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으로 상대방에게 진심을 전하기는 어렵다.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진심을 전하는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라도 말을 잘못해서 오해와 원망이 생기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말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3%는 눈빛, 말투, 억양, 태도 등으로 전달된다. 진정한 대화의 기술은 단지 말을 하는 요령이 아니다. 진정한 마음을 담고 표정으로, 행동으로, 태도로, 온몸으로, 소통해야 비로소 상대방의 마음을 열수 있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이유는 상대방이 잘못을 반성하고, 바뀌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난은 하면 할수록 더 엇나가게 민든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비난을 받으면 마음이 상처를 받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가트맨 박사는 경멸은 사람의 관계에 아황산을 뿌리는 것처럼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경멸을 받은 사람은 4년안에 감염성 질병이 결린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경멸의 독은 깊고 오래간다. 경멸로 인해 파괴된 관계를 복구하려면 호감, 존중, 감사, 배려의 마음을 5배는 더 표현해야 겨우 풀린다고 한다. 그만큼 경멸은 아주 위험하다.
상대방에 무시당하는 것도 비난이나 경멸을 당하는 것 못지 않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고 부모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아이는 주눅이 들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부모에게 소중하지 않은 존재여서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하면서 점차적으로 부모와 멀어진다. 말이 오가지 않아도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 있다 바로 담쌓기이다. 마음으로 담쌓기를 하지만, 아이에겐 참으로 가혹한 일이다. 그렇게 한다고 버릇이 고쳐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면서도 아이는 자존감이 더 낮아지고 상처도 많이 받는다.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도 상대방 이야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정짓는 투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대화는 상대방이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도록 만든다. 특히 아이와 대화할 때 상황을 단정지어 말하면, 아이는 더욱더 마음이 문을 꼭꼭 닫아 잠그게 된다. 단정적 대화는 대화 자체를 불가능 하게 만든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과 나눌수 있는 대화란 없다.
하임 기너트 박사에 따르면 아이에게는 크게 두 가지 원초적 감정이 있다고 한다. 바로 죄책감과 불안감이다. 불안감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는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울면 갖다 버릴꺼야' 라고 말하면, 어린아이는 말을 있는 대로 믿기 때문에 정말 버려질까봐 불안해 한다. 부모는 장난이라고 해도 이런 말을 여러번 들으면, 아이는 부모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의 죄책감을 부채질하는 대화도 안된다. 아이는 나쁜 상황이 일어나면,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도 자기 때문에 화를 낸다고 생각하고, 부모가 이혼을 해도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이 생긴다. 어린이의 인지 특성상 자기중심적으로 현상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죄책감이 오래 지속되면, 여러가지 심각한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 아이의 원초적인 불안감과 죄책감을 부채질 하지 않으려면, 아이가 안점감을 느끼고, 보호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와 아이가 멀어지는 가장 큰 사유중 하나가 아마도 아이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부모는 아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이끌고, 가르치지 않으면 안된다. 부모의 이런 마음은 아이와 대화할 때 고스란히 묻어닌다. 노골적으로 명령하고 훈계하는 부모도 많고, 겉으로는 대화하는 척 포장하지만, 결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등 내용은 명령과 훈계인 경우가 많다. 명령과 훈계조의 대화는 아이의 반발심을 일으킬 뿐이다. 그만놀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이제 그만 놀고 공부해라'고 엄마가 명령한다면 아이는 공부할 마음이 사라진다. 대화를 하다보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아주 사소한 말의 차이가 상대방의 마음을 활짝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서로 다가가는 좋은 대화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대화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몇가지 원칙만 지키면 성공이다. 그 원칙중에서도 항상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경청과 수용이다.
내가 하는 말을 누군가가 열심히 듣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고 울적했던 기분이 풀리기도 한다. 또한 상대방이 듣기만 할 뿐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더라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는 데 마음까지도 이해해주면, 아이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해 한다. 아이가 화가 나 있거나 슬퍼할 때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많이 슬프구나' 하고 말하면서 아이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기대하는 모습과 다를 때는 더더욱 아이 말을 수용하기 어렵다. 어떤 상황에서든 수용이 먼저다. 그래야 무엇 때문에 학원에 가기 싫은지, 혹시 학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학원에 가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 공부할 것인지 등 다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집을 떠나 다른 곳에 있을 때 불안함을 느낀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 있어야 하니 겁이 덜컥나고 혹시라도 그곳에서 어울리지 못할까봐 불안해 한다. 어떻게 아이의 속마음을 알 수 있을까? 아이가 한 말보다 아이의 기분을 먼저 살펴준다. 비난, 경멸, 방어, 무시하는 말을 들은 아이는 마음이 상처를 입는다. 이런 말을 듣고 성처를 입은 아이는 마음이 문을 굳게 잠그고 웬만해서는 문을 열지 않는다. 상처입은 짐승처럼 혼자 깊은 굴속에 숨어 있으려 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마음을 여는 대화로 아이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으면 좋겠지만, 대화의 기술이 서툴러 본의 아니게 아이에게 상처를 입혔다면, 대화법에 더욱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상처받은 아이는 공격적이다. 말 한마디도 곱게 하지 않는다. 날을 세우고 거치게 말을 내뱉는 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부모도 감정이 상해 상처주는 말을 더 하게 된다. 그러면 악순환의 연속이다. 화가 나서 상대방을 비난할 때는 저절로 목소리가 커진다. 비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치명타를 입히는데 목소리까지 크면, 아이와의 대화는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크고 격한 목소리를 들으면 감정의 뇌도, 생각의 뇌도 아니라 뇌의 제일 하부구조인 생명의 뇌, 즉 파충류의 뇌로 피가 몰린다. 파충류의 뇌가 집중적으로 활성화 된다는 얘기다. 파충류의 뇌는 반응이 단순하다.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살아남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살아남으려면 전력을 다해 싸우거나 도망가는 두가지 방법 밖에 없다. 즉 상대방의 말에 신경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말을 하거나, 아예 입을 닫고 대화를 피한다. 따라서 아이와 대화를 하려면 부드러운 억양과 말로 시작해야 한다.
방어식 대화는 상대방의 반항심을 불러일으켜 싸워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반면, 인정식 대화는 자기를 수용해 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평소 집안 분위기를 호감과 존중이 감도는 문화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사이에도 작은 일에 감사하고, 노고와 가치를 인정하고, 장점을 먼저 보는 습관을 들인다면 문화는 자연스럽게 바뀔수있다. 보통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존중을 표현하면, 설령 대화의 기술이 서툴러도 대화가 잘 될 수 있다. 펌프물을 끌어올리려고 할 때 늘 쓰던 펌프라면 물 두어 바가지 정도 부으면 되지만, 오래도록 쓰지 않고 바짝 말라 있는 펌프라면, 한두 동이로도 모자란다. 일반적으로 관계가 좋게 유지 되려면, 긍정성 대 부정성의 비율이 5:1정도는 되어야 하고, 관계가 깨가 쏟아질 정도가 되려면 20:1이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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