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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외국인 투자와 초국적 기업

지난 30년동안 외국인 직접투자는 국제수지에서 가장 역동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 중반 전세계적으로 외국인 직접투자규모는 세계국내총생산 대비 0.5%였다. 1997년 1.5%로 늘어났다. 2012년 2.7%까지 올랐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한 금융흐름에 그치지 않고, 투자대상국의 생산능력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순수한 금융투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형태의 자본 흐름과 구분된다. 한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끼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하는 투자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경영관행이 도입된다. 그 형태가 외국회사 자회사를 설립하는 그린필드 투자가 되었던 기존회사를 인수하는 브라운 필드 투자가 되었든 상관없다. 외국인 직접투자 효과는 투자받는 해당기업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 제일 먼저 시범효과라는것이 있다. 새로운 관행과 아이디어를 베우는 것이다. 엄격한 품질관리, 납품관리를 요구할 것이다. 지역 공급자들도 품질과 영업관행을 개선할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이같은 간접효과를 통틀어 파급효과 라고 부른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음에도 투자대상 국가에 혜택이 된다는 증거는 그다지 확실치 않다. 그 이유중 하나는 위에 열거한 혜택이 모두 이론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많은 초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그 지역업체들로부터 납품을 받지 않고, 투입물을 대부분 수입한다. 이런 기업들을 엔클레이브enclave식으로 존재 한다고 말한다. 초국적 기업의 자회사는 천연자원이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들어왔다면, 지식 전수는 더욱 어려워진다. 2012년 스타벅스, 구글 등의 국제적 거대기업이 유럽 몇개국에서 법인세를 아주 조금밖에 내지 않아서 대중의 분노를 샀다. 이 기업들은 자회사 비용을 부풀려 내야할 세금을 최소화 했다. 제3국에 있는 자회사가 영국의 자회사에게 제공한 서비스 요금을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보다 훨씬 높게 매기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제3국들은 영국보다 법인세율이 낮거나 심지어 법인세율이 극도로 낮거나 매기지 않는 방법으로 외국회사들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도록 끌어들이는 조세 도피처(버뮤다, 바하마)였다.

 

초국적 기업은 세울이 다른 여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회사들이 서로 가격을 너무 높게 혹은 낮게 매기도록 한 뒤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서 활동하는 자회사가 가장 많은 이윤을 내도록 만든다이렇게 이전가격 조정을 통해 회사 전체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스타벅스와 구글이 이 사례와 다른 점은 주로 브랜드 사용료, 특허권 사용료, 대출이자와 사내 컨설팅비용 같은 무형자산 사용료를 통해 이전가격을 조정하는 것뿐이다. 초국적 회사들이 이전가격을 조정해 세금을 포탈하는 것은 영업하는 나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사회기반시설, 교육, 연구개발 등의 사회적 생산투입요소는 이용하면서도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투자 대상국이 초국적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초국적 회사의 자회사는 효율성이 더 낮은데도 신용대출은 더 쉽개 받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초국적 기업의 자회사라는 덕분이다. 초국적 기업에게는 적은 부분에 불과한 자회사이지만,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는 독점 혹은 과점적 위치를 누리는 큰 회사가 된다. 게다가 초국적 기업은 막대한 자금력과 모국의 정치적 지원을 등에 업고 투자대상국의 정책을 그 나라 경제보다 자사의 이익에 맞는 쪽으로 바꿀 수도 있다.

 

바나나 공화국이라는 말은 요즈음 글로벌 의류회사 갭에서 만드는 바나나 리퍼블릭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중남미의 바나나 생산국가들을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 UFC라는 기업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장악하고 있던 때에 나온 말이다. 가장 끔찍한 기업은 1928년 콜롬비아에 있는 UFC바나나 농장에서 파업하던 노동자들이 대량 학살된 일이다. 당시 미국 해병대가 UFC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침공하겠다고 위협하자 콜롬비아 정부는 자국군대를 파견해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노동자를 죽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외국인 직접 투자의 부정적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대상국이 생산능력을 향상 시키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일단 초국적기업들이 투자 대상국안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자국기업들이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 외국인 직접 투자의 영향은 각 산업과 극가의 특징에 따라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것이 좋다 나쁘다 일반화 해서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외국인 직접투자의 혜택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나라들이 어느 산업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가능한지를 규칙으로 정해 놓았다. 초국적 기업에게 자국기업을 투자 파트너로 삼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조인트벤처 규정이라 한다. 자국의 조인트벤처 파트너에게 기술을 이전하거나, 자국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라고 초국적 기업에게 요구하는 정부도 많다. 이중 전자를 기술이전 규정 이라고 한다. 또 초국적 기업의 자회사들에게 생산투입물의 특정 비율을 국내에서 공급 받으라고 요구한다. 이를 국산품 사용규정이라고 한다. 이제는 부자나라들이 WTO협정(무역관련투자조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양자투자협정(BIT) 등을 통해 많은 규제 조치들을 불법으로 만들어 버렸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은 자국의 경제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산업분야에 외국인 직접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을 사용했다. 이들이 사용한 당근에는 우선 순위가 높은 부문에 투자하는 초국적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특정 산업에 필요한 사회기반 시설의 맞춤공급, 특정 산업에 필요한 엔지니어 및 숙련노동자의 공급같은 조처가 포홤되어 있다.

 

1980년대 중반 전세계 외국인 직접 투자규모는 세계국내총생산 13조 5000억달러에 대비할 때 0.57% 였다. 2008년- 2012년 액수는 2.44%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30년동안 외국인 직접 투자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전 외국인 직접투자의 18.7%가 미국으로 들어갔다. 영국이 9.4%, 중국 7.8% 등이다. 절대적인 숫자로 따지면 미국이 가장 많이 받았지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기대보다 훨씬 적게 투자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영국과 중국으로는 그 나라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투자가 유입되었다. 일본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12%를 생산한데 비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엄격하게 규제한 덕분에 0.7%만 투자를 받는데 그쳤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브라운필드 직접투자, 다시말해 국제적 인수합병이 전세계 외국인 직접투자의 31.5%를 차지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44.7%로 떨어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떨어졌지만, 증가하는 경향은 변함이 없다. 브라운필드 투자의 이러한 증가 추세를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자 피터 놀런이 글로벌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지난 20년 사이 격렬한 국제적 인수합병을 통해 거의 모든 산업분야는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장악했다. 납품업체 마저 몇몇 기업으로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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