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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행복론(하워드 커틀러

왜 자비심이어야 하는가?

불교 수행자는 자비심을 키우는 것이라 강조하는데, 자비심은 어떤 것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군요. 달라이 라마가 대답했다.

‘자비심은 다른 생명체에게 폭력을 쓰지 않고 해를 끼치지 않으며, 공격적이지 않은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며, 또한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책임감과도 관계 있습니다. 자비심을 키우면서 사람은 먼저 자신이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라고, 그런 마음을 가진뒤 에는그 마음을 더 키워 다른 사람도 감싸안는 것입니다. 첫 번째 종류의 자비심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바탕에 둔 관계는 불안정합니다. 그리고 집착에서 벗어난 두번째 종류의 자비심이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비심입니다. 이 자비심은 어떤 사람이 자신과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자비심은 모든 인간존재가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행복을 바라고, 고통을 극복하려는 본질적인 소망을 갖고 있다는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감정적인 집착을 갖고 결혼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사랑과 함께 서로를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진정한 자비심을 부부가 갖고 있다면 결혼생활은 오랫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자비심이 없이 감정적인 집착만 갖고 있는 경우, 그 결혼생활은 불안정해지고 훨씬 빨리 끝나버리기 쉽습니다. ’ 

 

‘낚시바늘에 걸려 몸부림치는 물고기처럼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어떤 동물을 본다면, 당신은 자연스럽게 그 고기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기가 힘들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 당신이 자비심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그 물고기 역시 감각이 있어서 고통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런 고통을 겪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때문 입니다. 욕망과 집착이 섞이지 않은 이런 저비심은 더 건강하고 훨씬 오래갈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자비심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다른 생명가진 존재의 고통을 볼때 생기는 견디기 힘든 느낌으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느낌을 갖기 위해선 먼저 다른 사람이 겪는 극심한 고통을 이해해야 합니다. ’

 

난 대체로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며 지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서, 그런 종류의 감정은 느낄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 만족하고, 내 방식대로 인생을 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친구들도 있고,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하고 있으며 가족과의 관계도 좋은 편입니다. 자비심, 이타주의, 따뜻한 마음이 도대체 나한테 무슨 이익이 되겠습니까?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

 

‘ 사업가가 그렇게 얘기했더라도, 무엇보다 그가 정말 마음깊이 행복을 느끼는지 여전히 의심이 됩니다. 나는 자비심이 인간 생존에 가장 기초가 되며, 그것 때문에 인간의 삶이 진정한 가치를 갖게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그런 능력이 없는 남편은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만일 그 사람이 정말 남의 고통과 느낌에 무관심한 태도를 갖고 있다면,  그가 아무리 백만장자이고, 훌륭한 교육을 받고 가족과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친구와 다른 부자들, 정치가와 국가 지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더라도, 그 모든 것들은 단지 피상적인 기쁨을 줄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에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곰곰이 되짚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자비심과 애정을 갖고, 자신을 대할 때 행복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그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 또한 따뜻한 마음과 애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그는 타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줄수록 자신도 그런 마음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은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을 쌓는데 밑거름이 됩니다. 어떤 남자가 모든 물질의 편리함을 누리고, 인생에서 성공하고,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며 경제적 으로 안정되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무언가 결핍된 느낌을 갖지 않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가는 이유는 대체로 그를 출세와 사업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가 가진 부와 권력에 영향을 받고, 그 사람 자체보다는 그런 것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자비심을 갖고 있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것에 의지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고, 재산이 줄어들지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다른 인간존재들과 함께 나눌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경제는 언제든 사정이 나빠질 수 있고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잃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비로운 태도는 우리가 언제나 간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사람들은 건강한 몸으로 오래도록 살고, 마음의 평화와 행복, 기쁨을 누리길 바랍니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라면, 사랑과 자비를 가질 때, 그것들을 한층 더 쉽게 이룰 수 있습니다. 무자비한 사람들은 보통 자기 마음깊은 곳에 있는 불행하고 불안한 느낌 때문에 고통 받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여주는 예는 많습니다. 스탈린 히틀러도 그 예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늘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무자비한 사람들에게는 자비로운 사람들 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유로운 느낌과 긴장을 벗어던진 평화로운 상태를 느낄수가 없습니다. 그런 느낌은 잠을 잘 때 사람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마음입니다. 언제나 무엇인가가 그들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것에 사로잡힌 느낌과 비슷해서, 그들은 마음이 휴식하거나 자유로운 느낌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자비심 없이 살아갈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를 말하면서 스탈린 예를 든 것은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탈린 성격의 두가지 특징이 무자비함과 의심이라는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죽음을 맞이하기 얼마전 스탈린은 후루시초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난 아무도 믿지 않소. 심지어 나 자신 조차’  마침내 그는 자신의 가장 충성스런 참모들까지도 공격했습니다. 더욱 무자비해지고 강한 권력을 가질수록 그는 분명히 더욱 불행해졌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비심을 키울수 있으려면, 따뜻한 애정을 주는 부모품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 ‘ 어린 시절부터 많은 고통을 겪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애정을 못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훗날 삶을 살면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갖지 못하고, 자비심과 애정도 가질수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냉정하고 잔인한 인간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자비심을 불우한 성장 환경을 가진 사람들에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달라이 라마가 대답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처한 특별한 환경에 달려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많은 수행법들이 전혀 소용이 없을 수도 있지요... 자비심을 키우는 방법은 배움을 통해 자비심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비심을 갖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것입니다.’

 

자비심을 갖고 남에게 베푸는 행동이 육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이 행복한 느낌과 평온함을 주고, 우울한 느낌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들은 수없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