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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코칭 (존 가트맨, 최성애, 조벽)

아이, 감정속에서 길을 잃다

아이가 엇나가는 경우, 정말 부모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행동만을 본다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더 큰 문제행동을 일으킨다.  자신의 기분을 받아주고 이해해 달라고 울고, 보채고, 떼를 쓰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인데도 부모들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행동에만 반응한다. 아이들은 대개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가치있는 사람인지 감정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문제가 있는 아이의 행동 패턴을 살펴보면 부모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 하고 궁금해 하기전에 '과연 부모로서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야한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않아, 상호작용이 원만하지 못할 경우, 아이는 자아존중감이 떨어져 불안한 감정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할 위험이 크다분명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쉽게 목숨을 끊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려면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대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을 잘 수용하고 대처할줄 알면, 자아성장감과 자존감이 높아지며, 대인관계나 문제해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외동으로 혼자 자라는 아이가 많고,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부모와 자녀 모두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보니, 아이들이 감정을 잘 만나고 처리하는 연습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살면서 다양한 감정과 부딪히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 길을 잃고 헤메고 있다. 아이들의 불행과 혼란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감정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물론 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가 본격적으로 감정과 만나는 것은 세상에 태어난 이후부터이다. 태아때 느꼈던 감정은 주로 엄마의 감정상태가 전달된 것이며, 아이가 독립적으로 느끼는 감정과는 차이가 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 느끼는 감정은 좋든 나쁘든 직접적이고 강렬하다. 때론 위협적이고 때론 위로 받기도 하는 낯선 감정을 하나둘씩 만나 이런 감정들과 익숙해지고,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아이들이 감정을 만나고 배우는 일차적인 학습의 장은 당연히 가정이다. 어떤 감정이든 누군가가 알아주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면, 아이는 감정이 낯설어 불안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훌륭한 감정배움터 역할을 해야 할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가족이 많으면 그만큼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눌 기회가 많다.

 

외둥이로서 한부모와 단출히 살던 아이는 어릴 때부터 조부모나 사촌들과 가깝게 지낸 아이들과 이른바 게임이 안될 정도로 인간관계와 다양한 감정적 상황의 대처경험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처음 유치원에 들어갔을 때 아이는 단 7-8명의 아이들과 한두분의 선생님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압도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가족이 많으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기회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을 인정받고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배울 기회도 풍부하다. 누가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아도 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적 상황과 그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대처 하는지를 보며 배우기도 하고, 스스로 부딪치면서 터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감정이 종종 방치된다는 점이 문제이다. 예전처럼 가족이 많을 때는 적어도 가족중 어느 누군가는 아이의 감정을 살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끌어 주었는데, 지금은 부모 외에는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다. 맞벌이 부부가 급격히 늘었고, 아이들의 감정을 받아줄 여유는 커녕 부부갈등도 해결하지 못해 언성을 높이는 부부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두 쌍중 한 쌍은 이혼을 할 정도로 위기에 처한 가정이 많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이는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아이가 울고, 떼를 쓰고,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는 등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기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간절한 몸짓이다. 감정을 느끼기만 할 뿐 감정의 정체도 모르고 적절한 언어로 표현할 수도 없다. 누군가로부터 감정을 이해받은 아이는 금방 감정을 추스르고 안정을 찾는다. 반면 감정을 무시당한 아이는 혼란에 빠진다. '어 이상하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지?' 하고 의아해 하면서, 제발 내 기분좀 알아들라는 마음으로 더 크게 울거나, 발을 구르는 등 좀 더 과격하게 행동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런 마음을 몰라준 채 아이의 행동만 보고 야단을 친다. 감정을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많을수록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진다. 결국 자신과 남을 신뢰하거나 존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며,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또는 충동적인 언행을 언행을 하다가 더욱더 큰 꾸지람을 듣게 된다. 이런 상태로 ‘주의력결핍증 과잉행동장애아’라는 레벨을 부여받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감정을 무시 당하면 더욱 과격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되고, 그래도 감정을 이해받지 못하면 그만큼 스트레스도 더 커질수 밖에 없다. 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지만, 건강하게 생활하는 아이도 많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은 경험이 풍부하여 자존감이 강하고, 감정을 처리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 아이의 감정을 무조건 다 받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것만으로는 아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 수가 없다. 감정은 충분히 공감을 하지만, 행동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읽어주고 공감해 주었다면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었을 때 아이가 순순히 받아들인다. 감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부터 해주고 나면, 한계를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