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길2

도대체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없애는 것이 가능한가? 나는 달라이 라마에게 말했다. ‘ 당신은 궁극적인 행복이 우리가 가진 부정적인 행동과 마음의 상태, 이를테면 분노, 증오, 탐욕 같은 것을 없애는 것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당신 심리의 자연스런 일부분인 것 같습니다. 인간존재는 누구나 그런 어두운 감정들을 어느 정도 경험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의 일부분에서 증오하고, 배척하고 싸움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우리 모두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세상에 태어납니다. 이런 의미에서 무지 또한 아주 자연스런 것입니다. 어린시절 우리는 매우 무지합니다. 하지만 성장하며 하루하루 교육을 받음으로써, 우리는 지식을 얻어 무지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배움을 늘려가지 않고 무지한 상태에 자신을 놓아준다면, 우리는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무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연상태에 자신을 놓아둔다면 교육과 배움같은 무지를 몰아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찾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적당한 수행을 통해서 우리는 점차로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사랑과 자비심과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더욱 키울 수가 있습니다. ’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는 방법을 생각할 때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면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인간의 마음은 매우 복잡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또한 매우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어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 대처하는 많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마음은 서로 다른 시각을 선택해 다양한 문제를 설명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 속에서 일종의 대화를 나누는 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증오와 분노 같은 부정적인 특징 또한 마음의 일부분으로, 이런 감정을 대상으로 열심히 싸울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존재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각 개인의 존재속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러 시각에서 하나의 현상을 볼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에는 다분히 선택적인 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특별한 생각을 갖고 어떤 현상의 특별한 측면이 초점을 맞추면서 특별한 시각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을 말할 때 티벳어로 뇬몽, 산스크리스트어로 클레스바로 불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단어는 종종 망상으로 번역됩니다. 티벳어 뇬몽의 어원은 자연스럽게 마음에 고통을 주고 마음의 평화를 깨며, 정신적인 혼란을 일으키는 감정과 생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고통스런 감정과 생각, 즉 망상을 마침내 우리 마음속에서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근거는 도대체 무엇일까? 불교사상에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는 세가지 기본전제가 있습니다. 첫번째 전제는 마음에 있는 모든 망상, 즉 고통을 주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은 본질적으로 왜곡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에는 정당한 근거가 없습니다. 이것들은 무지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긍정적인 감정이나 마음, 이를테면 사랑, 자비심, 통찰력 같은 것은 튼튼한 기초를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욕망은 긍정적인 욕망입니다. 그것은 정당화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는 현재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생존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에 기초한 것입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 다시말해 꼭 있어야할 필수품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욕망은 정당한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한 것처럼 탐욕처럼 부정적인 성격을 가진 또 다른 욕망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욕망의 정단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으며 종종 문제를 일으키고 우리의 삶을 복잡하게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두번째 전제는 우리의 긍정적인 마음이 부정적인 성향이나 망상에 사로잡힌 마음을 바로 잡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전제는 교정수단이 되는 마음을 더욱 키우고, 그 힘을 강하게 할 수 있도록 정신적 감정적인 고통을 덜 느끼고, 부정적인 마음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자비심 같은 교정수단을 이용하면 정신적 감정적인 고통을 크게 줄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정수단은 단지 특정한 감정이나 개인의 고통스런 감정만을 제거하려고 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단지 부분적인 수단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고통을 주는 감정들 이를테면 애착이나 증오는 궁극적으로 무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무지란 현실의 진정한 성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말하는 것입니다. ’

 

‘불교의 모든 학파가 중요시 하는 한가지는 지혜입니다. 지혜는 현상의 참된 본질을 들여다보는 눈을 의미 합니다. 불교는 특정한 마음상태에 대한 특정한 교정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분노와 증오를 바로잡는 수단으로 인내와 관용을 이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부정적인 마음을 바로잡는 일반적인 교정수단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현실의 궁극적인 본질에 대한 통찰력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세번째 전제는 마음의 본질이 순수하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의 본성은 불성으로 불립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불성의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것을 몰아내고 마음을 맑게 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불교는 마음의 고통과 감정의 고통을 궁극적으로 없앨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사랑, 자비심, 용서 같은 긍정적인 힘을 키우고 명상 같은 다양한 수행을 통해 이뤄지는 일입니다. 이런 방법은 많은 시간을 수행에 바칠수 있는 수도승 같은 사람에겐 적합할지 모릅니다. 일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부정적인 감정이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서양의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주는 원천으로 종교에 의지한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 접근법은 믿음보다는 이성적인 생각과 마음의 수행에 더욱 의지한다는 점에서 서양의 많은 종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달라이 라마는 접근법은 마음의 과학과 닮아있다. 우리는 특정한 나쁜습관, 예를 들면 음주, 흡연, 쉽게 화내는 성격 등을 없애기 위해 행동치료 같은 정신요법을 이용한다는 말에는 익숙해 있다. 하지만 모든 부정적인 감정과 마음에 대항하는 무기로서 사랑, 자비심, 인내, 관용 같은 긍정적인 성질을 키운다는 말에는 익숙지 않다. 달라이 라마 방법은 부정적인 정신상태는 우리 마음의 본질이 아니라는 혁명적인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부정적인 정신은 마음의 자연스런 상태인 기쁨과 행복감을 표현하지 못하게 막는 일시적인 장애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서양의 정신치료사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직접 마음을 닦기보다는 건전한 대처 전략, 병의 조절, 증상의 개선을 목표로 한다. 달라이 라마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긍정적인 마음이 부정적인 마음을 바로잡는 직접적인 교정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앨버트 엘리스 박사와 아론 벡 박사 같은 정신요법의 전문가들이 발전시킨 현대의 인지치료는 우리가 혼란스런 감정을 갖고, 외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왜곡된 생각과 비이성적인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지치료는 환자들의 왜곡된 생각을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조사하고, 수정하는 것을 돕는 데 초점을 둔다. 어느 의미에서 수정된 생각은 고통의 원인이 되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수단이다. 인지치료사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것은 환자의 부정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불교에서 고통을 주는 감정이 왜곡되어 있다고 보는 것과 매우 비슷하게 인지치료사는 우울증을 일으키는 부정적인 생각이 ‘본질적으로 비틀어져 있다’ 고 본다. 직장을 잃거나 어떤 과목에 낙제라도 하면, 자동적으로 '난 완전히 실패했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건만을 선택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생각을 왜곡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을 바꿈으로써 감정을 변화시키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없앨수 있다는 과학적인 사실은 달라이라마의 사상을 뒷받침한다. 그의 가르침은 긍정적인 마음이라는 교정수단을 이용해 그것의 반대편에 있는 부정적인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