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는 어떤 계층의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의 감정에 깊고 의미있는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나는 질문을 던졌다.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줄이고, 다른 사람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나 기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한 가지 공식을 찾아낼순 없지요. 사람을 대하는 것에 능숙해지려면 여러 요소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이것이 그 방법이다, 또는 이것이 그 기술이다 라고 말할순 없겠지요. 자비심을 갖고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비심을 키우는 여러 방법을 생각할 때 감정이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감정이입은 자비심을 키우는 방법일뿐 아니라 또다른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개 어느 경우든 사람을 대할때면 어려움에 부딪칠수 있습니다. 그럴때는 자신을 그 사람의 입장에 놓고 생각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대방 입장에 서서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자신이라면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상상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 방법은 다른 사람의 느낌을 깨닫고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줄여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감정이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충고를 한마디 해주시겠습니까?
‘ 난 티벳인이고 남들과 피부색과 종교와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차이점을 강조하기 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생각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그러면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
나는 달리 라마가 ‘사람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라’는 충고가 처음에 생각한 것처럼 단순한 말이 아님을 깨달았다. 언뜻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의 충고를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무시해버리기 쉽다. 결혼 부부는 왜 자주 싸우는 걸까요?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
‘ 사람 사이의 갈등을 다루면서 생각할 것은 그 갈등이 아주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여러 가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생긴 문제를 이해하려고할때, 첫단계는 그 관계의 바탕을 이루는 성격에 대해 신중히 살펴보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성격이 다른 여러관계들이 있음을 깨닫고, 그 차이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우정에도 서로 다른 종류의 우정이 있습니다. 어떤 우정은 부와 권력, 사회적 지위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에 또다른 종류의 우정이 있습니다. 부와 권력, 사회적 지위를 따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의 감정에 바탕을 둔 우정입니다. 부와 권력이 줄어들거나 커저도 이 우정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인간관계에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일단 한걸음 물러나 그 관계가 무엇에 기초하고 있는지 신중하게 생각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와 문제가 있다면, 그 관계의 바탕이 되는 기초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군요.’
'내 남자친구는 좋은 사람이 아니고 친절하지도 않아. 하지만 난 그래도 그에게 마음이 끌려' 따라서 첫눈에 상대방의 매력에 끌려서 맺어진 관계는 믿을 수 없고 매우 불안정합니다. 그것은 매우 많은 부분 순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느낌은 오래 갈수 없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져 버립니다.‘
최초의 열정과 사랑을 자신들의 관계의 핵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결국 환멸을 느끼거나, 이혼하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네소타대학 사회심리학자 엘렌 버쉐이드는 이 문제를 연구한 끝에 열정적인 사랑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녀와 동료연구가들은 지난 20년간 이혼율증가 이유중 하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강렬한 감정, 곧 낭만적인 사랑의 경험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과 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감정을 오래 지속시키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지요.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
‘그것은 분명히 사실일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문제를 다룰때, 그 관계의 바탕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나는 성적매력도 포함된 건강하고, 훌륭한 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성적인 매력이 바탕이 되는 관계에는 원칙적으로 두가지 종류가 있을 것입니다. 첫번째는 성적욕망에는 바탕을 둔 관계입니다. 두사람을 연결해주는 실제적인 동기와 자극은 단지 순간적인 만족과 쾌락입니다. 이런 관계속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기보다는 만족을 주는 대상으로 대합니다. 이런 관계는 그다지 건강하지 못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오로지 성적욕망으로만 관계를 갖는다면 그것은 거의 매춘과 다를바 없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맺어진관계는 훨씬 오래가고 흔들림이 없습니다.’
‘난 서로를 알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할때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진정으로 만족스런 관계를 갖고자 한다면, 최선의 방법은 상대방의 깊은 심성을 이해하고 단순히 겉으로 나타는 특징을 아는 대신 깊은 차원에서 그 사람과 관계를 갖는 일입니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서로의 삶을 연결하고, 인생의 굴곡을 함께 겪고,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건강한 관계가 되려면, 서로에 대한 첵임감과 헌신적인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낭만적인 사랑을 너무 이상화 시키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이룰수 없는 환상에 바탕을 둔 것이어서 절망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바탕위에 있는 낭만적인 사랑을 긍정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이 사람들에게 그토록 호소력을 갖고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다보면, 인간에게 황홀감을 주는 에로스라는 것이 문화적, 생물학적, 심리적 요소가 모두 섞인 칵테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에로스는 낭만적이고 성적이고, 정열적인 사랑을 의미한다. 낭만주의는 우리가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운동으로,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이전의 계몽주의를 거부하면서 생겨났다. 이 새로운 운동은 직관, 감정, 느낌 그리고 정열을 찬양했다. 감각적인 세계와 주관적인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나아가면서, 이상화 된 과거 세상과 유토피아적인 미래 세상 같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추구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자극에 반응해 행복의 느낌을 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며, 이 행복감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뇌가 이런 화학물질에 푹 잠겨있는 동안에는 가끔 그 감정에 너무 압도되어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보지 못하는 듯하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는 인간에게 벌을 주기 위해 인간의 몸을 둘로 갈라놓았다. 이제 인간은 둘로 나뉘졌고, 쪼개진 반쪽은 나머지 반쪽과 합쳐지기를 갈망하게 되었다.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에로스는 나머지 반쪽과 합쳐지려는 고대부터 내려온 소망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보편적이고 무의식적인 인간의 요구인 듯하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신생아는 자신과 자신이외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 아기들은 자아를 느끼지 못하며, 만일 자아를 느낀다고 해도 거기엔 엄마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주변환경의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기는 어디에서 자신이 끝나고 다른 것이 시작되는지 알지 못한다. 뇌가 성숙하고 세상과 더 자세히 접촉하면서부터 아기는 점차 한 개인의 자아를 갖는다. 타인과 마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타인으로부터 고립되는 느낌도 커지면서, 아이는 자신의 한계를 점점 깨닫게 된다. 물론 아이가 세상과 접촉하고,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신이 독립된 개체라는 생각은 더욱 커진다.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은 어린시절 그가 접촉한 중요한 사람들, 그리고 사회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역할을 따라 만들어진다.
친밀감이 행복을 준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행복이 오래 가려면 관계의 기초가 단단해야 할 것이다. 성적인 매력이나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강렬한 감정은 처음에 두 사람을 하나로 묶기위한 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변치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한 딜라이 라마의 방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애정과 자비심을 갖고, 인간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관계를 맺는 일이다. 그럴 때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뿐 아니라 친구와 친척, 낯선 사람과도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며,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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