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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코칭 (존 가트맨, 최성애, 조벽)

질풍노도의 사춘기, 공감 또 공감이 필요하다.

사춘기는 아이와 부모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시련의 시기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심각하게 자아를 고민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며, 자아를 찾는 고행을 시작한다. 사춘기에 접어들기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부정하며,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13-14때까지 어느 정도 발달했던 전두엽이 새롭게 재구축된다는 얘기이다. 리모델링하는 건물을 들여다보면, 사춘기의 뇌가 어떤 모양일지 짐작 할 수 있다. 리모델링 하는 동안 건물은 엉망진창이다.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엉뚱한 행동은 대부분 전두엽이 한창 리모델링중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청소년들의 전두엽은 어떤 의미에선 초등학생의 전두엽만도 못하다. 초등학생의 전두엽은 비록 간단한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공사중은 아니어서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청소년 전두엽은 전선이 채 연결되지도 않은 어수선한 상태라 이성적 판단이 더 어렵다. 몸은 이미 어른만큼 컸으니 당연히 생각도 어른만큼 할 수 있다고 믿지만 두뇌는 아직 미완성이라는 뜻이다.

 

초등학교 4-5학년까지 형성된 전두엽은 아파트로 치면 약 20평 정도이다. 학교와 집을 오가며 숙제하고, 약속을 지키고, 심부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른들의 복잡다단한 정치, 제, 사회, 문화, 인간관계를 처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대대적인 확장 공사를 하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어떻게 리모델링을 하느냐에 따라 30평짜리 집도 될 수 있고, 50-60평짜리도 될 수 있으며 100평짜리도 될 수 있다이때는 두뇌의 회백질이 1년에 두배로 늘 정도로 매일 새로운 뉴런이 생성되었다가 경험으로 강화된 것은 남고, 사용하지 않은 뉴런은 소멸한다. 그러니까 양질의 좋은 경험을 긍정적으로 강화하면 널찍하고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 좋은재료는 양질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구할 수 있다.

 

학교공부뿐 아니라 좋은책을 읽고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것 등은 모두 청소년기에 해보면 좋은 경험이다. 여러사람을 만나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거나, 각종 캠프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할때 긍정적인 감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억지로 공부하고, 무서운 기합과 꾸지람을 받아가며 운동을 해야 한다거나, 콩쿠르나 경시대회에서 낙선한 부끄러움과 패배감의 경험이 결부되어 기억된다면, 훗날 비슷한 상황이 오면 도피하고 싶고, 꺼려지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는 약 1천억개의 뉴런이 있다.  이 뉴런을 감각적인 경험을 해야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 활동을 시작한다. 1천억개의 뉴런을 활성화 시키려면, 그만큼 충분한 자극이 필요하다. 자극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만큼 뉴런은 다 사용되지 못하고, 결국 퇴화해 소멸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면서 감정의 뇌를 발달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한창 감정의 뇌를 발달시켜야 할 중요한 시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쏟는다. 공부외의 다른 경험이 없으니 리모델링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청소년들의 감정은 기복이 아주 심하다. 어떤 감정이든 다 받아주어야 한다는 점을 잘 아는 부모도 변덕이 죽 끊듯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감정은 감당하기 어려워 한다.  10분도 채 안 돼 감정이 극과극을 오가는 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난감하고 짜증도 난다. 청소년들이 감정기복이 심한데는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감정의 뇌가 한창 활발하게 발달하고 있는 중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사춘기때는 감정조절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덜 나와서 그렇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아동과 성인에 비해 세로토닌이 약 40% 정도 덜 나온다고 한다. 일반 성인의 경우 세로토닌이 평소보다 40%정도 덜 나오면 우울증, 불안증 환자로 본다. 아이가 자주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우울해 하면, 감정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도록 아이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에게 잠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와 사춘기 아이들이 가장 많이 부딪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잠이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9시간15분정도 자야 정상적인 뇌활동이 가능하다. 영유아기잠이 많이 필요했던 것처럼 사춘기에도 아동이나 성인에 비해 수면이 더 필요한 것이다. 두뇌에 도로망이 제대로 건설되려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데,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은 부실공사를 자초하는 일이다. 성인이 되면 수면주기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청소년들이 아침 잠이 많은 것 역시, 그들만의 정상적인 신체리듬으로 봐야 한다. 잠이 부족해 늘 피곤하고 짜증이 나는 자녀의 마음을 읽어줘야 한다. '많이 피곤하지, 더 자고 싶지, 엄마도 너만 할 때는 잠이 너무 많아 늘 고민이었어' 하고 말해준다면, 질풍노도와 같은

아이의 마음이 한결 누그러지고 편안해질 것이다.

 

청소년들은 전두엽이 공사중인 상태라 이성적으로 접근하면 잘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어떤 것이든 일단 감정의 뇌를 통해 전두엽에 기억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몸으로 직접 부딪치면서 깨닫게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삶의 경험이 많은 어른들의 눈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보인다. 그러나 아이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 어떻게 해서든 말리고 싶어한다. 아이들은 모든 경험을 감정 차원으로 기억한다. 다양한 겅험을 하다 보면 좋은 느낌으로 기억되는 것들도 있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만큼 좋지 않은 느낌으로 기억되는 것들도 있다.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부모의 욕심에 의해 일방적으로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을 바람직 하지 않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의 종합 매니저를 자청하고 나선다. 아이가 혼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을 불안해 하며 학업은 물론 건강과 친구관계까지 도맡아 관리한다. 사춘기 이전에는 매니저 역할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 더 이상 매니저 역할은 불가능하다. 아이가 부모의 관리를 받는 것을 거부하며,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감정코칭이 가능하다.

 

사춘기때는 매니저가 아닌 컨설턴트로 아이에게 다가가야 한다.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것을 충분히 들어주고, 때에 따라서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도 해주는 등 믿을만한 컨설턴트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너무 감시하려하면, 자칫하면 아이와의 관계가 멀어질수 있다. 가능하면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고 아이가 원할 때만 컨설턴트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꼭 사춘기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격적인 공격을 받으면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그렇다고 아이의 잘못까지 그냥 넘어가라는 얘기는 아니다. 잘못을 지적할 때도 감정코칭의 기본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감정은 받아주면서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짚어주면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는다. 인격이나 성격에 대한 비판은 피하고, 상황에 대해 말하면서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된다. 서로의 내면세계를 알게되면, 자녀는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다. 또한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두려워 하는게 무엇인지, 누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해와 불신을 줄일 수 있다. 부모가 좀더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마음을 보이기에 아이는 부모에게 존중받는 기분이 든다.

 

감정코칭은 컨설턴트로서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안은 해줄 수 있지만, 결정까지 내려주고 실행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행동의 한계를 분명히 해준 다음, 그 한계 안에서의 선택과 결정은 아이의 몫으로 넘겨두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판단하고 결정할 일까지 아이에게 맡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부부싸움이나 경제적 문제와 같은 어른들의 문제는 어른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 아이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되 아이의 권한 안에 있는 일에 국한 되어야 한다. 물론 아이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아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잘못된 결정으로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거나 실패를 해도 그것 또한 아이가 성장하는데 훌륭한 자양분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