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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이민과 노동자 송금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국경이 열린 덕분에 생산자들 사이 경쟁이 더 치열해져서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을 향상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같은 원리를 적용하지 않는 경제적 거래가 있으니 바로 노동력의 국제적 이동인 이민이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유이민을 옹호하는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민자들에게 어떤 권리를 주어야 할까?  직업선택의 자유를 주어야 할까? 자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기초교육과 의료 등 특정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민자들에게 사용료를 받아야 할까? 이민자들은 보통 이민 수용국의 노동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 이민을 한다. 많은 경우 이민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의 특정 부문을 보충하기 위해서 유입된다. 결국 이민자들은 그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로 이민을 하는 것이다. 일부 부자나라, 유럽에서는 그다지 관대한 복지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도 자국 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으려고 가난한 나라에서 이민자들이 들어올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경우 이민자들은 평균적으로 복지국가에서 받는 혜택보다 세금으로 내는 돈이 많다. 또 이민자들은 새로 살게된 나라에 문화적 다양성을 불어넣어 그 나라의 원주민과 이민자 모두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적 감성, 행동방식 등을 접하고, 더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민이 이민 수용국에 혜택을 가져온다 해서 그 나라 국민이 모두 동등하게 혜택을 본다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기술을 별로 갖지 못해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이민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그 결과 임금과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지고, 실업 가능성은 더 커지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생기는 손실은 작다.

 

기업들의 주주이익 극대화 전략이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잘못된 거시경제정책으로 인해, 과다한 실업이 발생하며 숙련노동자를 훈련시키는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자국노동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인들의 능력과 의지 부족으로, 많은 부자나라에서 반이민 정책을 가치로 내건 정당들이 생겨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민자들을 보낸 나라들이 영향을 받는 주된 통로는 노동자 송금이다. 노동자 송금은 받는 나라에 복잡한 영향을 끼친다. 송금의 많은 부분은 가계운영비로 쓰여 돈을 받는 사람들의 물질적 셍활수준을 확실히 개선한다. 이민은 종종 가족을 흩어지게 한다. 다른 나라에 가서 육아나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어머니들은 자녀를 남의 손에 맡겨 키워야 한다. 이런 고통으로 인한 계산할 수 없는 비용은 송금으로 보충할 수 없다.

 

1990년에서 2010년사이 부자나라에 사는 이민자 수는 880만에서 1억4500만으로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부자나라의 전체 인구대비 이민자 비율은 1990년 7.8%에서 2010년 11.4%로 증가했다. 이민이 꼭 개발도상국에서 부자나라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더 못사는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로 흐르지만, 자연재해나 내전, 전쟁 등으로 난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2010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2억1400만명이 이민자인데 그 중 1억4500만명은 부자나라에 살고 있고, 나머지 6900만명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전세계를 보면 이민자 비율은 기본적으로 정체상태에서 1990년 3%에서 2010년 3.1%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0년대초부터 노동자 송금액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송금액은 3000억달러에 달해 부자나라가 개발도상국에 주는 대외원조액보다 3배 많다. 절대액수로 하면 2010년 송금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인도로, 540억달러였다. 그 뒤를 중국 523달러, 멕시코가 221억달러, 필리핀이 214억 달러 였다. 인도가 받는 송금액은 절대 액수로 하면 세계 1위지만, GDP의 3.2%에 불과하다. 2010년 타지키스탄은 GDP의 41% 였다. 송금액 비율이 이렇게 높으면, 나라경제에 긍정적으로 그리고 부정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GDP의 20%와 맞먹는 금융자원이 추가적으로 공급되면서 그 나라의 소비와 투자 수준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 대규모 송금은 많은 나라에서 충격완화제 역할을 한다. 자연재해나 금융위기 혹은 내전이 벌어지고 난 후에는 송금액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많은 송금액은 금융거품 부정적인 영향을 낳기도 한다. 송금액의 형태로 갑자기 많은 양의 외화가 유입되면 돈을 받는 나라의 화폐 가치가 갑자기 치솟아 그 나라 제품의 수출가격이 오르고, 그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난 30년간 국제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각국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재화, 서비스, 자본, 기술의 국제적 이동이 크게 증가하면서 각국이 생산을 조직하고, 필요한 것을 수입하기 위해 외환을 벌고, 금융 및 실물투자를 하고 받는 방식 등이 변화했다. 이민받는 나라에서는 이민자와 원주민간의 긴장이 고조 되었고, 이민을 보낸 나라는 막대한 양의 송금액을 받으면서 소비, 투자, 생산패턴이 상당히 달라졌다. 세계화 과정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이 변화는 이 시대를 규정하는 특징이 되었다.

 

세계화는 기술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황금기 1945년- 1973년에 세계경제는 자유주의 황금기(1870년- 1913년)보다 세계화 정도가 낮았다. 지난 30여년동안 나타난 세계화 현상은 부자나라의 강력한 정부들과 주요기업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일 뿐이다프랑스 작가이자 철학자 볼테르의 유명한 책 ‘캉디드’를 인용하자면, 세계화는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외쳤던 것처럼 가능한 모든 세상중에 가장 좋은세상을 가져온 것도 아니다. 초고속 세계화가 진행된 지난 30여년 사이 경제성장은 둔화 되었고, 불평등이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나라가 금융위기를 더 빈번히 겪어야 했다.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나라가 세계경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장기적 경제발전을 위해 국제경제와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한 나라가 어디를 얼마나 개방해서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의 국제통합을 허용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장기적 목표와 역량에 달려있다. 보호주의도 적절한 산업에 적절한 방법으로 행해지면 유익하 수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똑같은 규제라도 어느 나라에는 이로울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는 해를 끼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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