금으로 충당된 것이다. 은행에 지급하는 보조금 역시 세금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책임이 있다. 혜택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이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상대도 우울해지기 바란다. 물론 도덕적으로 분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상대를 공격하거나, 맹렬히 비난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감사히 여기고 즐길줄 알아야 한다. 만약 즐기지 못한다면, 이러한 것들에 관심도 없고 계속해서 이어가고자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기능을 축소하고, 정부를 없애려고 하지만 실제로 이미 국가는 기업의 통제를 받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다. 인간 개개인이 서로를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타인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인간의 귀중한 본성을 끌어내야 한다.  이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은 배려하는 대화를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만일 부가 최고의 가치라면, 왜 우리가 사람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는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공적담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허핑턴 포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장지상주의가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우리가 도덕적, 정신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공공의 장에 드러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의 계층화가 더 이상 사람들을 어울리지 못하게 만든다. 만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된다면 대화도 못하게 될 것이고,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불편함만 느낄 것다. 

 

샌델은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인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수 있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는 과거에는 돈으로 살 수 없었지만, 지금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예를 들어 지금은 기업들이 명명권을 구입한다. 일전에 대학 건물 명칭으로 기업명을 붙이는 세태를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아무 것도 안하는 사이 이러한 생각과 태도가 점점 스며들었고, 결국 우리의 사고방식이 달라져버렸다. 이제 돈이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우리가 문제삼지 않는 이유는 지독한 상업화로 인해 우리의 의식이 무뎌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에는 겅찰차에도 광고가 붙어있다. 샌델이 제시하는 사례중에는 겉으로 보기에 사소한 것들도 있다. 박물관에 돈을 내면 다른 사람이 대신 줄을 서주고, 나 홀로 운전자도 돈을 더 내면 고속차선을 달릴 수 있다. 아이는 책을 읽을 때마다 돈을 받는다. 이런 사례는 꽤 심각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서 결국 정직과 친절 같은 가치까지도 헐값에 팔리게 될 것이다. 어떤 것들은 신성시 되어야 한다. 아이를 사고파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어떤 부부들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대리모를 고용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돈이면 뭐든 사고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상품화해 왔다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까?  아마 인식조차 못하고 있을 것이 

샌델은 우리의 경제적 가치관을 되돌아보는 공적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미국 역사에서 위대한 시민운동이 사람들간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말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1960년대 여성 운동가들은 프리덤스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흑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흑인들은 이곳에서 글을 읽고 요구하는 법을 가르쳤고, 매일 계속되는 대화를 통해 그들 역시 인간임을 서로에게 일깨워 주었다. 그리스에서는 아테나 신전에 모인 남자들이 지금은 우리가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상에 관해서 논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대화는 인간에게 내재된 가능성을 발현하여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활력을 불어넣고, 무지를 깨우치게 했다. 무엇보다도 작은 모임을 만들고 함께 모여서 어색하더라도 각자의 꿈이 무엇인지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